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원 2억 시청·1억 광고 수익으로 대성공
프라임 타임 생중계 위해 현지 경기시간 조정
9월로 잡혔던 개최일정 8월로 옮긴 것도 NBC 제안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금메달 선수들 못지않게 성공을 자축하는 곳이 있다. 미국에서 올림픽을 독점 방영한 NBC TV이다. NBC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 기간 연인원 2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광고 판매가 급증, 1억달러 이상의 이윤을 올렸다. 게다가 지난 수십 년래 가장 훌륭한 올림픽 보도였다는 평가까지 얻고 있으니 NBC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방송부문 금메달리스트가 된 셈이다.
NBC의 올림픽 보도가 이같이 성공을 거두게 된 결정적 요인은 바로 타이밍이었다.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수영, 체조 등 인기 종목의 결승경기를 미국의 프라임타임과 맞춤으로써 생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한 작전이 주효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경기 시간이 그렇게 배정된 것은 아니었다. 알고 보면 중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2008년 8월8일 개막식도 중국인들의 뜻에 따라 날짜가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9월에 열리던 올림픽이 8월로 옮겨지고, 인기 종목의 결승전이 미국 프라임타임에 맞춰 베이징에서 아침 일찍 열리게 된 뒤에는 NBC 스포츠 담당 딕 에버솔 회장의 로비가 있었다.
2005년 중반 에버솔 회장은 수영과 체조 등 인기종목의 결승 경기를 중국에서 아침 시간에 하도록 시간을 조정하는 안에 대해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측의 지지를 확보해 놓았다. 중국의 아침시간이면 미국에서는 프라임타임에 실황중계가 가능한 것이었다.
IOC 측의 지지와 더불어 그는 한 사람과 더 의논을 해야 했다. 바로 마이클 펠프스였다.
“마이클은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낸 첫 번째 외부 인물이었다”고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후 에버솔은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올림픽의 스타가 될 것이 확실한 그가 아침에 경기를 해도 실력을 발휘하는 데 지장이 없을 지를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에버솔은 마이클과 충분히 가까운 친분을 확보하고 있던 상태였다. 비행기 사고로 에버솔은 중상을 입고 그의 아들 테디는 목숨을 잃었을 때, 펠프스와 그의 어머니가 장례식에 참석했을 정도였다. 펠프스의 대답은 아침에 경기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수영선수 펠프스나 체조의 숀 존슨 같은 스타들의 경기를 프라임 타임에 생중계로 할수 있도록 시간을 맞추는 따위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NBC의 올림픽 보도가 대성공을 거두는 데 크게 일조를 했다.
올림픽 5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경제는 나쁘고 광고주들은 예산을 줄여서 NBC의 올림픽 방영은 손해로 끝날 것이 거의 확실했다. 그런데 올림픽 개막이 가까워 오면서 상황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폭발적으로 광고가 늘어갔다. 미국의 경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 지나고 보니 NBC에게는 행운이었다고 그는 분석한다.
경제는 암담하고, 개스값은 치솟아서 미국민들이 휴가도 못가고 집에만 있다 보니 그만큼 더 올림픽에 빠져들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영과 체조의 경기시간 조정에 앞서 에버솔은 올림픽 개최일정을 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진행 중이던 때였다. 당시 NBC는 2008년 동계 및 하계 올림픽 방영권을 이미 확보해놓고 있었다.
9월 하순에 열린 시드니 올림픽은 상당히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마침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회장은 갑자기 부인이 사망해서 올림픽 개최 다음날 시드니를 떠났었다. 사마란치 회장이 장례를 마치고 돌아와 NBC 보도 센터를 방문했을 때 NBC 시청률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사마란치 회장은 그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에버솔은 그때 베이징 올림픽 일정에 관해 의견을 내놓았다. “2008년 올림픽 개최권을 중국이 따낼 것 같은데 중국도 시드니 올림픽과 비슷한 시기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이 개최 일정을 4주 정도 당겨서 8월에 개최하도록 날짜를 조정할 수는 없겠느냐”는 제안이었다.
9월은 미국에서 일요일과 월요일에 NFL 경기가 있고, 일주일에 4-5일 밤에는 대학 풋볼 경기가 있어서 남성 시청자들을 상당수 빼앗기고 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8월에 올림픽이 열리면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8월이면 아이들이 방학 중이니 다음 날 등교 걱정 없이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올림픽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마란치 의장은 그의 주장을 신중하게 경청했다.
그리고 48시간 후 중국이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었고 개최 일정은 8월 중순으로 잡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테니스 협회가 이의를 제기했다. 8월 중순에 올림픽이 개최되면 라파엘 나달, 윌리엄스 자매들 같은 테니스계의 스타들은 US오픈에 참가하느라 올림픽 경기를 빠질 수밖에 없으니 한주를 더 당기자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중국은 한주를 더 앞 당겨 2008년 8월8일로 날짜가 정해진 것이었다. 중국인들이 8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이날을 개최일로 했다는 주장은 엄밀하게 보면 사실이 아니었다.
IOC 측이 미국의 TV 방송에 신경을 쓰는 것은 미국이 지불하는 독점 중계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국 방송국의 중계료는 그 외 세계 각국 모두의 중계료를 다 합친 것 보다 많은 액수이다. NBC가 베이징 올림픽 독점 방영권을 위해 지불한 액수는 8억9,400만달러였다. 반면 이번 올림픽으로 4억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린 중국이 자국 내 방영권을 위해 지불한 액수는 1,7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수영과 체조의 경기시간 조정은 에버솔과 자크 로게 현 IOC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의 덕이었다. 2001년 여름 새 회장으로 막 지명된 후 미국 올림픽 위원회 측과의 회합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로게 회장은 귀국 길에 에버솔의 집을 방문했다.
그때 에버솔이 수영과 체조 경기의 시간 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올림픽 경기 방영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여성 시청자들이고 여성들이 가장 즐겨 보는 경기가 수영과 체조라고 설명했다. 로게 위원장은 그의 설명을 긍정적으로 듣는 한편 아침 시간 경기가 선수들의 실력 발휘에 문제가 된다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시간을 미국 TV에 맞춰 조정한다는 데 대해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호주 수영협회측이 반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선수들의 실력 발휘 보다는 호주의 TV방영 시간에 염두를 두었던 반응으로 분석이 되었다.
이제 베이징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다음 런던 올림픽이 또 문제이다. 미국의 프라임타임을 생각한다면 런던에서는 새벽 1시에 경기를 해야 할테니 말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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