한국여인다운(?) 아담한 몸매에다 깜찍하게 고운 얼굴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연예인에게는 도무지 안 어울리는 ‘진실’이라는 엉뚱한 이름, 그게 성경에 무려 184회나 출현하는 예수의 속성인 이유 때문에 필자가 그녀의 연기에 더 빨려들었는지도 모른다. 악마 사탄 말고는 누가 진실을 싫다 하겠는가. 위선이 판을 쳐대고 거짓이 기승부리는 흉악한 세상일수록 진실에 대한 동경과 갈망은 그만큼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건 종교와는 별개고 신분, 직업과도 무관하다. 오죽하면 사기꾼 도둑놈까지도 자식들한테는 “진실하게 살아 달라” 가르친다지 않던가. 자기는 옆으로 기어가면서 “왜 똑바로 못 가느냐!” 며 새끼 게를 다그치는 어미 게처럼 말이다. 특히나 요즈음 빗발치듯 가장 많이 날아드는 교인들의 제보가 오래 전부터 불거져 나온 일부 교회 담임목사들의 돈과 관련된 진실성 문제라는 사실을 감안 하면 그런 독특한 이름을 가진 여배우가 TV 화면에 등장할 때 마다 ‘진실’이란 단어를 양심 속에 한 번씩 떠올리며 자문자답해본 필자와 같은 시청자가 얼마나 많았을까 는 충분히 유추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 최진실이 결혼과 함께 멀리 현해탄을 넘어 사라졌을 때는 애인 하나를 누구에게 보쌈 당한 기분이 들어 몹시 서운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두 아이를 들쳐 업은 만신창이 이혼녀 아줌마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한없이 안쓰럽고 가여웠다. ‘진실’은 이제 다 끝났다 체념했고. 그녀의 모습을 브라운관에서 더는 볼 수 없게 됐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헌데 웬걸? 다 구겨지고 엉망이 된 인생 쓰레기 속에서 ‘장미빛 인생’으로 기적처럼 피어나는 그녀를 다시 보게 되자 오랜 지기(知己)를 만난 듯 어린아이처럼 기뻤다. 더구나 목숨이 경각에 달린 병든 몸으로 오히려 저보다 더 건강한 가족들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챙기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뭉클한 연기에 눈앞이 흐려져서 더 이상 화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녀가 겨우 재 한줌 세상에 뿌려놓고 훌훌 연기되어 가버릴 줄이야… ‘진실’을 보내는 의식을 중계로 보면서 마치 세상의 온갖 거짓세력들과 맞서 싸워줄 소중한 무기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감상(感傷)에 빠져 체신머리도 없이 그만 훌쩍거리고 말았다.
때마침 10년 전 그녀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책 한권이 다량으로 불법 제작되어 서점가에 마구 뿌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애도 심리에 편승한 누군가의 검은 상혼에 의해서 말이다. “그래, 오늘 하루도 진실하게 살자”라는 제목이라던가.
최진실이 얼마나 진실했는지는 하나님만이 아시는 진실이겠지만… 김종환의 노랫말이라도 한 구절 읊어 그녀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이 그동안 그녀를 좋아했던 팬의 한사람으로서 필자의 도리인 것 같다. “…너를 사랑하기에 저 하늘 끝에 마지막 남은 진실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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