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뉴욕에서 앤디 워홀의 작품 ‘리즈’가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이 작품은 2,100만달러에 팔렸다.
주요경매 열렸다 하면 수억 달러 오고 가
달러 약세·신흥부자 등장이 호황 원동력
워홀 비롯한 현대 미국작가 작품 최고인기
금융시장의 요동 속에서도 미술품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금년도 가을 뉴욕 경매시장에서 미술품들은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대단히 높은 액수들에 거래됐다. 특히 전후세대 현대 미술품들이 강세를 보여 이런 작품들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런 기록적인 경매실적은 소더비 같은 대형 회사들에 수십억 달러를 안겨주며 이것은 곧 건실한 수익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매시장에서 거래가 생각처럼 잘 성사되지 않을 경우 경매회사들은 휘발성이 강한 상황에 노출된다.
“가격에 거품” 지적도
금융시장 요동 속에서도 미술품 시장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러화의 약세와 전 세계적인 부의 증가, 그리고 종전에 미술품 시장과 별 상관없었던 국가들로부터의 신규 바이어들의 등장이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5년 사이 러시아와 중국, 인도, 그리고 중동 지역 바이어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미술품 시장의 호황을 이끌었다.
이런 호황은 특히 미국의 금융부문의 극심한 부진 속에서 이뤄졌다. 외국 바이어들의 유입과 경제의 불확실성에 전혀 영향 받지 않는 미국 바이어들의 매입으로 미술품 시장은 전반적 경제불황 속에서도 끄떡없었다. 이런 미술품 구매자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아낌없이 미술품 구입에 쏟아 부었다. 지난 5월 한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의 작품이 7,100만 달러 이상의 가격에 팔렸다. 이 경매에서만 총 3억8,500만달러 어치의 작품들이 거래됐다. 11월 경매에서는 마티스의 작품이 3,360만달러에 팔렸다.
이 경매의 거래 총액은 무려 4억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이번 달 초 한 경매에서는 3.25인치짜리 석회석 사자상 조각이 5,700만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미술품 시장이라고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소더비는 지난 11월 개최한 모던 및 인상파 작품 경매에서 체면을 구겼다. 당초 2,800만달러에서 3,500만달러 사이에 팔릴 것으로 예상됐던 반 고흐의 ‘밀밭 그림’(The Fields)이 매매되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도 당초 기대가를 밑도는 가격에 경매됐다. 그리고는 그날 곧바로 소더비의 주가가 28%나 폭락했다. 소더비의 팔리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판매자들을 위해 책정하는 보증금이 과다하다는 투자가들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예술품 관련 금융사인 ‘아트 캐피탈 그룹’의 CEO인 이안 펙은 “이런 시장 상황이 던지는 메시지는 경매에 나온 작품들이 과다하게 평가된 반면 작품의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작품 가치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려고 한다면 시장은 당연히 ‘노’를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흐의 작품이 나중에 2,000만달러 정도에 팔린 것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펙은 그러면서 미술품 투자가들에게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향후 시장상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은 내년까지 시장상황을 주시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했다. 일반적으로 미술품 시장은 다우존스 등 경제 지수들에 비해 6개월에서 8개월가량 후행성을 보인다. 따라서 금년 여름부터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이 미술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펙은 “미술품 시장이 경제적 위기를 잘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편다. 미술품 구매자들을 위한 프라이빗 뱅커인 그의 회사에는 미술품 구입을 위한 융자신청이 늘어나고 있으며 경매사 관계자들도 월스트릿으로 인한 영향은 별로 실감하지 못한다는 반응들이다. 뉴욕의 미술품 거래 전문 컨설팅사인 ‘미첼-인스 & 내시’의 데이빗 내시는 “주위, 특히 뉴욕을 봐라. 모든 이들이 금융시장 경색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억만장자들처럼 보인다”고 미술품 시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경매시장에서 모든 시기의 작품들이 다 잘 팔리지만 특히 워홀과 마크 로스코 같은 현대 거장들, 그리고 리처드 프린스, 대미언 허스트 등 현존 화가들의 작품이 뜨겁다. 아랍 에미리트를 비롯한 오일 머니가 위세를 부리는 국가들에서는 키스 헤어링, 장 미쉘 바스키아, 그리고 워홀 같은 현대 미국작가들의 작품들이 특히 인기가 높다.
펙은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돈의 대부분은 현대작가들의 작품에 집중되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의 ‘새로운 돈’은 서구 미술작품들에 대한 끝 모르는 관심을 식욕을 보인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지난 한해동안 일부 작품들의 경우 가격이 2배에서 3배까지 폭등했다. 미술품 시장 동향을 분석하는 전문회사인 ‘메이 모지스’의 공동 창업자인 마이클 모지스는 “역사상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부가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전례 없던 일”이라며 이 때문에 미술품 구매자들이 글로벌화 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술품 시장은 평균 18%의 수익률을 보였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감안할 때 그리 나쁜 실적은 아니다. 한 전문가는 “미술품을 사려는 사람들과 돈은 항상 있으며 경제상황 때문에 지금은 사지 않겠다고 말하는 구매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헤지 펀드 매니저 스티븐 코언
미술품 시장의 ‘큰 손’
마릴린 먼로 초상화 등
현대작품에 수억달러
지난 5월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이 그린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 한 점이 헤지펀드 업계의 ‘큰 손’에게 넘어갔다. ‘청록 마릴린(Turquoise Marilyn)’을 사들인 주인공은 지난해 헤지펀드 업계 수입 5위에 오른 스티븐 코언. 코언측은 매입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구입 가격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이 작품을 사기 위해 지불한 돈은 8,000만달러에 가까운 돈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록 마릴린’은 바탕색을 달리한 워홀의 마릴린 초상화 중 하나. 종전까지 마릴린 초상화 중 최고가는 ‘레몬 마릴린’으로 지난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800만달러에 팔렸다. 앞서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오렌지 마릴린’은 1,620만 달러에 낙찰됐다.
개인간 거래로 이번 작품을 사들인 코언은 헤지펀드 업계에서 ‘수입’뿐만 아니라 고가 예술품 수집으로도 유명한 인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AC 캐피탈 어드바이저스 매니저인 코언은 지난해 9억달러를 벌어들여 업계 5대 머니메이커에 랭크됐다.
예술품 수집광인 그는 지금까지 6억달러 이상을 예술품 구입에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윌럼 드 쿠닝의 작품을 1억3,750만달러에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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