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등 한인언론 독자들은 지명 때문에 혼란을 겪을 때가 많은 것이다. 같은 San Jose라도미주 한인언론에는 산호세 또는 샌호세, 경우에 따라서는 산호제(예, 산호제한국학교)로 표기되고 본국지나 본국발 뉴스에서는 여지없이 새너제이로 표기된다. San Diego는 샌디에고(한인언론) 샌디에이고(본국언론)로 같은 지명이 두 이름으로 등장한다. 얼마전에는 본보 기사에 나온 동부의 지명 웨스트 체스터를 두고 그쪽 사정에 밝은 어느 독자분이 전화를 걸어와 ‘웻 체스터’라고 정정해주기도 했다. 사람이름도 스캇/스콧, 잔/존 등등 다른 게 너무 많다. 미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던 Bob Dole 같은 경우 본국에서는 보브 도울, 미주에서는 밥 돌로 표기됐다. 본국에서는 교육부 제정 외래어 외국어 표기법에 따르는 반면, 미주 한인언론들은 현지발음을 중시한 데서 오는 현상이다.
인명 지명뿐 아니다. 한글을 모르는 다른 커뮤니티 이웃들이 한인식당에 가면 메뉴판을 해독(?)하는 데 적잖이 고민한다. 그림으로 보면 같은 비빔밥인데, 혹은 전에 어디선가 먹어보고 한번 더 먹어볼까 하고 한인식당에 들렀는데, 웬걸 표기가 제각각이니 그게 그것인지 알 수 없어 헷갈린다. 또 어떤 곳은 김치찌게라고 그대로 표기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이를 영어로 번역해 표기해놓고 있다. 지난해 봄 한국관광공사가 한식메뉴 표기통일안을 발간해 대대적으로 보급했지만 이를 따라 간판을 바꾼 경우는 거의 없다.
바로 이런 것도 한국어의 자연스런 확장을 가로막고 나아가 한국(음식)문화에 대한 접근을 주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25일 열린 UC버클리 한국학연구소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하양원 박사의 주제발표 뒤 자유토론에서다. 누구나 소망은 “조속한 통일”이었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교육부 다르고, 관광공사 다르고, 국립국어연구원 다르니 외부를 향한 한국어 확장 이전에 내부적 표기법 통일부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다행스런 조짐도 짚혀졌다. 하 박사에 따르면, 부처 간 조정기구가 생겨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관론 또한 컸다. 학자들 간 극심한 견해차이가 그것이다. 게이오대 홍남순 교수는 이를 “국어학자 셋만 모이면 싸운다”는 말로 그 양상을 정리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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