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9돌 - 캠페인 현장“내가 있소”
2008년 대통령 선거는 미국 사상 최초로 흑인과 여성이 주요 정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부상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올해 미국 유권자들은 물론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56차례의 선거에 걸친 피 말리는 혼전 끝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제치고 첫 흑인 대통령 후보가 된 민주당 경선은 물론이고 공화당 경선에서도 불과 9개월 전 침몰 위기에 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기적적인 역전 드라마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오바마와 매케인이 라이벌들을 제치고 마지막까지 서 있는 것은 캠페인 뒤에 정열과 소신에 불타는 지지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사를 만드는 과정에 동참하기 위해 다양한 배경의 평범한 학생들과 노인들, 주부들과 직장인들이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전국 곳곳에서 모여들었고 젊은 한인 2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로 다른 후보를 위해 뛰지만 모두 올해 선거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경험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대선 캠페인 현장에서 발로 뛴 한인 젊은이들에게 들어봤다.
<우정아 기자>
‘특별한 후보’확신… 정책 리서치
오바마 캠프 프랭크 엄 씨
워싱턴 DC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활약하는 프랭크 엄(32)씨는 지난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 후인 3월 기금모금 행사에 참석했었다. 이전까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엄씨는 오바마가 특별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생애 처음으로 정치 기부를 한 것. 오바마의 메시지를 직접 들은 엄씨는 감명을 받은 나머지 법률회사에 휴직서를 내고 인턴십에 지원, 6개월간 무보수로 오바마 캠페인에 헌신했다.
시카고 전국 캠페인 본부에 있을 때에는 정책부에서 외교, 에너지 등 정책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토론회를 준비하는 일을 도왔고 오바마 캠페인 웹사이트에 있는 아시안 아메리칸에 대한 블로그도 엄씨의 몫이었다. 올해 초 경선이 시작되면서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지에 투입된 엄씨는 특히 윌셔에 있는 캘리포니아 선거본부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담당, 로타리 클럽 등 한인 단체들에 아웃리치하고 UCLA에서 열린 대형 집회에서 안수산 여사가 지지 연설을 해주도록 주선했다.
그러나 처음 한인사회에 오바마를 알리고 그를 지지토록 설득하는 것이 사실 어려웠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오바마를 회교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4.19폭동 등 한흑간 마찰이 있었던 것도 걸림돌. 그러나 엄씨는 “두 커뮤니티가 종교적인 점 등 공통점도 많으며 특히 백인 어머니와 케냐 유학생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오바마는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해 아시안 커뮤니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전형적인 흑인과는 다른 경험을 했다”고 강조한다. 엄씨는 또 오바마가 가족 중심 이민정책을 지지하고 이민서류 비용을 줄이기 원하며 가족 운영 비즈니스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지, 다른 어느 그룹보다 자영업자가 많은 한인 커뮤니티에 친근한 후보라고 덧붙였다.
엄씨는 그러나 오바마를 단지 ‘흑인 대통령’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분열적인 다른 후보들과 달리 오바마는 공화당원, 무소속 등 모든 사람들을 포함시키고 또 단결시키는 메시지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엄씨는 이번 역사적인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소유주라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소수계 커뮤니티에서 정치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에 대해 ‘우리나라’라는 소유주 의식을 가질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 공화당원 회장으로 맹활약
매케인 캠프 샤이엔 스틸 씨
미셸 박 스틸 가주 조세형평위원회 위원과 숀 스틸 전 가주 공화당 위원장의 장녀인 샤이엔 스틸(21)은 그야말로 태어나면서부터 정치의 요람에서 성장했다. 생후 2개월 때 처음 가주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미셸은 이후 매년 2차례 열리는 전당대회에 빠진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USC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샤이엔(4학년)은 벌써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대선 캠페인에서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지난 4월 캘리포니아 ‘대학 공화당원’(College Republicans) 회장으로 선출된 것.
대선 시즌에 가주 공화당원 대학생들의 지도자가 된 샤이엔은 경선 기간에 중립을 지켜야 했지만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본선 캠페인에 돌입, 현재 ‘매케인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McCain)을 조직하는 중이다.
하지만 오바마가 대학생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 어려운 과제이긴 하다.
샤이엔은 “지난 8년간 부시 행정부 시절에 자란 많은 학생들이 오바마가 주창하는 변화에 동감하기 때문인데 워싱턴에 깊이 뿌리내린 관료주의 때문에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라며 “그러나 많은 대학생들은 변화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매케인과 같이 경험이 많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샤이엔은 또 대학생들 가운데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서인지 대학 공화당원 회원들은 정말로 소신이 있고 열렬하다며 매주 선거 플래카드를 만들고 마을 주택을 가가호호 방문하는 등 매케인 캠페인을 적극 돕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활동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도 무엇보다도 친구들을 사귀는 것으로 같은 신념을 갖고 함께 일하는 것이 그처럼 신날 수 없다.
샤이엔은 매케인이 일찌감치 공화당 후보 지명을 따놓는 바람에 그동안 민주당 경선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본선 캠페인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한인사회도 매케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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