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용, 화물우송용 등으로 비행선 인기 회복
수용인원 적고, 속도 느려‘실용성 낮다’반론도
폭풍우 등 기후에 너무 약한 것이 최대 약점
호텔 비행선을 타고 유유히 아프리카의 푸른 초장을 날면서 기린이나 코끼리가 떼 지어 달리는 광경을 즐기고, 에펠 탑 상공을 비행하면서 파리의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는 일이 가능할까. 지금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이런 호사스런 비행이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비행기에 밀려 거의 실용성을 잃어버린 비행선이 요즘 다시 ‘연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솟는 유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압박이 그 배경이다.
장-마리 마소(45)라는 프랑스 건축가는 날아다니는 호텔을 꿈꾸고 있다. 호텔 시설을 갖춘 비행선을 제작하겠다는 꿈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행선 제작 구상은 “상당히 낭만적인 프로젝트”이다.
비행선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은 70여년 전이다. 1937년 초대형 비행여객선인 힌덴브르크 호가 뉴저지, 레이크허스트 상공에서 공중 폭발해 승객과 승무원 36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 이후 비행여객선은 역사 뒤로 사라졌다.
하지만 유가가 수직 상승하고, 이산화탄소 방출량 감축 압력이 커지면서 신세대 비행선에 대한 구상들이 정부 단위, 사기업 단위로 추진되고 있다.
마소는 캘리포니아 내 다수의 호텔과 멕시코의 스테디엄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그는 ‘유인(有人) 구름’이라는 공중 호텔을 구상 중이다. 아직 해결해야할 기술적 세부 사항들이 있고, 투자할 기업이나 물주를 찾는 일도 남아있지만 그는 자신의 구상이 실현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의 ‘유인 구름’은 고래 모양을 한 690피트의 비행선에 호화 호텔시설을 갖추는 프로젝트이다. 헬륨을 이용한 비행선으로 비행 속도는 시속 80마일, 수송인원은 승객 50명과 승무원 25명. 마소의 허가신청에 대해 프랑스 항공청은 일단 승객 인원을 15명으로 줄이는 등 몇 가지 개선점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행선 프로젝트들은 이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프랑스 우정국은 소포 배달에 비행선을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고, 테올리아라는 프랑스 재활용 에너지 전문 회사는 대서양 횡단 비행선 제작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우정국은 오는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15%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트럭이나 비행기 대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안을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전략회의에서 코르시카나 서인도 제도의 앤틸리즈 열도와 프랑스 간 우편배달에 비행선 사용을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다.
독일에서는 힌덴부르크 여객선회사를 계승한 도이치 체펠린-리데리 사가 신세대 비행선 제작에 성공, 관광용이나 학술 탐사용으로 비행선을 이용 중이다.
관광용이나 학술 탐사용 비행선은 현재 꽤 많이 활용되고 있는 편이다. 체펠린-리데리 사의 비행유람선을 타고 지난해 독일 남부지역을 관광한 인원은 총 1만2,000명에 달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993년 두명의 젊은 엔지니어들이 아에로필이라는 회사를 설립, 열기구를 관광이나 광고, 과학 설비 운송에 이용하고 있다.
비행선의 ‘부활’에 항공사들이 크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다. 마소의 날아다니는 호텔 프로젝트에 에미레트와 에어 프랑스가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비행기와 경쟁하기에 비행선은 제약이 너무 많다. 최고 속력이 시속 100마일이고, 최대 승객 수용인원이 수십 명 단위이고 보면 비행선은 단거리 유람이나 광고, 학술탐사용 정도로 용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행선은 폭풍우 등 기후조건의 제약을 많이 받고, 착륙 시 많은 면적을 필요로 해 경제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항공사마다 비행 횟수를 줄이고 기름 많이 먹는 구식 비행기들을 폐기처분 하는 상황이고 보면 비행선이 끼어들 여지는 상당히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유가 상승으로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작사들은 연료를 덜 쓰고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적은 신세대 비행기 제작에 힘쓰고 있다.
미국에서도 비행선 관련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군사적 목적이다. 지난 2005년 국방 첨단 연구 프로젝트 담당국은 장거리 화물수송에 비행선을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한 바 있고, 통신용 고도 비행선 프로젝트를 연구 중이기도 하다.
비행선 얼마나 활용가능한가
비행선은 금속 프레임을 가진 경식 비행선과 거대한 풍선 주머니 같은 연식 비행선으로 구분된다. 연식 비행선은 경식 비행선에 비해 조작이 수월치 않고 띄워 올릴 수 있는 무게도 적다.
비행선의 실용성에 대한 의견은 아직 양분되어 있다. 지구 온난화와 원유 비상시기에 비행선 활용 방안을 최대한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가하면 호텔 비행선이나 화물우송 비행선 같은 아이디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비행선은 기후의 영향을 너무 받고 비용도 비싸다는 주장이다.
▲힌덴부르크 비행선(1936년)
독일에서 리오데 자네이로, 뉴저지의 레이크허스트로 비행한 대서양 횡단 비행선. 1,000명 이상이 탑승한 성공적 비행선이었지만 1937년 5월 레이크허스트로 착륙 중 폭발, 운행이 중단됐다. 길이 803피트, 정원은 승객 50명, 승무원 50명.
▲굿이어 비행선(1968년)
광고와 선전에 널리 쓰이는 연식 비행선이다. 길이 192피트로 승객 6명 조종사 1명 탑승
▲체펠린 비행선(1997년)
신세대 비행선. 이번 가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유람선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길이 246피트, 승객 12명과 승무원 2명 정원.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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