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해 거리를 지나다 보면 “여기가 미국인가 한국인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거리마다 맥도널드 버거킹 KFC 스타벅스 커피빈 등 미국 체인들이 줄줄이 서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미국 식당이 별로 없었다. 버거킹, 피자헛이 진출한 정도였고 맥도널드는 88년이 되어서야 서울 압구정동에 1호점을 냈다. 당시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면 아이들은 서울 거리에서 미국 식당을 보는 것을 몹시도 반가워했다.
한국이 잘 살게 된 90년대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해서 서울에서 혹시라도 미국 식당을 신기해하다가는 촌사람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한바탕 미국에서 한국으로 체인들이 몰려가더니 근년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체인들이 줄지어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체인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이지만 한국에서 웬만큼 성공했다는 체인들은 너도 나도 미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과거 주로 진출했던 해장국집, 구이집, 설렁탕집, 냉면집 등 한국 전통음식은 물론 빵, 요구르트, 치킨, 피자 등 다양한 체인들이 LA에 둥지를 틀고 있다. 우선 이곳 한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다음, 미국사회 전체로 시장을 넓혀 보자는 야심인데 문제는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단명한 체인들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 성공했는데 미국에서는 왜 고전할까. 미국 사정을 너무 모르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퓨전이 한창 붐을 일으키던 몇 년 전 퓨전 중국식으로 성공한 한 식당이 LA에도 문을 열었었다. 업주는 기대가 컸다. “강남에서 뜬 건 여기서도 된다”며 자신만만했었다.
고급스런 실내장식과 깔끔한 음식으로 처음에는 인기를 끄는 듯했다. 하지만 한두번 간 손님들을 단골로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퓨전의 원조라면 단연 미국. 한국에서는 특이해 보였지만 미국에서는 널린 게 퓨전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이다.
한국에서 폭발적 성공을 거둔 한 라면체인도 이곳에서는 수명이 길지 못했다. 명동의 건물들 사이 손바닥만한 틈에서 독특하게 매운 라면을 판 게 주효해 전국 130여 체인을 거느리게 된 라면집이다.
처음 라면집이 문을 열자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한국에서 먹던 그 라면에 대한 향수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뿐, 얼마 못가서 라면집은 문을 닫고 말았다. 한국에서 라면집이 성공한 조건은 싼 가격과 거리의 유동인구이다. 길 가다 출출하면 잠깐 들어가 2-3,000원 내고 먹고 나오는 것이 라면이다.
반면 이곳은 자동차가 발이다. 거리를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 라면 먹으려고 일부러 운전해 가기도 번거롭고, 게다가 라면 값도 비싸서 세금과 팁을 합치면 거의10달러. 고객들은 그 가격이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고향의 맛’이 그리워서 찾아가는 것은 한두번이다. 그리고 나면 맛, 가격, 서비스를 따져보는 게 고객이다. 몇몇 한국 체인들이 너무 고가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안타깝다. 제공하는 메뉴와 가격이 미국에 사는 소비자들에게도 먹히는 지 짚어 봤으면 한다. 그것이 식당의 수명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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