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이란 말은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싹터 1960년대부터 주로 예술이나 문학에서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참혹한 전쟁을 경험하면서 사람들 마음속에 있던 삶의 전반전인 영역에 관한 획일적 절대적 가치가 무너져 버리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고 보게 된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바탕에 깔려 있는 생각이다. 쉬운 비유를 들자면 다들 좋다고 느끼는 멋진 풍경화만이 좋은 그림이 아니라 얼룩덜룩 지저분하게 지렁이 기어가는 희한한 그림도 좋은 그림이 될 수 있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칭찬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가치가 동일한 것을 더 경계한다. 무한한 다양성과 차별성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원동력인 것이다.
미술관에 전시된 이해도 안 되는 어지러운 그림들을 우리 어른들이 좋아하던 싫어하던 간에 이미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 사고방식은 포스트모더니즘에 큰 영향을 받고 자랐다.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 아이들을 상대적과 개별화로 만들었다. 학교를 통한 획일화된 교육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 그런 아이들을 앞에 앉혀 놓고서 우리 세대들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흥부놀부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세대차이만 보여줄 뿐이다. “아빠, 그런데 거북이가 왜 바보처럼 땅에서 경주했어? 바다에서 하면 토끼가 분명히 못 이기지 않아?” 말문이 꽉 막힐 뿐이다. 똑같은 교복에다 똑같은 가치를 승용차에 기름 넣듯 주입받고 머리카락이 조금만 길어도 불량학생으로 취급하던 우리들이 받았던 그런 교육으로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교육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각자의 재능을 찾아 차별화된 재능을 잘 키우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과거처럼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것이 다 따라온다는 식의 교육은 더 이상 좋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제부터 교육은 학생들의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기보다는 재능을 끄집어내는 데로 포커스가 옮겨가야 한다.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학생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견하고 확인시켜 주며 성장시켜 주는 것에 너무 취약하다. 오히려 학생들의 재능 특히 영재들의 재능을 말살하고 있는 현재의 교육에 대한 우려를 지난 주 타임지는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보통 영재라 함은 상위 0.1% 안에 드는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말한다. 숫자를 따져보면 현재 미국의 6,200만명의 학생들 가운데 약 6만2,000명 정도가 영재로 간주되고 있다. 이들 영재들은 현재의 교육시스템 특히 부시 행정부의 낙제학점 방지법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현재 정부는 낙제학생들을 위해 80억달러를 쓴다. 하지만 영재학생들을 위해서는 그 돈의 10분의1만 쓴다. 그나마 그 예산도 낙제학생 방지법으로 줄어들고 있다. 영재들은 그냥 나둬도 잘 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이제까지의 교육은 그러했다. 하지만 낙제학생들이 일반교육을 힘들어 하듯이 영제학생들 또한 일반교육에 적응을 못한다. 오히려 일반교육은 그들을 너드(nurd)라 하여 왕따를 시켜 오히려 사회적 부적응자로 몰아버린다. 또한 부모들 간의 질시도 그들을 힘들게 한다.
정부와 사회가 낙제생에만 관심을 쏟는 사이에 우리들의 영재들은 갈 곳이 없이 방황한다. 그들은 일반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들을 보며 그 재능들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 국민의 0.1%의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능력이 나머지 99.9%의 사람들의 경제적 사회적 예술적 그리고 문화적 활동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낙제생들을 잘 교육시키는 사회가 해야 할 몫이다. 동시에 영재들의 다양하고 차별화된 재능을 키워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둘 다 똑같이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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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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