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신문, 오바마 대통령, 매케인 대통령 가상시나리오 분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가운데 누가 더 미국을 훌륭하게 이끌 수 있을까.
8일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에서 미국 정치분야의 전문가인 루퍼트 콘월은 오바마가 당선됐을 경우와 매케인이 당선됐을 경우를 가정해 첫 임기가 마감되는 2012년의 미국과 세계 정세의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 시나리오는 단지 상상에 기반한 것이지만 두 후보의 노선과 정치적 배경,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 등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공감할 부분이 많다.
이 기사는 물론 이 두 사람의 단점과 단점과 대권가도에서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다뤘다.
◇대통령 버락 오바마
그의 첫 임기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2012년 재선운동에 돌입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여전히 근사한 인물의 표상이며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약속도 잊지 않고 있다.
공약대로 이라크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시켰으며 이란을 공격하라는 이스라엘의 압력을 계속 거부할 뿐만 아니라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란과 대화함으로써 이라크와 중동전역에 안정을 가져왔다.
더 중요한 점은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전임자인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중 손상됐던 평판과 선의를 상당부분 회복시켰다는 점이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관한 글로벌 협상에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환경문제가 외교정책에서 새로운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고 2008년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이 비판했던 것 처럼 미국의 적대국 입장에서는 오바마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도 아니다.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파키스탄 정부의 승인을 기다릴 것 없이 파키스탄 내부의 탈레반 및 알카에다 기지를 공격하는 등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초점을 맞춘 좀 더 영리한 방식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조차도 경제가 침체되면 군사외교의 위력도 약해진다는 역사의 철칙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부상은 계속되고 인도와 여타 개도국들은 더 많은 미국의 일자리를 갉아먹는다. 미국내 경기침체는 최악의 상황이다.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과잉을 해소하는 과정이 그의 첫 임기 2년의 발목을 잡았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물론 최상의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별반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엄청난 기대감속에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47세의 오바마는 1961년 백악관에 입성한 존 F. 케네디보다 6살이 많은 나이다. 오바마는 상원의원을 고작 3년 활동했지만 케네디는 8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그에 앞서 한차례 하원의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가 흑인이라는 점과 시카고의 거친 사우스사이드 빈민지역에서 지역활동가로 일했다는 배경보다는 그를 진정으로 구별되게 하는 점은 그의 일부분이 미국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어린시절 한때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했고 하와이로 이주했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매케인보다 더 세계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바마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케인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다른 나라들의 우려에 더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
오바마의 집권은 미국의 이익을 희생시키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이익이 어디에 놓여있는지에 대해 다른 인식을 제시할 수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미 국무부는 부시 집권시절 국방부에 뺏겼던 외교정책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핵확산과 빈곤, 기후변화 등과 같은 이슈에서 유엔과 국제기구 등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오바마는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국심을 입증하기 위해 옷깃에 성조기 배지를 달고 다녀야 하고 이란을 몰아세우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충성을 다짐할 것이다.
미국 국내 문제에 있어서 매케인이 보수주의자인만큼 오바마는 자유주의자다. 그러나 상.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매케인보다는 자신의 정책을 펼쳐나가는데 훨씬 유리하다. 70,80년대 미국이 우경화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왼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의 감세정책을 철폐하고 자본소득에 세율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낙태권리와 동성간의 결혼도 지지한다. 대법관도 자유주의 성향의 인물로 임명하고 보편적 건강보험의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연방정부의 역할도 커져야 한다.
◇오바마 앞에 놓인 도전
▲일천한 경험= 아마 그의 가장 큰 취약점이며 매케인은 이를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뽑는다면 이는 국가안보와 여타 주요 사안에 아무런 배경이 없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통령 후보와 안보팀 선정이 매우 중요해졌다. 워싱턴 분위기를 잘 아는 다소 강경성향의 인물을 물색해야 할 것이다.
▲대선 레이스= 오바마는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흑인 대통령을 뽑는 것에 반대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선 운동이 네거티브 양상으로 흐르면 오바마가 패할 수도 있다.
