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개입, 현사태 한달내 안정 가닥
401k·IRA 등 장기투자 채권비율 상향을
최근 한 달간 패니매, 프레디맥 구제금융 사태로 시작돼 미국 4위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의 파산, 메릴린치 매각과 세계 최대의 보험사인 AIG의 구제금융으로 이어지는 금융사태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17일 일각에서 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고까지 일컫고 있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 대처방안 등을 특별좌담을 통해 점검해본다.
김창욱(왼쪽부터) KPMG 파트너, 최운화 행장, 이용주 영사가 조환동 경제2부장의 사회로 금융위기를 진단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100년만의 위기’
- 이번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어떻게 보는지.
▲최운화 - 2차대전 이후, 또 20~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100년에 한번 겪을 수 있는 금융위기라고까지 말했다. 두 번째로 지금까지 세계경제에서 부가가치 창출의 근본은 금융이었고 2,3차 산업발전을 뒷받침해왔었다. 이런 금융업계가 더 이상 산업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금융산업은 지난 100년간 개혁과 변화를 통해 변해왔으며 이번 사태를 통해 또 다시 개혁과 변화를 거쳐 세계 경제의 부축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다.
- 미국 경제침체가 언제 바닥을 치고 회복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운화 - 경제와 금융계에서는 경제회복과 관련, 2, 5, 10년설이 있다. 70년대말과 80년대초의 경기침체를 근거로 2008년을 거쳐 2009년에 바닥을 치고 2010년부터 회복한다는 가장 낙관적인 2년설 전망이 있다. 5년설은 1931년 시작해 1938년 끝난 대공황의 회복기간을 근거로 2013년까지 갈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10년설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미국도 10년간의 침체와 조정기를 거치지 않을까하는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2년에서 5년 사이가 되지 않을까하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김창욱 -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건장하다. 이번 사태의 배경은 마켓의 신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죽을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고 희망을 잃은 사람이 정말로 병을 얻어 죽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봤다. 경제는 심리가 근간이어서 정부와 업계가 미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주식 40% 외국인 몫
- 이번 사태로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이용주 - 전 세계 경제는 빠른 속도로 통합되고 있다. 한국도 이번 사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한국 주식시장의 40%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고 전체 경제에서 해외 의존도도 미국은 20%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70%나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결단코 제2의 외환위기는 없다. 한국민들이 IMF사태를 겪으면서 과민 반응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에 달하고 기업의 부채비율도 IMF사태 당시의 400%에서 현재는 90%로 건실하다. 한국 공사와 기업에서 투자한 약 600억달러의 패니매, 프레디맥 채권을 미국 정부가 보증해주면서 제기됐던 ‘9월 위기설’은 설로 끝났다.
- 관련된 질문으로 달러와 원화 환율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이용주 - 현 사태가 진정되면서 환율도 진정될 것이다. 달러당 1,150원 안팎의 환율은 1,050원대 안팍으로 내려갈 것이다. 특히 앞으로 달러 약세 기조가 굳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등 효과가 작용할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환율의 적정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1,000원에서 1,050원 사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AIG보험 가입자 문제없어
- 서민들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금융사태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
▲김창욱 - 직접 리먼 브러더스나 AIG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살고 있고 각종 페이먼트를 하고 있다면 영향을 받는다. 예전에 받기가 쉬웠던 모기지와 비즈니스론 대출을 거부당했다든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으로 마켓에서 구입하는 우유와 계란 가격이 치솟고 최근 내렸지만 갤런당 5달러에 육박했던 고유가도 모두 금융사태에 따른 경제상황과 연관돼 있다.
- AIG위기설로 한인 보험 가입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김창욱 - AIG의 보험관련 사업부문은 건실하고 전혀 걱정할 부분이 없다. AIG가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다른 사업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보험금을 못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AIG는 가주정부에 등록된 보험회사인 만큼 자체보험, 업계보험 등 겹겹이 안전장치가 돼있다.
- 많은 한인들은 이런 시기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고 자금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한다.
▲최운화 - 얼마 전 한 한인 투자자가 평생 모은 돈 전부를 베어스턴스 주식을 주당 5달러에 구입했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기대하고 베팅을 한 것인데 한때 2달러까지 내려갔지만 결국 10달러정도에 낙찰돼 다행히 이익을 본 것으로 안다. 반면 많은 투자자들은 리먼 브러더스도 구제금융을 받을줄 알고 올인을 했다가 평생 모은 돈을 날린 경우도 있다. 소위 ‘죽는 주식만 산다’는 투자전략이 한인들에게 인기가 있는데 극히 위험한 전략이다.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같은 시기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주식비율을 줄이면서 채권이나 머니마켓 등으로 일부 분산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종목이나 한 기업에 올인하는 것은 재정적 자살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모기지 비즈니스 융자 등 더 힘들어져
한인은행들 자금회수 가능한 담보대출 많아
미국 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한 지난 15일 정리해고된 것으로 보이는 한 직원이 짐을 들고 뉴욕본사 건물을 나오고 있다.
