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황금기를 보낸 바로 그 곳
재미있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던, 청춘의 황금기였던 대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살아 생전에는 몰라도 죽은 다음에는 영원히 대학에 머물도록 대학들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단돈 몇천달러만 내면 동창 및 교수들의 유골을 캠퍼스에 영원히 안치하게 해주는 학교는 유니버시티 오브 리치몬드를 비롯한 6개 학교. 노트데임, 시타델, 헨드릭스 칼리지는 현재 비슷한 유골 안치소를 건설중이다.
교수·동문 유골안치소로 캠퍼스 개방
1천8백∼3천달러 이상… 대학은 기부금 수입
켄터키주 댄빌에 있는 인문계 대학인 센터 칼리지에 유골안치소를 만드는데 간여한 리차드 트롤링어는 “처음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대체 대학에 무엇하러 유골안치소를 만드느냐고 펄쩍 뜁니다만 이유는 정말 간단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사가 잦고 한 군데서 오래 정착해 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최후의 안식처로서 대학이 갖는 매력 자체가 상당한데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의 인간관계를 다지는 곳이 대학 학부라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측으로는 다른 목적으로 사람들을 추모 내지 기념하는 벽 같은 것과 달리 유골안치소는 동창 및 그 가족과 더 돈독한 관계를 맺게 해주므로 궁극적으로는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과 연결이 된다.
“대학들이 바라는 것이 바로 사람들의 유언장이나 유산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팀 웨스터벡은 대학 및 기타 비영리단체들과 제휴하는 마케팅 회사 리프먼 헌의 사무총장. “기업이 단골 손님들을 개발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들도 모두 친화력 개발에 발벗고 나선 것 같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마케팅을 하지 않는 탓도 있긴 하지만 캠퍼스 내 유골안치소의 매기는 별로 활발치 않다. 가격대도 1,800달러부터 3,000달러 이상까지 다양하다. 대학측에 따르면 교내에 유골안치소를 만들자고 찾아오는 것은 대학측 모금 담당자나 자문들이 아니라 관심있는 동창이나 교직원이다. 유니버시티 오브 리치몬드의 교목을 지냈고 6년전 캠퍼스에 커다란 유골안치소를 만드는데 간여한 데이빗 버한스 목사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와 친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다닌 대학은 매우 가깝게 여깁니다. 사실 대학 캠퍼스에는 어디나 풍경이 아름다운 곳들이 있게 마련이지요”라고 말한다.
리치몬드 대학의 유골안치소는 대학 채플 바로 옆의 정원을 감싸는 구불구불한 벽에 자리잡고 있다. 벽 안에 자리잡은 감실은 화장한 유골을 담은 항아리 한 두개가 들어갈만한 크기로 가격이 3,000달러다. 평화롭고 속세와 격리된 분위기의 이 정원은 사실 부산한 캠퍼스 한 가운데에서 모퉁이만 돌면 나오는데 하도 아름다와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서 책을 읽거나 점심을 먹는다고 버한스 목사는 말한다. 리치몬드 대학의 유골안치소에는 3,000개의 감실이 있지만 2001년에 준공된 이후 오로지 100개 정도가 팔렸을 뿐이다.
추모의 벽을 제일 먼저 만든 것은 16년전 유니버시티 오브 버지니아로 보인다. 이 학교 학부를 졸업하고 법대도 다닌 리 미들디치 주니어가 주동을 했다. 미들디치는 대학 묘지에 묻히기를 원했지만 이미 자리가 없었다. 어릴 적에 다니던 교회에 있던 유골안치소가 생각난 그는 대학에 그런 것을 만들기 위해 로비를 시작했다. 친구 몇명이 돈을 빌려줘 캠퍼스내 묘지 벽을 대신한 추모벽을 만들었다.
1991년에 지어진 제 1단계 유골안치소의 180개 감실이 하나 빼놓고 모두 팔리자 2단계로 180개를 더 지었다. 1단계 것은 가격이 1,800달러였지만 2단계 것은 2,500달러가 될 예정인데 그 돈은 주로 안치소 건축 및 장기 유지비로 쓰인다. 이제까지 대학측은 동창과 교수진을 상대로 매우 제한된 마케팅을 해왔다.
동창들에게 유골안치소에 대해 광고하지 않아 온 센터 칼리지의 경우 7년 전에 건설된 추모 벽의 84개 감실 중 7개가 팔렸을 뿐이다. 버지니아주 스윗 브라이어에 있는 여자대학 스윗 브라이어 칼리지는 1990년대 초에 지은 작은 유골안치소의 감실 하나에 1,800달러 내지 2,800달러를 받는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의 채프먼 유니버시티는 1년반 전에 푸른색 브라질 대리석으로 14피트 길이의 구부러진 벽 모양의 현대식 유골안치소를 완공했다. ‘커밍 홈’이라는 이름의 노터데임 대학 내 유골안치소는 대학 묘지에 짓는 2개의 큰 납골당의 일부로 지어지고 있다.
이렇게 늘어나는 대학내 유골안치소는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 대학이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정한 공동체가 존재했던 몇 안되는 곳으로 남아있는 한 대학을 최후의 안식처로 선택하는 사람은 늘 것이라는 게 대학들을 상대로 마케팅 및 기타 사안에 대해 자문하는 리차드 헤젤의 말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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