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카운티 내에서 사이즈에 있어 1위를 기록한 홈비힐스의 초대형 맨션. 6에이커의 대지에 건평 5만 스퀘어피트의 이 저택은 달린 방이 123개다.
수퍼 리치들의 메가 맨션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베벌리힐스 선셋 블러버드 선상에 들어서는 3만2,000 스퀘어 피트의 초호화 맨션의 건축현장.
‘나만의 아방궁을 세워라’
불경기에도 아랑곳… 베벌리힐스 등 20동 건축 중
‘수퍼 이고’ 충족 위해 ‘너도 나도’ 초대형 마이 홈
경제가 말이 아니다. 주택시장도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집값이 마구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LA 카운티의 경우 중간주택가격은 전 해에 비해 23% 이상 하락했다. 팜데일 빅토빌 등 외곽지역으로 나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년에 비해 거의 반값 수준으로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요동치는 와중에 LA의 수퍼 리치들은 마치 궁전과 같은 콤플렉스를 짓기에 바쁘다. 건평이 2만 스퀘어 피트가 넘는 초대형 맨션이 무려 20동이나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건축 중에 있다.
LA의 부촌 중의 하나가 베벌리힐스다. 이곳에 어쩌면 지역의 명물이 될지도 모를 또 하나의 새로운 초대형 맨션이 목하 건설 중이다. 총 건평은 3만2,000 스퀘어 피트. 단순히 면적만 넒은 게 아니다. 포르투갈 산 석회암으로 외장을 꾸몄다. 문고리는 모두 금으로 장식됐다. 그런 예술품 같은 초화화판 맨션이 베벌리힐스 선셋 블러버드 선상에 세워지고 있다.
거기서 불과 수마일 떨어진 곳이 벨에어 지역이다. 사업가인 에리 크로는 시에 퍼밋을 제출했다. 한 야산의 꼭대기를 평평하게 다지고 작은 계곡을 메울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6만8,000 평방 야드의 흙을 퍼 옮겨 그곳에 3만 스퀘어 피트가 넘는 싱글 패밀리 홈, 그것도 태평양이 내다보이는 그런 맨션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 언덕 바로 아래에서 일꾼들은 거대한 방벽을 쌓고 있다. 궁전 같은 집 한두 채가 들어설 대지를 떠받들기 위해서다.
불경기에 메가 맨션을 짓다니 가당키나 한 일일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는 그러나 부자들, 그것도 수퍼 리치로 불리는 사람들의 취향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도대체 누가 4만 스퀘어 피트의 거주 면적을 필요로 할까.” 웨스트사이드 에스테이트의 스티븐 샤피로의 말이다. “그렇다. 아무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날의 귀족계급이고 제후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 같은 거대한 맨션을 원한다.” 이어지는 그의 자답이다.
베벌리힐스 선셋 블러버드 선상에 세워지고 있는 맨션은 비즈니스맨인 프레데릭 웨흐바와 그의 아내 수잔을 위해 존 핀튼이란 건설업자가 짓고 있다. 핀튼에 따르면 ‘백금 삼각지’로 불리는 LA의 백만장자 동네- 베벌리힐스, 벨에어, 홈비힐스- 이곳에 건평 2만 스퀘어 피트 이상의 메가 맨션이 최소한 20동 이상 건설 중에 있다는 것이다.
핀튼이 웨흐바를 위해 짓고 있는 초대형 맨션이 들어선 지역은 괴짜 억만장자들이 괴팍한 취미를 살려 대저택을 세운 곳으로 제법 악명을 떨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 중 하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토후 모하메드 알 파시의 맨션이다. 10여 년 전에 건설된 그의 맨션은 누드 조각상으로 주위를 둘렀다. 거기다가 상당히 외설스런 조형물을 장식해 악명을 떨쳐온 것.
그건 그렇고 왜 메가 맨션이 이토록 지속적인 인기인가.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은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은 집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편안함을 추구한다.” 핀튼의 말이다. 수퍼 리치들이 편안함을 추구한다. 이는 사실이지 집안에 보다 많은 위락시설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메가 맨션은 본래 계획해 세워진 게 아니다. 생겨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드루 펜튼이란 다른 전문가의 주장이다. “방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만든다. 볼룸이 필요하고, 스크린 룸도 갖추어야지. 그뿐인가. 집안에 자가 미용실을 원한다. 그러다보니 마사지 룸도 있어야겠고. 이런 식으로 집이 자꾸 커진다.” 펜튼의 말로 거기다가 한 마디 더 붙인다. “그런데 왜 집안에 선물포장 룸에, 꽃꽂이 룸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그런 용도의 룸도 있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하나, 컬처의 문제인가.”
왜 메가 맨션이 계속 인기인가. 다른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이고’(ego)에서 찾고 있다. “남들보다 거대한 ‘이고’를 가진 사람들이 수퍼 리치들이다. 이들은 항상 산꼭대기에 세워진 맨션을 원한다. 해마다 새로 지어지는 메가 맨션은 그런 ‘수퍼 이고’를 충족키 위한 것으로 보여 진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산곡대기의 맨션을 보고, 최고부자가 저기 살고 있구나하고 알도록.” 한 전문가의 말이다.
하여튼 건평 2만 스퀘어 피트 이상의 메가 맨션이 현재 20동 이상 지어지고 있다면 이는 하나의 붐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LA카운티 등기소 기록에 따르면 카운티 전체로 2만 스퀘어 이상의 초대형 맨션은 60동으로 집계되고 있고, 3만 스퀘어 이상 맨션은 10동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카운티 등기소 기록이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내 풀장, 탈의장 등과 같은 스페이스는 기록에서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런 통계가 나오고 있다는 것으로 실제에 있어 2만 스퀘어 이상 초대형 맨션은 더 많다는 것이다.
현재 초대형 맨션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은 게이트 커뮤니티인 베벌리파크로 이 지역의 맨션 중 최소한 4~5채는 2만5,000 스퀘어 피트가 넘는 메가 맨션이다. LA 카운티 내에서 가장 큰 맨션은 작고한 아론 스펠링의 저택이었던 홈비힐스의 5만 스퀘어 피트짜리 집이다. 이 메가 맨션에 딸린 방은 모두 123개이고 볼링장, 인형 박물관, 선물포장 룸 등도 갖추고 있다.
메가 맨션, 반갑지 않다
지역주민 유대감 깨트려
내가 사는 동네에 초대형 맨션이 들어선다면 이를 환영할 것인가. 명소로 이름이 나고, 잘하면 부동산값도 덩달아 오른다. 그러니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사업가인 에릭 크로가 3만 스퀘어 피트가 넘는 초대형 맨션 건설 퍼밋을 제출한 벨에어 지역 주민들이 바로 그 경우다.
산곡대기에 메가 맨션이 들어선다. 이는 자칫 산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거기다가 거대한 집을 짓느라고 트럭이 들락날락한다. 우선 이런 것들이 성가신 것이다. 그래서 메가 맨션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그러나 이런 것들만이 이유가 아니다. 이 지역의 많은 집들은 1961년 화재이후 지어진 것으로 3 베드룸이나, 4 베드룸의 조촐한 랜치 스타일 주택들이다.
이 지역의 특징의 하나는 주민간의 연대감이다. 서로를 잘 안다. 그리고 이웃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메가 맨션이 하나 둘 들어오면서 그런 커뮤니티로서의 유대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지역 주민들은 어쩌면 ‘명소’가 될지도 모른 초대형 맨션이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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