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라는 말이 끝없이 나의 의식을 고양시키는데 비해 ‘혁명’이라는 단어는 가슴에 뜨거운 혈기를 불러일으킨다. 20대에 노명식 교수님의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콤뮨까지’를 읽으며 그 명쾌한 혁명논리의 전개에 흥분의 도가니 속에 밤새 잠을 못 이룬 기억이 있어 그 책을 빌렸던 민족학교의 도서관에 들렀다.
이제는 낡아버린 책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어 파리 콤뮨이라는 책과 함께 다시 그 책을 빌렸다. 최근에 ‘로베스피에르, 혁명의 탄생’ 그리고 아베 피에르(피에르 신부)와 베르나르 쿠슈네의 ‘신과 인간들’을 읽고 무척 감동한터라 노 교수님의 프랑스 혁명사를 읽으며 잃어버린 청춘의 혈기를 다시 찾은듯했다.
프랑스 혁명은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혁명에 비해 100년이나 걸려 이룩한 혁명이라 그 전개과정이 손에 땀이 나도록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현대에 누리고 있는 시민의 권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우리의 조상들이 목숨을 바쳤는가를 읽으며 인류의 역사에는 그토록 장엄하고 성스런 휴머니즘의 역사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는 사실에 인간으로 태어남의 드높은 긍지와 책임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LA의 홈리스 피플이 거리에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얘기를 라디오에서 전해들은 날 무척 분하고 슬퍼서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었다. 집도 없이 서러운 이들이 땅바닥에서도 잘 수 없다니! 도대체 뭐 이런 나라에 살고 있나 싶었는데 7가에 있는 공원에 그들이 가득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더욱더 가슴이 아팠다.
프랑스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주거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법의 통과소식이 들려왔다. 프랑스혁명의 후예들인 행동파 지성인들의 오랜 노고의 결과였다.
휴머니즘을 위한 개입의 의무를 신조로 국경 없는 의사단을 창설한 베르나르 쿠슈네는 인도주의자가 지켜야 할 계명들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가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와 함께 나눈 대화집 ‘신과 인간들’이라는 책에 나온 내용이다.
첫째,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요하게 여길 것. 그래서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구할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먼저 도울 것.
둘째, 우리가 도와야할 사람을 우파니 좌파니 하고 분리하는 선악이원론을 초월할 것.
셋째, 말과 행동을 일치시킬 것.
넷째, 너무 늦었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갈등과 문제점들을 예방할 것.
다섯째, 언제나 현장으로 달려갈 것.
이어 피에르 신부님은 ‘서로 사랑하라’라는 계명에 의해 창설한 엠마우스 운동의 생활지침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고통 받는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지체하지 말고 그의 고통을 위로할 뿐 아니라, 그 원인을 제거하려고 애쓰십시오.
둘째,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통의 원인을 제거할 뿐 아니라, 지체하지 말고 그를 위로하려고 애쓰십시오. 셋째, 자신의 방법에 따라 있는 힘을 다해, 또 마음을 다해, 위의 두가지 과제에 헌신하지 않는 한 그 어느 누구도 옳다거나 정의롭다거나 진실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위의 두가지 과제는 언제나 병행되어서 실천되어야하며, 절대로 한 가지만 실행되어서는 안됩니다.
박혜숙 /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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