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군정당국의 무력진압으로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국민의 가슴에 남은 상처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위험을 무릅쓰고 이번 민주화시위에 대해 이야기한 평범한 미얀마 국민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이들이 전한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경험에 대한 것이었지만 분노와 좌절, 공포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용기를 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평범한 미얀마인들의 신원을 익명으로 밖에 처리할 수 없었으며 그 자체가 미얀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군정의 무자비한 시위진압을 목격한 한 주부 =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시위에 동참하지도 않았음에도 아무 이유없이 구타를 당했다.
시위와는 상관없이 혼자 서있던 한 소년은 군인에게 두들겨 맞은 뒤 붙잡은 시위대를 태운 트럭으로 옮겨졌다. 이 소년이 적재함에 오르다 떨어지자 경찰이 커다란 막대로 소년의 등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외아들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군 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으며 그녀의 아들은 아직도 실종상태이다.
◇ 불신을 키우는 군정에 대해 이야기한 한 청년 = 더 이상 사람들 간의 인간관계는 없다. 모든 것이 깨졌다. 보안당국은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체포할 것이다. 감시의 눈초리 때문에 다방에서조차 우리는 이번 일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낯선 사람에게는 절대 말을 걸지 않는다. 시장에서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며 모든 것이 비밀이다. 술집도 텅 비어 있다.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못하는데 무슨 재미로 술을 먹겠는가. 지금도 라디오를 통해 외국방송을 들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닐 것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속으로 분노를 불태울 것이다.
◇ 군부에 대한 승려들의 공포를 목격한 한 교사 = 우리는 군사정부를 묵인함으로써 우리의 문화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존경하는 것들이 모욕을 당했다.
나는 더 이상 이것을 참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 인과응보가 따르기를 기대할 뿐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국이 시위대에 발포를 한 이후 승려들의 얼굴에서 이전까지는 전혀 보지 못한 것들을 보았다.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이었다.
젊은 승려들은 수행을 계속할 도덕적 용기를 상실한 채 환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승들의 설득으로도 젊은 승려들의 환속을 막지 못한다는 것만큼 최악의 일은 없다.
◇ 시위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업가 = 나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평화적인 시위에 참여했다. 또 다시 평화적인 시위가 있다면 참여할 것이다. 그러나 미얀마에 대한 제재는 반대한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열린 마음을 갖게 됐으며 이런 경험이 나의 삶을 바꿔 놓았다. 미국에서 발견한 자유를 사랑한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군인이 됐을 수도 있으며 지금 우리가 나눈 대화를 밀고 하는 밀고자가 돼 있었을 수도 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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