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경파 음모설 등 추측 난무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핵 6자회담 개막(27일)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른바 ‘북한-시리아 핵거래설’이 계속 외신을 타고 전해지면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분위기가 미묘해 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 사항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제2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이야 되겠느냐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열흘넘게 지속되는 외신보도와 그 내용이 점차 심각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상치 않은게 아니냐며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외교가에 퍼지고 있다.
◇ 사건 경위 = 당초 이번 사건은 지난 6일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 영공을 침범하는 일에 비롯됐다. 사건 발생 직후에는 이스라엘측이 `부인’입장을 고수했고 미국도 공식 논평을 유보했었다.
지난 8일 시리아의 파루크 알-샤라 부통령이 이스라엘의 영공침범에 군사.정치적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뒤 나흘이 지난 12일 뉴욕타임스가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판매하는 것으로 이스라엘이 믿고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처음으로 ‘핵 물질’이 표면위로 부상했다.
다음날 워싱턴포스트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리아와 북한간 핵 분야 제휴 가능성을 보도했고 미국내 대표적 강경파 인물인 존 볼턴 전 유엔 미 대사가 미사일 분야에서 협력하는 북한과 시리아간 핵 분야 협력에 대한 의심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주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계속되는 보도 속에 북한의 김명길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16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작 그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우려대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1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6자회담과 북.미 관계의 전진을 달가워하지 않는 불순세력들이 또 다시 꾸며낸 서툰 음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나아가 북한을 ‘책임있는 핵 보유국’이라고 자처하면서 핵 이전을 철저히 불허할 것이라는데 대해 엄숙히 천명했고 그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당초 19일로 예정된 6자회담 개최가 전격 연기됐다.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2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기술을 시리아에 전달했는 지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듭 부인하면서도 북한이 6자회담의 성공을 원한다면 무기 확산을 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27일 열리는 6자회담에서 이른바 ‘확산 방지’ 의제가 다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비화되고 있다.
급기야 영국의 더 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 타임스는 23일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지난 6일 시리아 북부 지역을 폭격하기에 앞서 이스라엘의 정예부대가 미리 이 지역의 비밀 군기지에 침투해 북한산 핵물질을 확보했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산 핵물질을 확보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전체 6자회담의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6자회담에 미칠 영향 = 외신보도가 전해질 때마다 당국자들은 정보 사항이라며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외신 보도의 여러 내용 가운데 일부는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적어도 최소한의 근거를 갖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당국자들이 갖고 있는 대체적인 견해인 듯하다.
특히 선데이 타임스가 전한 것처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북한인 여러 명이 숨졌다면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단순한 `부인’ 발표로 끝내지는 않았을 것으로 정부 인사들은 보고 있다.
6자회담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여러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해볼 때 이 정도라면 6자회담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면서 관리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측은 앞서 외무성 대변인이 밝힌 것처럼 6자회담이 개최되면 참가국들에게 이번 핵거래설이 ‘서툰 음모’임을 강조하면서 ‘핵보유국으로서 핵이전 불허’ 방침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북한측의 언급에 미국이 만족하지 않고 모종의 내용성있는 근거를 들이대고 북한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느냐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 인사들은 6자회담 전체의 틀이 훼손되는 의제로 부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소식통들은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실체적 사실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만일 전통적 혈명사이인 북한과 시리아가 외부세계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핵(물질) 거래’를 해온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6자회담의 운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사안이 될 수 있다는게 북핵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전망하듯 미사일 관련 물자 교환이나 단순한 경제교류일 경우 이번 사안은 북한의 말대로 ‘음모’로 규정되면서 워싱턴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강경파들의 존재를 새삼 확인하는 해프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소식통은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예측 불가한 사안이 불쑥 발생하는 것은 그동안 자주 봐온 경험이라면서 하지만 북핵 협상이 ‘불능화 단계’로 접어드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를 방해하려는 세력들의 음모가 개입돼 있다면 역설적으로 북핵 협상을 서둘러야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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