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성들은 어떻게 그렇게 날씬할까?” - 미국 여성들에게 ‘프랑스 여성’은 날씬함의 상징이다. 아침마다 갓 구워낸 갖가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수도 없이 많은 치즈와 버터로 기름진 요리들, 각양각색의 디저트들, 세계 제일이라는 와인으로 점심, 저녁을 꼬박꼬박 먹으면서도 어떻게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지가 미국 여성들에게는 항상 수수께끼였다. 그런데, 드디어, 그런 신화가 깨어지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도 비만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부부맞벌이 늘면서 미식 전통 사라지고
정크푸드 패스트푸드로 때우는 게 원인
전체 인구의 42%가 과체중이나 비만
<샹젤리제 인근에 들어선 맥도널드. 프랑스 인들이 패스트푸드, 가공식품들을 많이 먹으면서 과체중· 비만 인구가 40%를 넘어섰다.>
미식으로 유명한 나라, 그러면서도 날씬한 몸매로 유명한 나라, 프랑스에 뚱보 비상이 걸렸다. 절대로 살찌지 않는다던 프랑스 여성들이 뚱뚱해지고, 남자들과 아이들도 뚱보가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전체 인구의 65%가 심각하게 과체중인 미국에 따라오려면 아직도 멀었다. 하지만 서구의 다른 국가들처럼 프랑스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이제까지 없던 비만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주부들이 재래식 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만들고 여유 있게 앉아서 식사를 하던 전통이 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수퍼마켓의 냉동식품이나 가공식품, 정크 푸드로 식사를 때우고, 이것저것 간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보편화 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료연구소에 의하면 전체 인구 중 과체중이나 비만 인구는 42%. 어린이들과 청소년 비만율은 지난 25년 사이 4배로 뛰어 올랐고 증가 속도가 미국에 버금간다.
이런 통계 앞에서 프랑스의 부모, 정치인, 의사들은 전전긍긍 하고 있다. 지금 당장 예방 대책을 마련해서 비만 증가추세를 되돌리지 않으면 미국 꼴이 되겠다는 우려이다.
프랑스 소비자 연맹의 식품 전문가인 올리비에 앙드로는 말한다.
“통계 커브를 보면 지금 우리는 미국의 70년대 상황이에요.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두손 놓고 있으면 몇 년 내에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처럼 뚱뚱해진다는 것이지요”
이같은 과체중 현상이 처음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보건의료연구소가 10년 단위로 실시하는 통계에서 비만 여성인구가 약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남부 프랑스에서 열린 퐈그라(오리 간 요리) 콘테스트 중 심사위원들이 요리에 쓰일 오리를 검사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기름 진 음식을 즐겨 먹어도 식사 양을 잘 조절해서 과체중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부부 맞벌이로 생활이 바빠지면서 신선한 음식을 소량으로 먹던 전통이 깨어지고 있다.>
그래도 처음에는 대부분 이 현상을 믿지 않았다.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 시트콤에 나오는 뚱보들처럼 될 수는 없으리란 생각이었다. 적포도주를 쉴 새 없이 마시고, 치즈 종류가 300가지가 넘고, 버터 듬뿍 들어간 제과류를 매일 먹으면서도 심장질환 발병율이나 비만율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나라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프랑스의 건강 비결은 신선한 재료로 조리한 음식을 소량 먹는 습관이었다. 그런데 생활이 바빠지면서 하루 세끼 균형 잡힌 식사를 하던 전통이 깨어지고, 운동량이 줄어들고, 많은 양을 포식하는 버릇이 생기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만 해도 이제는 갓 구운 빵이 식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설탕 덩어리 시리얼을 아침식사로 하는 가정이 점점 늘고 있다.
비만인구가 증가하자 정부는 지난 2000년 대대적 건강 캠페인을 주도했다. 2005년까지 과체중·비만 인구를 20% 줄이자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비만예방을 위해 정부가 이제까지 한 것은 식품 광고 시 의무적으로 건강한 식생활 권장 문구를 넣도록 법을 만든 정도. 예를 들면 극장에서 파는 캔디 바 포장지에 야채를 먹으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소비자 어린이 옹호단체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원하고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 중에는 정크푸드, 패스트푸드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학교 급식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이들 단체는 로비를 하고 있다.
<몸이 커지니 옷도 커지고… 여성의류들 사이즈 재조정>
샴페인 회사의 중역으로 뉴욕에 거주하는 미레이유 길리아노는 지난 2004년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었다. “프랑스 여성들은 살찌지 않는다”라는 책을 써서 대단한 인기를 끈 덕분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책만 많이 팔린 게 아니라 프랑스 여성들은 왜 살찌지 않는 지를 둘러싼 토론이 한동안 뜨겁게 지속 되었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절대로 살찌지 않는다던 프랑스 여성들이 살찌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당장 나타난 변화는 여성의류의 사이즈 조정. 여성들의 몸이 커지니 옷도 커지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 프랑스에서 ‘엑스트라 라지’는 미국의 ‘미디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의류제조업체들이 몇 년 전까지 44-46(미국 사이즈 14-16)이었던 사이즈를 42(미국 사이즈 12)로 조정했다고 비즈니스 잡지 렉스팡시옹은 최근 한 기사에서 밝혔다.
이 잡지에 의하면 지난 2000년 이후 프랑스 패션산업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 역시 최고급 의류인 ‘오트 쿠튀르’가 아니라 ‘플러스 사이즈’였다. 프랑스의 대형 의류 체인 중 하나인 라 르두트는 매장 고객 중 거의 1/3은 사이즈 46-52(미국 사이즈 16-22)를 입는다고 밝혔다.
그래도 큰 사이즈들은 아직 매장 마다 흔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큰 사이즈를 찾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뚱뚱한 허리둘레를 바라보며 툭툭 던지는 판매원들의 코멘트도 해당 여성들에게는 피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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