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두 달째 계속되어 온 촛불군중시위 사태가 이제 극심한 폭력불법시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히 무정부상태로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촛불시위대를 비판적으로 보던 다수 시민들이 이제는 그 분노의 대상을 바꾸기 시작하고 있다.
폭력시위로 사회질서를 흔들고 다른 시민들에게 극심한 불편과 손해를 끼치는 사태에 대해야 국가지도자로서 무기력하게 청와대만 지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이대통령이 1960년대 6.3사태의 한일회담반대시위에서 시위주동자의 한 사람으로 활동한 경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촛불시위를 민주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동지적 애정을 느껴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촛불시위는 이제 그 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쇠고기수입 반대가 이유가 아니고 촛불시위 핵심세력은 반미, 반자유주의, 반정부적 핵심과격 세력이며 이들은 시위의 전문가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동지가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그들을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는 극단적 좌경 과격주의자들이다.
이대통령은 그 동안 자신의 부덕 탓으로도 돌리고 그래도 참고 참으면 촛불시위 군중의 마음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기다려 왔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불법시위가 된 지 이미 한 달이 경과한 상태에서 이번에는 시위군중이 급격히 폭동적 행태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촛불시위대는 공공연히 수도의 도심 한복판에서 폭력시위와 파괴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그들은 일부 신문사와 호텔을 공격하고 경찰과 시민들을 붙들어 즉석 재판을 통해 폭력적으로 응징하였다. 이제 수도의 한복판은 밤이면 촛불시위대가 질주하는 무정부 상태로 변하고 있다.
잠시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이 서로 무제한적 권리를 누린다면 모든 인간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에 대하여 투쟁하는 상태에 도달한다.
영국의 근대 최대 사상가의 하나인 토마스 홉스는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라고 불렀다. 이런 혼란의 상태를 종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인간이 정부권력에 의지한 문명적 삶을 선택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이고 그것이 현대사회의 국가의 정당성이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이 자신의 생명, 재산, 권리 등의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서 국가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민주적 정부를 선택한 것이다. 또 민주적 정부는 법과 공익을 지키고 개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임무가 정부와 그 수반인 대통령에게 있다.
건국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국가의 최고권력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한 사명과 책무를 갖는가? 그것은 바로 다수 시민들의 자유, 생명,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이다.
일부 선량한 시민들의 자유와 인권과 재산권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공권력이 방관하는 상황은 사실상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다. 만일 정부가 힘에서 밀리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면 선량한 침묵했던 다수의 시민들은 이러한 정부에 대해 촛불시위대에 느꼈던 것보다 더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여졌을 때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 동안 촛불시위를 조용히 지켜보던 대통령의 참을성에 감탄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이제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대통령 자신이 무기력한 것도 아니고, 누구를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며, 국민을 위해 법치수호의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참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김용직
성신여대/클레어몬트 맥켄나대학 정치학과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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