젯블루·US 에어웨이즈·유나이티드 등
공짜로 주던 담요·물 ·베개 돈받고 팔고
개인 수화물에도 수수료 물려 ‘부수입’ 짭짤
요즘 항공사들에게 소비자는 그저 손님이 아니라 봉, 이제까지 무료로 제공되던 것들에 요금을 청구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인데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단 몇달만에 항공사들은 손님들이 짐가방부터 소프트드링크, 담요와 베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기꺼이 요금을 지불하며, 그것도 별 군소리 없이 하고 있음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손님들이 그렇게 잘 하고 있는데 멈출 이유가 있을 리 없어 유나이티드부터 젯블루, 델타, US에어웨이즈까지 각 항공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여행객들의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을 긁어낼 갖가지 방법을 짜내고 있다.
사실 그 기회의 규모는 엄청나다. 유나이티드는 새로 징수하는 수수료들로 연간 최고 10억달러까지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항공사들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다. 올 여름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선 연료비를 내세우며 소비자들도 그 부담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항공사측의 설명을 많은 여행객들도 선선히 받아들이는 것 같다.
여행객들이 계속 생기는 여러 가지 수수료를 군말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연료비가 비싸진 것을 인정해서만이 아니다. 그동안 브로드웨이 쇼나 록 콘서트 공연 입장권부터 크루즈선의 편의시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에 서비스 차지가 붙는 것을 보아왔던 덕분이다.
게다가 9.11 테러 사태 이후 철저한 보안검색을 거쳐야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 승객들에게 여행은 모험이 아니라 참고 견뎌야 하는 시련이 되었다.
그래도 항공사들은 공항 복도에서도 들리고, 항공업계 웹사이트에서 다시 울리는 볼멘소리들에 귀를 막고 있다. 과거 공짜로 제공되던 것에 돈을 받으며 짧은 시간 그들이 긁어모은 돈이 얼마인가를 알면 그러는 것에 수긍이 간다. 젯블루는 다리 뻗을 공간이 조금 더 많은 좌석에서 징수한 추가 요금으로 2·4분기에 4,000만달러를 벌었고 유나이티드는 올해 부치는 짐에 부과하는 수수료로 2억7,500만달러를 긁어들일 전망이다.
고객들이 자기들이 탑승료를 낸 대신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들을 재정비하면서 항공사들은 좌석 선정부터 무선 인터넷 연결까지 모든 것에 수수료를 부과시킬 방안을 모색중이다. 아울러 모든 서비스 비용이 미리 다 지불된 새로운 종류의 탑승권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단 몇달 전만해도 공짜이던 것들에 대해 손쉽게 단번에 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과거 비행기에선 이등석 손님들도 원하는 칵테일을 맘껏 마실 수 있고 에어 캐나다에서는 스테이크만 주지 앙트레를 고를 수 없는 것만이 불만사항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5년 전만해도 비행기 탑승객들은 많은 노선에서 무료로 식사를 하고 베개와 담요를 받아 덮고 보고 싶은 잡지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비즈니스 클래스조차 서비스가 전만 못해졌다.
그러나 최근 여행객들이 당한 일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약과다. 우선 지난 4월, 5개 항공사가 두번째 부치는 짐가방에 25달러, 세번째 짐에는 더 많이 수수료를 청구하기로 했고, US 에어웨이즈, 아메리칸과 유나이티드는 첫번째 부치는 짐에도 15달러씩을 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여행객들은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으므로 그냥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소비자 행태 전문가인 노던 켄터키 대학 마케팅 교수 반와리 마탈은 그런 무력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한다. 특정 회사나 특정 인물 등 보복의 목표를 찾으면 소비자들이 화를 내겠지만 전반적인 환경이 그러하므로 분노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승객들은 스타벅스에서 불평하면 공짜 커피라도 얻어 마시지만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에게 화를 냈다가는 공연히 국토보안청 사무실로 끌려갈 수 있음도 알게 됐다. 그에 따라 US 에어웨이즈가 최근 기내에서 커피와 차는 1달러, 병물은 2달러에 팔기 시작했어도 별 불평이 나오지 않고 있다. 2시간 이상 비행 노선에서 담요와 베개에 7달러를 부과하기 시작한 젯블루도 5달러짜리 베드 배스 & 비욘드 쿠폰을 끼어 주므로 실제 비용은 2달러에 불과하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은 한술 더떠 별로 크지도 않은 병물 하나에 3유로(4달러45센트)씩 받고 있으며 정해진 무게를 초과하는 짐에 대해서는 수백달러를 부과시킨다.
이처럼 많은 항공사들이 수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콘티넨털 항공은 두번째 가방를 부치면 수수료를 받지만 아직 식사, 담요와 베개는 무료로 제공한다. 국내선 승객이 가장 많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우 다른 항공사들처럼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을 광고로 자랑하고 있기까지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요금은 몇번이나 올렸다.
그러나 최근 하락한 에너기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경우에도 탑승객들이 그렇게 고분고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7월 중순에 갤런당 4달러26센트이던 제트 연료 값이 지난 주에는 3달러20센트로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항공사들이 그 모든 수수료들을 없앨 것 같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델타, 아메리칸 등이 장차 10~13달러에 내놓을 무선 인터넷 연결도 여행객들이 돈을 더 내고라도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식별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에 사우스웨스트는 갤런당 4달러가 넘는 개솔린 값에 질린 사람들이 대형차를 버리고 소형차로 몰리는 것처럼 여행객들도 추가 수수료를 피해 사우스웨스트로 몰릴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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