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투자회사 단순 연구직 인도로 이동 바람
올해 월가 연봉·보너스 사상 최대 삭감 전망
인도의 구르가온 7층 건물 꼭대기에 있는 코팔 파트너사는 월가의 대형 투자회사의 주식 및 채권 연구를 대행해 주고 있다. 월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바쁜 것은 더 하다. 비즈니스가 올해만 40% 증가했다.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투자 회사들은 코팔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편집해 자기 이름으로 만든 후 투자 종목을 추천한다. 월가의 손실이 인도의 득이 되고 있다. 예전에 단순 사무직을 인도로 보냈던 투자회사들은 이제 데이터 위주의 고급 업무를 뉴욕이나 런던, 홍콩보다 인건비가 싼 곳으로 수출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를 “지식 처리 업무의 아웃소싱”이라고 부른다. 이는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JP 모건, 크레디 스위스, 시티뱅크를 비롯한 모든 투자 회사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수출된 업무는 비즈니스 스쿨을 갓 졸업한 신참들이 하던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지만 비교적 단순한 것들이다. 그래도 미국에서 이런 일을 시키려면 연봉 10만달러 이상 줘야 한다.
뉴욕과 런던 증권가의 비용 감축 노력은 이미 가혹할 정도지만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뉴욕 증권 회사들은 올해 작년 보다 월급과 수당이 180억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사상 최대 액수다. 미국내 은행들은 2009년까지 20만개의 일자리를 줄일 예정이라고 은행 컨설팅 회사인 셀렌트는 지난 4월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하던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인도나 동유럽 같은 곳에서 대행해주고 있다. 하급 은행 및 연구직을 옮기는 것은 물론 고급 인력도 뉴욕이나 런던에서 신흥 개발국의 고객을 관리하기 위해 그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신용 경색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수십 억 달러 손실 때문에 고급 인력 아웃소싱이 심화되고 있다고 딜로잇 컨설팅의 앤드루 파워는 말한다.
월가의 증권 회사들은 수년 전부터 조심스럽게 인도로 연구직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코팔이나 오피스 타이거, 파이팔 연구소, 타타 컨설팅 같은 회사들이 용역을 맡아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03년 JP 모건과 모건 스탠리는 수십 개의 일자리를 인도 뭄바이로 옮긴다고 발표했으며 레먼 브러더스도 인도에 연구직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골드만삭스와 메릴 린치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5년 후 인도로 가는 이동 행렬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올해만 비즈니스가 20~40%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 이야기다. 모건 스탠리는 인도에서 연구 및 통계 분석을 하는 사람을 500명 채용했다. 방갈로어에 있는 3,000명의 골드만삭스 직원 중 100명이 투자 연구를 하고 있다.
JP 모건은 뭄바이에 세계 투자 연구를 하는 직원 200명이 있으며 뭄바이에도 250명의 투자 분석가가 있다. 시티그룹은 인도에 2만2,000명의 직원이 있는데 이중 수백 명이 투자 연구를 한다. 도이치 뱅크는 인도에 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은행은 2003년부터 아웃소싱을 시작했다.
이론적으로는 월가 연구직의 40%에 달하는 수만 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송출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송출될 업무는 세일스 보다는 연구 쪽이 가능성이 높다. 연봉 25만 달러를 받는 워튼 스쿨 출신 MBA가 하는 일 중 많은 부분은 단순 업무로 이를 아웃소싱 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일은 아주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아주 고급 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직 다음으로는 파생 증권 창출이나 트레이딩 모델 만들기 등이 송출될 수 있다. 송출 지지자들은 월가가 아웃소싱을 시작한 것은 최고 경영자와 딜 메이커 등을 빼고는 거의 모든 인력을 영원히 인도나 필리핀, 동유럽 등 해외로 이전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고 있다. 앞으로 뉴욕과 런던에 남아 있는 중역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계약이 체결됐을 때 고객과 악수하는 것뿐이라는 농담이 인도에서는 돌고 있을 정도다.
시카고, 델리, 구르가온에 4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파이팔 연구소의 마노지 제인 회장은 “월가는 세계를 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며 “고급 인력을 비용이 높은 도시에서 싼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파이팔은 지금 일이 넘쳐 나고 있다며 미국 은행뿐만 아니라 유럽 금융회사도 새 고객이라고 말했다. 다른 아웃소싱 회사들처럼 파이팔도 투자 종목을 추천하거나 보고서에 자기 이름을 넣지는 않는다. 다른 대형 투자 회사들이 원하는 연구만 대행해줄 뿐이다.
은행 업무를 영구히 뉴욕이나 런던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민감한 문제다. 모건 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메릴 린치나 시티그룹 중역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들 회사 홍보팀은 인도로 업무를 보내는 것은 아웃소싱이 아니라 업무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업 재편이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셀렌트사의 총책인 옥타비오 마렌지는 연구직이 인도로 보내 질 수 있다면 중역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며 장차 인도뿐 아니라 중국도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공개적으로 아웃소싱을 지지하고 있다. 크레디 스위스는 인도나 폴란드, 싱가포르 같은 곳에 6,500명의 직원들 두고 있다. 이 중 500명이 고급 인력이다. 이 은행 아웃소싱 책임자인 비닛 나그라니는 “딜을 성사시키고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전역에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인도에 고급 투자 전문 인력을 1년 내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은행 고객들은 이에 만족하고 있다. 고객들은 제대로 된 보고서를 받는 이상 그것이 뉴욕에서 만들어졌는지 인도에서 만들어졌는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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