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자아성장의 디딤돌
2007년 대학진학 결과를 종합해 보면 초기 이민자 한인 학생들의 대학 합격률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초등학교 때 이민 온 한인 학생들의 합격률에 비해 훨씬 높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 대학입학 사정 때 그들의 경쟁 대상이 미 전체 고교 졸업생과 비교되기 때문에 입학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초기 이민자 학생의 경우 그들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기 때문에 그들의 합격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사립대학을 지원할 경우 한인 학생들이 똑같은 조건의 미 전체 고교생들과 경쟁을 하게 되면 학교 성적은 물론이고 심도 있는 교내활동과 과외활동 그리고 봉사활동 등 학생의 종합적인 평가로 인해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명문 사립대학보다는 만만한 주립대학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초기 이민자의 경우는 다르다. 높은 수준의 수학과 과학 과목을 택하여 좋은 점수를 받아 GPA를 높이며, 거기에 자신 있는 한두 개의 다른 AP 과목에 도전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면 명문 UC는 물론이고 명문 사립대학에도 합격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고교를 졸업하고 언어와 환경을 극복하여 대학 진학에 대한 강한 의지와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이러한 초기 이민자 학생들에게 대학문을 열어 주고 격려하며 그들을 반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들어간 초기 이민자 학생들의 대학 생활은 영어 수업으로 인해 대학이 고교생활의 연장이고 학기 내내 가슴 졸이며 힘든 시간을 지낼 수밖에 없다. B학점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4년 내내 밤 새워 공부해야 하고 경쟁으로 인해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을 듣기 시작하면 쉬운 전공으로 바꿔 ‘일단 졸업이나 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위험은 있다. 대학 진학에 대한 성취동기가 높은 대신 일단 들어가고 난 후에 경쟁이 현실이 된 이상 힘겨운 영어 수업 때문에 한국처럼 들어가기만 하면 끝나는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기대 했다가는 큰일이다.
그뿐 아니라 높은 학비를 생각하면 늘 정신적인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계획 없이 ‘무조건 들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다. 학비를 벌면서 학업을 따라간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이중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의 기대와 대학 후 진로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막상 자신들이 생각했던 진로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던 막연한 결정에 힘들여 들어간 대학에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겐 대학 4년이 취업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사회진출을 위한 발판이다.
대학 입학이 주는 의미는 대학 생활을 통해 사회로 들어서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느긋하게 영어 공부에 살을 붙이고 타인종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며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를 시작으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학이 주는 진정한 의미가 정작 학생이 추구하는 졸업장인지 아니면 대학 4년을 통한 자아 성장과 발전을 위한 디딤돌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다.
초기 이민자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대한 높은 열정을 끝까지 안전하게 이끌어줄 수 있는 길은 실질적으로 자녀가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처음 몇 년간은 부모가 학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인턴십이나 사회봉사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초기 이민자 자녀의 대학 입학에 대한 부모의 현실적인 방안이다.
지경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