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은 ‘테레사 수녀의 비밀’이라는 글에서 그녀가 신의 존재를 의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그녀를 흠모하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녀를 ‘거짓 성녀’라고 평가한 어느 목사님의 글이었다.
테레사 수녀는 이런 글을 남겼다. “예수님은 당신을 특별히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침묵과 공허함이 너무나 커서 예수님을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기도하려 해도 혀가 움직이지 않아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부재’는 저의 일생에 가장 부끄러운 비밀입니다. 내 영혼에 왜 이렇게 많은 고통과 어둠이 있는지 이야기해 주십시오.”
타임지는 그녀의 글을 분석하면서 그녀의 신앙심을 의심한 것 같다. 그러나 타임지는 테레사 수녀가 평생 ‘신의 뜻’을 어떻게 따르며 헌신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날, 경솔하게 그녀를 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신앙이나 진실성 평가는 그 사람의 삶만이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녀의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갈등(agony)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하나님을 원망하는 ‘신앙적 투정’이고, 종교적 한계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직한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그리스도의 증인답게 산 그녀를 개신교 목사가 ‘거짓 성녀’라고 깎아내린다면 옳지 않은 일이다.
그녀가 날마다 힘겨운 삶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절규하고 있을 때 그 성직자들은 “선교 여행 한다”며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웃의 고통보다 ‘내 교회 키우기’에만 매달리고 있었을 때도, 아니 그 성직자들이 신도들을 이끌고 예루살렘, 일본 등지를 돌며 ‘평화행진’을 벌이고 있을 때도 그녀는 고아와 나환자들을 섬기고 있었다.
특히 목회자들이 ‘십자가’를 길거리로 끌고 나가 소위 ‘십자가 거리행진’을 하고 있을 때도 그녀는 무릎을 꿇고 하나님의 은총을 기원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들이 ‘내 축복’과 ‘축복 받는 간증’에 빠져 있을 때도 그녀는 ‘축복의 하나님’을 찾기보다 ‘죽어 가는 사람’들을 몸으로 감싸 안고 하나님의 은총을 간구하고 있었다. 그녀의 삶은 각 교회들이 경쟁하듯 벌이는 선교나 단기 봉사활동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드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심장질환으로 입원하고 있을 때도 “저의 치료비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 가난한 사람들처럼 저를 그냥 죽어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의사들에게 애원하며 이웃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삼고 살았다.
테레사 수녀는 힘겨운 헌신의 고비마다 “마치 모든 게 죽은 것처럼 내 안에는 너무나 끔찍한 어둠만 있습니다. 제가 하나님의 일을 망치지 않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이 고통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저 스스로 의문입니다”라고 고백하며 살지 않았는가.
우리 모두는 누구 할 것 없이 그녀가 겪은 ‘신앙생활의 어두움’에 빠지게 되면 그녀보다 더 깊은 갈등에 빠질 수 있다. 물론 ‘오직 믿음’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녀는 하나님에 대한 ‘회의론자’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고백했다. “저는 가느다란, 가늘면서도 낡아빠진 전깃줄입니다. 전기는 하나님이시고요. 그리고 저는 하나님의 손에 쥐어진 작은 몽땅 연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하기 그지없는 저를 통해 모든 일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손에 쥐어진 작은 연필이었습니다. 저는 쓸모가 조금은 남아 있는 토막 연필이었습니다.”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버림받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몸으로 전하며 하나님의 사랑이 어떻게 인류에게 전달되는 지를 삶으로 보여준 분이다. 그리고 회의를 통해 더욱 큰 신앙의 경지로 나아가신 분이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과연 누가 테레사 수녀를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면서 산 거짓 성녀”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차호원 / 한미가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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