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가족애 느끼는 세모 기원
필자는 지난주에 두 여동생과 함께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의 스와니(Swannee)라는 곳을 다녀왔다.
지난해에 72세를 일기로 작고한 전직 언론인이었던 오빠의 일주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오빠는 지난 10년 동안 그 곳에서 살았었고, 스와니라는 지명은, 실제로 그 강이 그 곳에서 흐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이민 1세들의 기억에는 Stephen Foster의 애절한 노래, “스와니강”으로 익숙한 지명이다.
스와니강은 조지아주의 Okeefenokee Swamp에서 시작하여, 플로리다의 화이트 스프링스를 거쳐 걸프만으로 흐르며, ‘스와니강’은 현재 플로리다의 주가(State Song)이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는 시작과 끝이 있음을 삼단논법처럼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끝막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부모나 친척의 것일 때에는 더욱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오빠의 죽음을 이토록 애도하는 것은 아마도 지극히 상식적이고, 지극히 인간적이며, 품성이 착하고 어진 오빠를 떠나보낸 상실감 때문이리라.
실로 필자는 지난 한 해를 ‘초겨울의 텅 빈 들녘’과 같은 헛헛함으로 보냈다고 여겨진다. 오빠의 죽음은, 여고시절 하학 후에 집에 돌아왔을 때에, 어머니가 집에 안계셨을 때에 가졌던 “온 세상이 텅 빈 것 같았던 느낌”이나,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 가졌던 “고아가 된 것과 같은 느낌”과는 다른 빛깔의 슬픔을 안겨 주었다.
오빠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던 과학자도, 권력을 한 손에 쥐락펴락하던 정치인도 아니었고, 호랑이처럼 가죽도 남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하나뿐인 오빠였고, 우리 가정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돌이켜 보면 필자는 오빠의 인간적인 면을 무척 좋아했었던 것 같다.
오빠는 우리들의 부모님이 항상 “사람이 그래서는 쓰나, 사람으로서는 그래서는 안 되지”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 왔고, 온 가정의 평화와 화목을 무엇보다 중요시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오빠를 남편처럼, 자식처럼 의지하고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께 “어머니, 그래서 되겠어요?”하고 한 번도 어머니의 의사를 거역한 적이 없었다. 중풍으로 쓰러져 16년 동안이나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불평 한번 없이(착하고 어진 올케 언니와 함께) 간병했던 일등 척박한 이민생활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범적인 가장이었다.
공자는 “수신제가 후에 치국평천하 하라”고 했지만, 오빠는 치국평천하까지는 못하였지만 수신제가는 충분히 했던 사람이었고, 자기의 분수를 알았었다 .
소위 요즈음 한국의 정객들 중에는 식언을 밥 먹듯이 하고 ‘수신’조차도 안 된, 만인의 신임을 무참히 저버리고 ‘치국’한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음을 볼 때에, 오빠처럼 소시민으로서 평범하게 살면서 아들로서, 가장으로서, 성실한 남편으로서, 자기 의무를 다하고, 또 여동생들에게는 다정다감한 오빠로서, 항상 가족들에게 너그럽고, 따뜻하고, 여러 가족간의 화목을 다지는 것이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 “이 아닌가 한다.
박인노의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가져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서러워하노라”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애도하는 시조이나, 살아 계실 때에 잘하라는 의미는 형제간에도 적용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모에 Stephen Foster의 스와니강이 이처럼 우리들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우리가 살던 옛 고향과 사랑하는 가족, 일가친척들과 따스한 난롯가에 앉아 도란도란 정다운 얘기를 나누던 시절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
한인 이민가정의 자녀들이 이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하는 부모형제가 있는 집”을 그리워하고, 같이 푸근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세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비슷한 정서를 공유토록 도모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애정은 더욱 끈끈하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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