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모니카의 한 가방가게. 대부분의 고객들은 불경기를 맞아 가격을 깎으려 든다는 게 업주의 설명으로, 어쩔 수 없이 에누리를 해준다는 푸념이다.
디스카운트 푯말이 붙은 상품들. 세일 품목일수록 에누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인 67%가 물건 살 때 값 깎기 나서
대형체인도 판매원에 디스카운트 재량권
실업자가 늘고 있다. 주식 값은 들쭉날쭉 도무지 안정성이 없다. 경제 전문가란 사람들은 저마다 불경기를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사든 정찰 그대로 값을 주고 물건을 사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봄철이 됐으니 새 옷도 사야겠고, 플랫 스크린 TV는 군침을 돌게 한다. 또 포도주가 엎질러져 얼룩진 카우치도 새 것으로 갈고 싶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싸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가격을 깎는 것이다.
외국의 바자나, 중동의 양탄자 시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물건을 살 때 에누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오랜 샤핑 테크닉이 요즘에는 미국의 몰이나, 메인 스트릿에서도 통한다.
상점들은 물건이 안 팔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소비자들은 둔화된 경제로 곤란을 느낀다. 이런 상황이 물건 값을 흥정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 깎기가 그 어느 때보다 성행하고 있다.” 소비자 행태 조사기관인 아메리카 리서치 그룹의 브리트 비이머의 말이다. 그가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중 67%는 지난 3개월간 물건을 사러 가 가격을 깎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에누리 흥정은 커다란 체인 스토어보다는 독립된 상점에서 더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그 주된 이유는 작은 상점의 업주나 매니저는 전국적 체인 종업원에 비해 물건 값을 깎아주는 데 더 많은 재량권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그런데 변하기 시작하고 있다. 대형 체인 스토어들도 판매원들에게 디스카운트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주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전자제품 등 빅 티켓 아이템으로 불리는 물건일 수록 더 그렇다.
체인 스토어에서 가격 흥정을 하는 것은 점잖지 못한 일로 치부됐었다.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에누리 흥정은 그러나 아직 마음이 약한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정찰제가 뿌리 내린지 오래됐다. 이런 미국적 문화에서 백화점에서 값을 깎는다는 건 익숙하지 않은 행태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에누리에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는 업주에게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 어조에 먼저 달려 있다는 게 샤핑 전문가인 크리스틴 실베스트리의 충고다. 거만하거나, 강압적인 어조로 접근할 때 흥정은 깨지기 십상이다. 그녀의 충고는 선반에 오랫동안 쌓여 있는 상품을 먼저 눈여겨보고 흥정에 나서라는 것이다. 그런 물건일수록 팔리지 않아 업주는 안달이 나있게 마련이니까.
사전에 준비를 하고 흥정에 임하라. 이 방면에 상당한 명성을 쌓은 조 마인도프너의 말이다. 그는 기타 센터에서 1,400달러짜리 사운드 시스템을 800달러에 구입했다. 이런 빅 티켓 아이템은 곧잘 세일에 부쳐진다. 그 세일가격보다 300달러 정도 더 싸게 사들인 것이다.
그 비결은 뭘까. 사전준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철저한 가격 조사를 한 다음 세일즈맨을 대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온라인에는 이런 가격이다, 그러니 값을 깎아달라는 식의 흥정을 하라는 것이다.
터프하게 흥정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집요하게 값을 깎아 세일즈맨을 괴롭히는 것만이 훌륭한 전략인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전문가의 충고다. 물건 값을 흥정할 때에는 아주 조용히 하라는 얘기다. 큰 소리로 값을 깎으려드는 고객을 판매원들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깎아주고 싶어도 다른 고객들이 듣고 모두 그런 요구를 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용히 접근을 할 때 그 흥정은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
세일즈 택스를 제해 달라는 것도 효과적인 흥정방법이라는 게 또 다른 충고다. 특히 현금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성공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물건을 구입할 것같이 체크 북이나, 크레딧 카드를 내보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확실한 고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급 백화점에서는 디스카운트 쿠폰을 발행했는지 묻는 것을 잊지 말아라. 이어지는 충고다. 그럴 경우 십중팔구 판매원들은 쿠폰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백화점 단골임을 주장하고 보다 좋은 가격을 요구하라는 것. 이 역시 흥정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러 전문가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샤핑을 할 때 좌우간 깎아달라고 요구를 해서 손해를 볼 게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경기를 맞아 업주측은 그런 에누리 흥정을 해 와도 결코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물건 값 깎기’ 요령
에누리 흥정에 성공하려면 어떤 자세가 요구될까. 전문가들에 제시하는 몇 가지 비결을 소개한다.
▲나이스하게 대하라: 물건이 좋다고 칭찬부터 하라. 자신이 취급하는 물건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고객을 업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3개 사면 하나는 공짜: 이런 식의 흥정을 하라. 몇 가지를 한꺼번에 사면서 덤을 요구하거나, 디스카운트를 요구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현금은 왕이다: 작은 상점이나 부틱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세일즈 택스를 제해 주는 경우가 꽤 많다.
▲세일품목을 눈 여겨 보아라: 세일로 나온 물건일수록 에누리 성공 가능성이 높다. 잘 안 나가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요가 높은 물건은 값을 깎으려 들지 않는 게 좋다.
▲타이밍이 모든 것이다: 시즌과 시즌 사이, 그럴 때가 에누리의 황금계절이다. 새 계절을 맞아 새 상품이 진열되면서 시즌이 지난 상품은 때로 처치 곤란일 때가 있다. 이런 기회를 노려라. 하루 중에는 상점 문을 닫으려 할 때가 에누리의 타이밍이다. 문 닫기 전에 판매고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게 업주나, 판매원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항상 물어 보아라: 백화점 등 대형 체인 스토어에 갈 때는 디스카운트 쿠폰을 발행했는지 물어라. 그럴 경우 판촉을 위해 판매원들은 거의 반드시 할인쿠폰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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