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발레 미 올림픽 대표 베키 김
‘One World, One Dream’이라는 슬로건 하에 60억 지구촌이 한 자리에 모여 인류화합을 다지는 축제의 장 2008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08년 8월8일 오후 8시8분8초(베이징시간 기준) 베이징 내셔널 스테디엄에서 화려한 개막식으로 막을 올리는 베이징올림픽의 공식 명칭은 ‘Games of the XXIX Olympiad’. 그리고 이날 개막식에는 지난 14년간 이 순간을 목표로 피나는 훈련을 하며 기도로 기다려온 한 코리안 아메리칸이 미 올림픽 대표팀 멤버로 성조기를 들고 입장하며 꿈에 그리던 순간이 현실로 다가오는 감격을 만끽하게 된다.
북가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월넛크릭 출신의 베키 김(23, 한국명 김정현)이 바로 그 주인공(본보 5월29일자 A-1면 보도). 10명의 미국 수중발레(Synchronized Swimming)팀 멤버로 베이징에 가는 베키 김은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 대표팀 훈련캠프에서 올림픽을 위한 맹훈련에 들어가 있다. 미국에서 출생한 한인 2세지만 전혀 막힘없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올림픽을 위해 휴학중인 오하이오 스테이트에서도 한국어과를 전공한 김씨는 월넛크릭에서 지난 1994년부터 노숙자들과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잃은 양 선교회’를 이끌어온 아버지 김병일 목사(55)와 어머니 김재인씨(53)의 1남2녀중 둘째.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이어진 2대째 목사가문의 딸답게 깊은 신앙심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마음의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또한 9세 때부터 수중발레로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며 하루 8~10시간의 초인적인 강훈련을 마다하지 않은 강인한 스포츠우먼이기도 하다.
풀장 옆에서 포즈를 취한 미 올림픽 수중발레 대표팀. 왼쪽에서 4번째가 베키 김이다.
9살 때 수중발레 매력에 흠뻑 “내 소원은 올림픽 금메달”
“삶의 넘버원은 하나님” 고된 훈련 중에도 기도 놓치 않아
◎14년을 기다린 꿈의 무대 올림픽
베키 김에게 베이징올림픽은 무려 14년을 기다려온 꿈의 무대다. 만 9살 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반대편 수영장에서 연습중인 수중발레 선수들을 보고 어머니를 졸라 수중발레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 한 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소원은 올림픽에 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물에서 인어들이 춤추는 것 같은 수중발레는 연기시작부터 끝까지 선수들의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가득해 마치 즐겁게 춤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론 수영은 물론 댄스와 체조가 하나로 결합된 가장 힘겨운 스포츠중 하나.
대부분 수영선수들의 훈련이 풀 안에서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수중발레선수들의 훈련은 절반 이상이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 등 땅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그만큼 고되고 힘든 스포츠다. 현재 베키 김이 포함된 미 올림픽대표팀 훈련은 5~6시간의 수영장 훈련을 포함, 하루 평균 10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그야말로 스파르타식 강훈련이다.
베키 김과 전화인터뷰가 이뤄진 날 그녀는 양 팔이 너무도 아파 병원에 갔다. MRI를 촬영하느라 인터뷰를 잠시 미뤄야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밝았다. “아마도 그동안 잠시도 쉬지않고 훈련하며 녹초가 된 몸을 추스르라고 하나님이 통증을 통해 쉴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며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도의 전도사
그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베키 김은 신실한 크리스천이다. 그녀의 모든 생활은 ‘하나님이 넘버 1’이다. “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도 목사님이시다. 나를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해주신다”며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자랑(?)한다. 그녀는 또 올림픽 팀에 뽑힌 것을 알았을 때 소감을 묻자 “그냥 하나님께 감사했다”며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녀의 추가 설명을 들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힘든 선교사역을 위해 헌신중인 부모님께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9살에 올림픽의 꿈을 마음에 품은 뒤부터 끊임없이 기도한 그에게 하나님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적절한 때에 채워주셨다고 한다.
한창 코치들의 지도가 필요했던 시기에 한국에서 수중발레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전영신, 이수희 코치를 미국으로 오게 해 자신을 돌보아 주게 하셨고 오하이오 스테이트에서 4년간 풀 장학금을 오퍼해 수중발레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대표팀 훈련장이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집에서 먹고자며 편안히 훈련하게된 것 등은 모두 그녀에겐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내미신 하나님의 손길이었다. 일이 잘 안 돼 ‘왜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을까’라고 고민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이 다 자신을 더 축복하길 원하신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하루 10시간의 맹렬한 강훈이 계속되는 요즘도 하루 일과를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풀 안에서 포즈를 취한 미 대표팀. 뒷줄 왼쪽 2번째가 베키 김이다.
◎한류문화 전도사
미국에서 수중발레는 사실 백인일색의 스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미 대표팀에 비백인 선수는 중국계 미국인이 딱 한 명 있었고 베키 김이 두 번째다. 당연히 한인으론 그녀가 처음이다. 하지만 그녀의 백인 팀메이트들과의 관계는 친자매 이상으로 가깝다. 오하이오 스테이트 선배이기도 한 대표팀 선배 케이트 후븐은 “베키는 내가 만난 사람중 가장 진실하고 가장 친절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그 누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감탄한다. 훈련장 근처에 집이 있는 베키 김은 종종 이들을 집에 초대해 갈비 등 푸짐한 한국음식을 제공했고 파란 눈의 백인동료들에겐 이것이 최대 기쁨 중 하나가 됐다. 이들은 수시로 그녀에게 “베키는 좋겠다. 한국말도 하고 한국문화도 누릴 수 있고 이렇게 맛있는 한국음식도 먹을 수 있고…”라고 부러워한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는 직접 요리를 즐기는 베키 김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매운탕, 갈비, 만두, 떡 등이며 특히 무지개떡을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올림픽 감격은 가족과 함께
그녀는 지금도 올림픽 무대에 설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려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꿈에 그리는 올림픽 금메달도 베키 김에겐 전부가 아니다. 이기는 것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그 순간의 추억을 즐기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스페셜한 순간이라도 가족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가족들과 함께 그 순간을 누리고 싶고 감사하고 싶다.” 이번 올림픽에 베키 김은 무려 18명의 가족이 함께 베이징에 간다고 한다.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스포츠인이지만 그에 앞서 인생의 금메달이 더 소중함을 아는 베키 김. 그녀와 같은 젊은이들이 있는 한 세계로 뻗어가는 자랑스런 한인 2세들의 미래가 밝을 것임을 확신해도 될 것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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