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라는 표현이 있다.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아무리 튼튼한 낙타의 등뼈라도 질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으며 지푸라기 하나의 무게만큼이라도 이를 넘어서는 순간 부러지고 만다는 뜻이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말도 있다. 섭씨 99도의 물과 100도의 물은 거의 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100도에 다다르는 순간 물과는 전혀 다른 수증기로 변해 버린다. 아슬아슬한 차이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마지막 지푸라기’와 같다.
12일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워싱턴 DC에서 열린 소위 ‘포토맥 예선’에서 예상대로 버락 오바마가 승리했다. 흑인이 많은 DC에서는 표 차가 3배, 버지니아도 거의 2배가 났다. 이로써 오바마는 대의원 수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앞서 가기 시작했으며 이긴 주 수로도 명실상부한 선두주자가 됐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출구 조사 결과 나온 유권자들의 마음이다. 지금까지 오바마를 지지해온 젊은 층 고소득층, 중도파는 물론이고 힐러리의 표밭이었던 노년층, 저소득층, 백인들까지 오바마로 돌아선 것이다.
연 5만달러 이하 소득 유권자의 경우 오바마가 힐러리보다 버지니아에서는 26% 포인트, 메릴랜드에서는 24% 포인트 앞서 나갔다. 네바다와 가주에서 힐러리가 이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라티노마저 반반으로 갈렸다.
설상가상으로 라티노로는 최고위층이던 힐러리 캠페인 매니저가 사임하면서 뉴욕 주 라티노 정치인들의 항의 편지가 쏟아지는 등 히스패닉 계가 동요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라티노의 민심이반이 계속될 경우 3월 4일 이들이 많은 오하이오와 텍사스 예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힐러리로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가 이긴 군소주는 대세에 별 영향이 없고 오하이오와 텍사스가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 두 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힐러리 진영의 모습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무시하고 플로리다에 올인 했다 망한 루디 줄리아니를 연상시킨다.
물론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아이오와에서 졌다 예상을 뒤집고 뉴햄프셔에서 승리했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패배한 후 가주와 뉴저지에서 이겼다. 2월에 연패하더라도 3월에 반전을 이루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바마 진영은 돈이 넘치고 활기가 돌며 지지 계층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반면 힐러리 진영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수퍼 대의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들도 승승장구하는 오바마를 놔두고 내리 연패만 하는 힐러리를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3월 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않는 한 힐러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희박한데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어려워 보인다. 오바마 대세론이 힘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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