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생계비 위해 일하며 대학 꿈 키우는 제시양 감동
이번주의 칼럼과 다음번 칼럼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착한 학생 두 명에 대한 얘기를 해본다.
좋은 성적을 받아서 명문대학에 가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고 있는 요즈음 세상에서, 자신의 이익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씨를 지닌 이 여학생과 남학생의 행동이 나에게 오랜만에 신선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먼저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서, 일주일에 30시간을 일해야 하는 여학생의 얘기부터 한다.
현재 11학년에 재학 중인 제시는 공부는 중간 정도로 하고 있지만, 항상 웃는 얼굴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함께 얘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학생이다.
그런데 장래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제시의 성적이 지난 2년 동안 중간 정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성적이 항상 중간에서 맴돌고 있지? 이번 학년부터라도 성적이 대폭 오르지 않고는 의과대학에 가기 전에 대학에 들어가는 것부터 힘 든다는 것 알고 있니?”
이런 나무람조의 질문에, 제시는 멋쩍은 듯 웃으면서, 성적을 썩 올리지 않으면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공부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대답이었다.
제시는 매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새벽까지, 토요일과 일요일 온종일 패밀리 식당에서 일을 해서 한 달에 1,000달러 가까이 번다고 하였다. 그렇게 번 돈을 어디 쓰느냐고 물었다. 장래 대학 학비에 보태려고 저축을 하는지, 또는 옷이나 핸드폰 같은 개인용품을 사는데 쓰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선생님, 지금 제가 입고 있는 티셔츠 보세요. 8학년 때부터 입었던 것 아직도 입고 있어요. 저는 돈을 벌어서 아주 조금만 남겨놓고, 아버지, 어머니에게 다 드려요. 아버지 어머니는 이 돈을 매달 아파트 렌트 내는데 보태 쓰세요.”
내친 김에 이것저것 집안 사정을 물었다.
집안 식구는 자신을 포함해서 아버지·어머니·오빠·여동생까지 5명인데, 부모가 수입이 일정치 않은 노동을 하고 있어서, 오빠와 자기가 보태지 않으면, 매달 렌트와 식비 같은 기본 생계비조차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어느 날인가 학교에서 집에 와보니, 냉장고는 텅 비어 있고, 어머니는 저녁준비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날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한 어머니가 장 볼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시는 자기가 조금씩 모아놓은 돈을 꺼내서,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보고 그 날 저녁 식구들이 제대로 식사를 했다고 했다. 시장을 보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위로해 드렸다는 착한 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가끔 멕시코에 있는 친척들이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기 부모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할 때에는 정말 난감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급하다는 친척을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마련해 주려고 애쓰는 인정 많은 자기 어머니를 존경한다고 했다.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고, 불만에 찬 기색도 없이 명랑한 표정으로 어려운 집안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 TV도 안 보고, 자는 시간도 줄여서, 성적을 올려보겠다고 다짐하는 제시가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마침 이번 학기의 첫 번째 성적표가 며칠 전에 나왔다. 그리고 제시의 성적이 지난해에 비해 약간 상승된 것을 보았다. 주중에는 아예 TV를 안보고, 공부에 열중하겠다는 결심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짐작하였다.
역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낙천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제시의 앞날이 반드시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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