주택금리도 하향세
- FRB가 연방기금금리를 2%로 동결했지만 모기지나 모기지 재융자, 크레딧카드 이자율 등 소비자 이자율은 어떤 영향이 있을지.
▲최운화 - 모기지 이자율의 경우 패니매, 프레디맥 사태가 해결되면서 다행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년 이후의 장기적인 이자율 전망은 속단하기 힘들다. 현 사태가 악화돼 불확실성이 강화되면 이자율이 오를 것이지만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 안정될 것이다. 이 부분도 앞으로 약 한 달간의 안정시기를 거치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대선주자와 증세 연관성
- 공화당 존 맥케인과 민주당 버락 오바마의 세금정책, 또 이에 따른 절세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김창욱 -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세금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회계사들도 오바마 당선에 대비해 각종 절세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공화당의 자율화와 공급경제학, 민주당의 정부개입과 규제강화로 요약되는 정책의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세금이 유예되는 IRA나 401k 등의 장기적인 투자상품 투자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리스크가 높은 경쟁 투자상품의 피해를 줄이면서 안전한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도 맞기 때문이다.
- 한인들도 요즘에는 401k나 IRA 등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투자전략이라면.
▲김창욱 - 401k, IRA는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상품이다. 따라서 전략도 장기적으로 세워야한다.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세워 ‘비를 피한다는’ 생각으로 주식 등의 비율을 줄이면서 정부 보증 채권 비율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일부 또는 전부 매칭을 해준다면 이만큼 수익률이 좋은 투자상품도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한국투자 고려할 만
- 돈이 갈 데가 없다는 애기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투자로 눈을 돌리는 한인도 있는데.
▲이용주 - 한국의 주식시장, 또 미분양 급증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부동산 시장은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채도 인기상품중 하나다. 한국은 투자측면에서 미국 무비자 협정이 시행되고 한미자유무엽협정(FTA) 시행, 또 올해 4%대의 안전적인 성장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몇 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투자차원에서 한국 투자는 분명 매력적이다. 한국 부동산 투자의 경우 아직 저점이 언젠지 확실치 않다. 한국 투자도 투자의 기본원칙인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라는 등식이 적용된다. 발바닥에서 사서 머리에서 팔려고 무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은행선택 신중해야
- 한인은행도 경기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인은행에 미치는 영향과 한인은행의 전망은.
▲최운화 - 한인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주 상품이다. 담보가 있어 부실이 발생해도 80~90%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아직은 건재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한인은행에게는 구세주인 셈이다. 반면 지난 7월 파산한 인디맥과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워싱턴 뮤추얼은 모기지가 주력 상품이다. 워싱턴 뮤추얼의 문제는 모기지중 1,630억달러가 위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이고 580억달러만 우량모기지라는 점이다. 또 한인은행은 자산 건전성과 현금 유동성면에서 최우수 등급인 ‘자본이 충분한’(Well Capitalized)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인경제의 젓줄인 한인은행을 믿고 이자율도 높은 한인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우리 한인경제를 살리는 방법이다. 경쟁은행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은행은 조심해야한다. 인디맥은행이 지난 2~3월 그랬고 워싱턴 뮤추얼도 현재 그렇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은행가에서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마지막 발악’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은행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시간 좋은 말씀에 감사드린다. 현 사태 해결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는지.
▲최운화 - 현 사태는 앞으로 한 달이면 안정될 것이다. 앞으로 한 달을 안정을 되찾는 시기로 보고 있다. 벤 버냉키 FRB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양대 경제수장을 통해 미국은 가장 능력 있는 ‘의사’를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232년의 미국역사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지금까지 연방정부의 개입과 정책으로 금융사태가 해결이 안 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해결될 것이다. 또 미국 정부는 사태가 터질 때마다 시기적절하게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 전철을 밟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금융위기 특별좌담
참 석 자 : 최운화 행장 (커먼웰스 비즈니스은행)
김창욱 공인회계사 (KPMG 회계법인 파트너)
이용주 경제영사(한국 기획재정부)
사회·정리 : 조환동 경제2부장
최운화 행장
김창욱 공인회계사 이용주 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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