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우선순위는 돈벌이보다 공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내가 부르는 젊은이가 있다. 초등학교 때에 동유럽에서 이민을 와서 이곳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제 대학을 나온 청년인데, 워낙 컴퓨터에 관한 한 ‘도사급’ 실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컴퓨터에 관한한 초보 실력밖에 없는 나에게는 웬만한 문제는 척척 풀어내는 그는 컴퓨터 도사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컴퓨터 보조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았고, 교사 자격증도 없기 때문에, 수년 동안 보조 교사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번은 지나가는 말로, 4년제 대학에 편입해서 대학 졸업장을 받을 계획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왕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면, 2~3년 더 공부해서 학사학위도 받고 교사 자격증까지 따면, 정식 교사로 일할 수 있고 연봉도 지금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받지 않겠느냐고 권고 겸 말문을 열었다.
개인생활에 대한 일은 묻지 않아야 하는데도, 이 젊은이의 실력이 보조 교사로 남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서, 말을 꺼내 본 것이다.
“글쎄요,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커뮤니티 칼리지를 마친지 벌써 5년이 지나고 보니, 다시 대학생이 되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엄두도 안 나고, 또 대학 학비도 그동안 너무 올라서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고, 현재 수입으로 보아서 대학 졸업생의 초봉보다 더 많이 벌고 있어서, 꼭 4년제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의욕이 많이 약해졌어요. 앞으로 살아가는데 학사학위가 꼭 필요할까 하는 의문도 들고요.”
이 젊은이는 나처럼 컴퓨터 사용 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집으로 방문해서 가르쳐 주는 부업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 중에는 옛날 자신의 고등학교 컴퓨터 선생님도 들어있다고 웃으며 얘기를 했다. 이 부업에서 얻는 수입이 정식 직업에서 받는 수입보다 많을 때도 있다 보니, 구태여 대학 졸업장을 따야 한다는 인센티브가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이 나의 느낌이었다.
지금은 20대이니까 괜찮지만, 몇 년 후 조금 더 안정된 직업을 가지려면 그래도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겠니 라고 말을 하려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내가 잘 모르는 컴퓨터 세계에서는 실력만 있으면 학위가 꼭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이미 서른이 가까운 젊은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부탁하지도 않은 충고를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칼럼을 쓰면서 여러 번 지적을 한 일이지만, 학생들이 너무 일찍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차츰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학교 다니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게 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물론 여러 사정으로 중퇴했던 학생들이 다시 복교를 해서 결국 졸업장을 따내는 예를 주위에서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의지력이 강한 특별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일단 학교를 떠나면, 다시 돌아와서 공부를 계속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학생시절에 파트타임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노동과 노동의 대가를 받아봄으로써, 냉엄한 현실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고, 좀 더 철이 들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항상 공부가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장기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당장의 손에 쥘 수 있는 보상에 마음을 뺏겨서, 장래의 좀 더 나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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