▲힐러리= 힐러리는 단지 여성 후보였던 것이 아니라 1천800만명의 지지를 끌어 모은 인물이다. 오바마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결속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힐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과 빈곤 백인층의 표심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오바마 자신이다.
◇대통령 존 매케인
역대 최고령으로 백악관의 주인이 된 매케인은 2012년 재선에 도전한다. 중동정세는 그가 2008년 오바마를 꺾고 당선됐을 때보다 더 힘한 수렁으로 빠져들어가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병력을 축소시켰지만 이란과의 냉전이 본격적인 전쟁으로 변모하고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음에 따라 이라크의 병력축소도 2010년 중단됐다.
매케인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협약에 서명하고 러시아와는 핵무기를 거의 모두 폐기하는 협정을 도출했다. 전세계에서 미국이 더 이상 희망과 정의의 횃불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부시 시절에 비해서는 혐오감이 덜해졌다.
국내에서는 그러나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 사이에 골은 더욱 깊어졌으며 2명의 대법관을 보수주의 성향의 판사로 임명함으로써 대법관의 인적 구성은 더욱 우경화됐다. 공약대로 세금을 감면했으나 재정지출도 삭감해 에너지 비용 앙등과 함께 빈곤층의 생활여건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됐다.
이 역시 가상의 시나리오일 따름이다.
매케인은 대중적 이미지와 실체가 불일치해 예측하기가 까다로운 인물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 처럼 매케인은 원칙이 문제가 될 때는 당의 방침에도 기꺼이 거부할 태세가 돼 있는 무소속에 가까운 사람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매케인 자신이 부시의 추종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때 사람들이 그를 신뢰한다. 사실 많은 이슈에 있어서 그는 실제보다 부시와의 거리는 더 큰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는 보수주의자이다. 그가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보수적인 미국이다. 이는 레이건에서 빌려온 것이다. 또 온정적 보수주의를 표방한 부시한테서도 빌려온 것이다.
몇가지 측면에서 매케인은 순수한, 그러나 자취를 감춘 보수주의로의 후퇴를 의미한다. 이러한 보수주의는 재정의 균형을 꾀하고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나 9.11테러 등과 같은 사태를 용납하지 않으면서도 미국민들이 생업에만 열중해야 한다는 점을 신봉한다.
매케인이 당선된다면 아마 최초의 `그린’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는 환경문제의 위협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데 서명할 것이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촉진하면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연료효율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 처럼 매케인은 제2의 부시일 가능성도 있다. 상원의원으로서 그는 고문에 반대하고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인권유린에 대해 반대하면서 백악관을 상대로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부시 대통령이 계속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타협하면서 지내왔다.
이라크 문제에서 미국이 처한 곤경을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이란 문제에 관한 한 부시보다 더 강경파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부시만큼이나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와는 군축협상을 타결짓겠다고 공약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방8개국 회담에서 러시아를 쫓아내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국내 문제로 눈을 돌리면 매케인은 낙태에 철저히 반대한다. 경제문제는 잘 모른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지만 부시의 세금감면 정책을 계속 유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매케인이 훨씬 더 보수적인 인사로 대법원을 채우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십년에 걸친 그의 정치적 유산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매케인은 스스로를 미국 보수주의의 원조인 배리 골드워터 전 상원의원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 한다. 그 자신이 86년 골드워터가 물러나면서 애리조나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매케인 앞에 놓인 과제
▲나이= 72세는 미국 역대대통령으로는 최고령에 해당한다. 종전의 기록은 68세에 집권한 레이건이 보유하고 있다. 그의 의료기록은 흑생종 피부암의 위험성이 있지만 건강체임을 보여준다. 만약 재선에 도전할 의지를 분명히 한다면 건강이 문제가 될 것이다. 오바마 진영은 매케인이 몇몇 이슈에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일 때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시= 매케인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부시와의 거리를 두는 문제다. 오바마 진영은 매케인의 당선이 부시의 3번째 임기나 다름없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미국민의 70%가 부시를 지지하지 않지만 매케인은 부시를 지지하는 나머지 30%의 표심도 얻어야만 한다.
▲공화당 = 매케인은 무당파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지만 공화당의 밑바탕인 보수주의 유권자들로부터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기독교 우파진영과 화해를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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