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를 보고 즐거워하는 리씨 가족들.
리씨가 타이주에 있는 차 딜러에서 차를 고르고 있다.
차 있어야 여자친구와 결혼도 할 수 있어
싼 중국 브랜드보다 세련된 외제차 인기
중국 저장성의 시골 마을 슈앙먀오에 사는 농부 겸 시계 수리공 리리푸(46)씨는 자동차에 큰 투자를 했다. 차가 있으면 22살, 24살 난 아이들이 결혼해 손주를 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1년 반 뒤 계획은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9,000달러의 거금을 들여 중국 토종 브랜드인 지리 승용차를 구입한 후 두 아들 모두 곧 여자 친구가 생겼다. 큰아들은 여자 친구와 한참 차를 타고 다니더니 곧 결혼했다. 서방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대개 중국의 해외 석유 의존도, 철강 등에 대한 수요 증가, 지구 온난화 등이 주요 의제가 된다. 그러나 정작 중국인들은 미국인들과 같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동차산업 전문분석기관인 JD 파워에 따르면 중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80%의 주인은 생애 처음으로 차를 구입한 신규 고객이었다. 지난 4년간 이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그 비율이 1%도 안 된다.
중국은 현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시장이다. 중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2000년 이후 무려 8배 이상 급증, 중국은 이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 됐다.
주목할 만한 최근 추세는 차를 고르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차를 사는 중국인들도 좀 더 세련되고 큰 자동차를 원한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이 연 20% 성장하는데도 지리, 치루이 등 한때 서구 자동차 업체들을 긴장시켰던 토종 자동차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그 덕을 보는 것은 GM의 뷰익 엑셀, 폴크스바겐의 제타, 도요타의 캠리 등 해외에서 디자인 된 글로벌 기업들의 합작 모델들이다. 전에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이들이 저가 중국 자동차 회사와의 경쟁에서 뒤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JD 파워 중국 지사의 마이클 던은 “눈이 높아진 중국인들의 이제 더 크고 유명한 브랜드를 원하고 있다”며 돈을 좀 더 모을 때까지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소형차 대신 중형차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2006년 가을 리씨 가족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리씨는 첫 차를 사는 날 너무 흥분돼 새벽에 일어났다. 그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아침상을 차려주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오랫동안 기다리던 길을 떠났다. 인근 도시 타이주에 있는 자동차 딜러에게 간 것이다. 가는 동안 너무 흥분돼 등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는 검은색을 원했지만 아들들은 하얀색을 사달라고 했다. 그것이 신세대 색깔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아들 말에 따르기로 했다. 리씨는 흰색 지리 킹콩 세단을 테스트 드라이브 해 본 뒤 9,000달러에 달하는 현찰을 주고 차를 샀다. 라이선스 판을 얻으려면 나중에 1,000달러를 더 내야 한다.
“앞으로 며칠간 모든 사람이 차를 몰아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실 그랬다. 언젠가는 차를 몰고 베이징이나 티벳까지 가보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운전 교육을 더 받아야 할 것이다. 차가 있는 바람에 대량의 꽃 주문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고객들이 차를 타고 가면 놀라 흥정이 쉽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생의 대부분을 조상들이 대대로 살던 산기슭 마을에서 보냈다. 아메리칸 드림의 중국판인 그는 독학으로 시계 고치는 법을 배웠고 인근 안휘성 탄광 광산주의 시계를 고쳐주는 바람에 그곳 십장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돈을 모아 집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5명의 직원을 고용, 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그 차가 없었다면 아이들이 장가도 못 갔을 것”이라면서 “며느리들도 우리 아들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80년대 그가 아내와 결혼했을 때는 자전거만 있으면 충분했다. 아내를 싣고 달리느라 자전거 바퀴를 6번이나 갈아야 했다.
리씨의 첫째 아들은 아버지가 차를 산지 몇 달 뒤 셀폰 회사인 차이나 모빌의 예쁜 세일스우먼과 만나 5달 만에 결혼했다. 이 아가씨는 요즘 중국에서는 차를 타고 다녀야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펄쩍 뛴다. 자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여자들도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차를 산 기쁨의 와중에 비극이 닥쳤다. 리씨와 그의 부인이 암에 걸린 것이다. 7,000달러를 들여 고친 결과 아내의 암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암의 두 차례의 수술에도 불구, 차도가 없었다. 병원비만 4만 달러가 들었다.
건강 보험은 1년에 1인당 4,300 달러밖에 지불해주지 않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물건을 팔아도 빚이 남았다. 2주 후에는 상하이에 있는 병원에 가 다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자기 차를 타고 갈 수는 없다. 수술비 마련을 위해 작년에 8,000달러에 팔았기 때문이다.
명색은 공산국가지만 실제로 사회 안전망이 없는 중국에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많은 가정이 중산층 대열에 진입, 차를 사지만 또 다른 많은 가정은 사업 부진이나 의료비 때문에 중산층 대열에서 탈락한다.
인근 마을에서 사는 기계 수리공인 주진영씨는 스몰 비즈니스가 잘 돼 1994년 싼 중국차를 샀지만 나중에 장사가 안 돼 다시 팔아야 했다. 리씨 가족은 최근 또 다른 비극을 경험했다. 둘째 아들이 차 덕에 공장 매니저의 딸과 사귀게 됐지만 공장 매니저가 직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씨는 낙천적이다. 리씨는 “건강이 회복되고 돈을 벌면 더 크고 좋은 차를 살 것”이라며 목표를 오히려 높였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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