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전국 곳곳에서 따가운 시선
무슬림 건물 들어선다면 “무조건 안된다”
워싱턴 D.C.와 볼티모어의 교외지역에 있는 워커스빌이라는 작은 마을이 요즘 술렁이고 있다. 파키스탄계 이민자들이 그 도시 외곽의 농지를 사들여 무슬림 회당 겸 레크레이션 센터를 지으려고 하자 주민들이 반발을 하고 나선 것이다. 9.11 참사 이후 고조된 반 무슬림 정서는 시간이 가도 가라앉을 줄 모르고 미국의 무슬림들이 겪는 상처는 깊어만 간다.
<글레이드 그리스도 연합교회의 제럴드 핸베리 목사. 그는 종교 때문에 토지 사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신앙 때문에 파키스탄에서 쫓겨났는데 미국에 오니 다시 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군요. 이중의 고통입니다”
60세의 파키스탄 태생 이민자 인티사르 아바시의 말이다. 약학 전공으로 미 육군에서 세균전 예방접종 만드는 부서에서 일하다 은퇴한 그는 워커스빌 주민들이 외부인들, 특히 무슬림들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속한 아마디파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해서 마을 사람들이 조금만 알아보면 건축 프로젝트를 반대할 이유가 없는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미국에서 무슬림 단체들의 건축 계획이 반대에 부딪친 것은 워커스빌이 처음이 아니다. 무슬림 커뮤니티 센터나 회당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려 하다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이도 저도 못하고 중단 상태에 있는 곳이 여러 군데이다. 플로리다의 폼페이노 비치, 뉴저지의 로커웨이, 루이빌 등지에서 무슬림 건축 프로젝트들이 발이 묶여 있다.
프로젝트 반대자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교통 체증 우려, 세수 감소 등. 하지만 진짜 이유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라고 미국 이슬람 관계위원회의 이브라힘 후퍼는 말한다.
“종종 주차 문제나 교통체증문제 혹은 다른 법률적 이슈들을 들고 나오지요. 하지만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무슬림 회당이 테러리즘 센터로 쓰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지요. 9.11 이후 우리 무슬림이 살아내야 하는 불행한 현실입니다”
<아마디파 교도인 인티사르 아바시(왼쪽)와 만수라 마릭크. 이들은 워커스빌의 농지를 구입해 다목적 레크레이션 센터를 건축하려 하고 있다.>
아마디 무슬림 커뮤니티 센터 건축안에 대해 워커스빌 주민들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지난 8월의 공청회 참석 열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워커스빌 전체 인구는 6,000명. 그중 300명 이상이 공청회에 참석했다.
프로젝트는 농지를 매입해 남성용, 여성용 체육관을 포함한 다목적 레크레이션 센터를 지어서 그 지역에 사는 아마디파 22 가구의 기도모임, 종교공부모임, 운동모임 장소로 쓰게 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매년 3일에 걸쳐 열리는 연례 컨벤션을 이곳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는 데 이때는 매일 5,000명이 모인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주된 반응은 거의 ‘무조건 안된다’ 수준. 공청회가 끝난 후 한 도시계획 커미셔너는 조닝관련 조례를 바꿔서 농지로 규정된 지역에는 예배장소나 학교, 사적인 클럽을 일체 짓지 못하도록 금지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은퇴한 그래픽 디자이너인 70세의 클락 밀리슨 같은 사람은 특히 강경한 반대파.
“나는 무슬림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를 장악해서 우리 모두가 죽기를 바란다고 나는 알고 있다”
이런 잘못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아마디파 커뮤니티는 자신들을 바로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공청회를 열고, 신문에 광고를 내고,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하고 가가호호 방문을 하고 있다. 아마디파 무슬림들이 보기에 교통체증에 대한 주민들의 염려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진짜 걱정은 워싱턴과 볼티모어의 베드룸 커뮤니티인 이 마을이 백인지역이라는 특징을 잃어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워커스빌의 시장인 랄프 위트모어 역시 이 점을 수긍한다. 주민들 중 많은 수는 무슬림 그룹이 자신들 속으로 들어오는 게 무조건 싫다는 것이다.
워커스빌의 18개 교회 목사들 중에서도 극소수를 제외하면 모두 아마디파의 건축안에 반대하고 있다. 무슬림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제럴드 핸베리 목사는 주민들의 반응에 유감을 표시한다.
“무슬림 그룹이 우리 동네에 와서 뭘 하든지 상관없이 극력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토지 사용이 종교적 믿음에 기초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연방법은 지방 정부가 조닝과 관련, 특정 종교단체를 타깃으로 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체증 등 합법적 이유들을 겉으로 내세우면서 반대할 때 이것이 특정 종교에 대한 차별인지 아닌지 증명해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무슬림 커뮤니티를 옭아매는 편견의 멍에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가 않 다.
<이중의 박해에 시달리는 아마디파>
무슬림 주류는 이단 취급
미국서는 무슬림이라 냉대
아마디파는 수니파와 시아파로부터 이단으로 취급받는 분파이다. 무슬림 주류와는 어떤 연관관계도 없는 소수 그룹이다.
처음 아마디파가 생긴 것은 19세기 인도에서였다. 미르자 굴람 아마드의 추종자들이 그를 기독교와 무슬림의 에언을 완성하는 재림 메시아로 숭배하면서 생긴 종교집단이다.
아마디파 역시 쿠란을 경전으로 쓰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이들을 무슬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집으로 돌이 날아들고 집과 사업체가 폭도들에 의해 부셔지는 핍박을 당한 나머지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현재 미국에는 1만5,000명의 아마디파가 살고 있다. 미국의 아마디파 본부는 워싱턴 인근 실버스프링에 위치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이슬람 학과 학자인 칼 언스트에 의하면 아마디파는 폭력행위에 연루된 적이 한번도 없는 무슬림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폭력을 받는 입장이지 폭력의 근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격한 근본주의자들 때문에 무고한 무슬림들이 너무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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