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쟁포로 및 실종자 기록합동지휘부(JPAC) 팀이 중국 단동에서 한국전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DPMO
미 국방부 비밀해제 문서통해 밝혀져
소련/체코 군의관들 연습용...실험후엔 반드시 처형
미국 군사정보국(DIA)은 1991년 5월 전직 체코군 고위 간부로부터 한국전쟁 당시 소련, 체코, 북한 의사들이 북한 군병원에서 국군 및 미군 포로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타 정보기관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군사정보국은 또 이 같은 정보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친 뒤 출처와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1992년 4월 펜타곤에게 미국 정부가 현 체코슬로바키아와 독립국가연합(CIS·구 소련의 후신) 정부에 ‘외교적 항의서’(Political Demarche)를 전달하도록 권고하고 미 연방 상원 전쟁포로 및 실종자 특별위원회에게도 정보를 보고하도록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뉴욕한국일보가 입수한 군사정보국 보고서, 비망록, 첩보원 면담 녹취록, 미 연방 상원 비공개 청문회 속기록 등 470여 페이지에 달하는 미 국방부 비밀해제 문서들에서 확인됐다.
특히 전직 체코군 고위 간부의 진술과 기초 조사 결과를 요약한 1992년 4월18일자 군사정보국 보고서 0418호는 “한국전쟁 당시 소련과 체코의 약물실험 프로그램은 미군과 유엔군 포로들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했다. 프로그램은 당시 소련 국방부 중앙의료행정국 주도로 체코 군보건행정국 군의관들과 북한 의사들이 함께 시행했다”며 “실험은 체코가 북한에 설립한 병원에서 실시됐고 실험 결과의 분석은 체코의 중앙군사병원과 공군연구소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약물실험 프로그램의 주목적은 여러 종류의 약물과 주변 환경 조정을 통해 실험 대상의 심리와 정신력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목적은 소련과 체코 의사를 전시 상황에서 트레이닝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실험대상자들은 후에 이 같은 프로그램이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험이 끝난 뒤 처형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보고서는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군사정보국이 공개 및 비공개 자료들에 대한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검토를 실시한 결과 인체실험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정보가 제공된 관련 인물, 장소, 시설, 기관 등 주변 내용은 확인됐다”며 “정보 제공자는 그동안 지난 20년이 넘게 미국정부에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해왔고 이번 정보에 대해 그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실시한 결과 주요 내용에 있어서 ‘거짓이 탐지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신빙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앙정보부를 비롯해 군사정보국이 도움을 요청한 타 정보기관들로부터 통보 받은 조사 결과를 밝힌 뒤 “소련과 체코의 약물실험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공개 및 비공개 자료들이 검토된 만큼 이번 정보와 관련 한국전쟁 이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미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와 독립국가연합으로부터 추가 정보를 받아야한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확인하고 추가 정보를 얻어 계속 추적할 수 있도록 이들 국가 보관 기록에 대한 접근이 최소한 요망된다”고 결론 지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추가 조사 활동을 위해 한국전 생체실험에 직간접적 연관된 것으로 정보가 제공된 구체코 관계자 16명과 구소련 관계자 6명, 그리고 관련 문건이 보관돼 있을 양국 기관및 부처들의 목록을 참고로 첨부해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제임스 클랩퍼 군사정보국장이 1992년 4월27일 “정보 제공자는 자신의 신원이 공개되거나 제공한 정보와 연관돼 알려지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고 추가 조사활동과 (체코슬로바키아와 독립국가연합에) ‘외교적 항의서’가 전달 될 가능성을 감안, 정보출처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보고서를 기밀 처리했다”고 설명하는 메모와 함께 국방부차관과 차관보에게 보내졌다.
이외에도 펜타곤으로부터 정보를 보고 받은 미 연방 상원 전쟁포로 및 실종자 특별위원회의 비밀해제 문서는 1992년 11월19일 증인으로 출석한 체코군 고위 간부의 진술이 담겨있는 비공개 청문회 속기록으로 한국전 생체실험 프로그램의 동기와 시기, 운영 구조, 실험 결과, 규모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으며 실험이 정전협정 후에도 극비리에 계속 진행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편 이들 문서는 정보 제공자의 신원과 출처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관련 부분들이 모두 삭제된 상태에서 비밀해제 됐으나 전체적인 내용을 검토해 볼 때 1968년 미국에 망명한 구체코슬로바키아 국방부 제1서기 얀 세이나가 미국 망명 전 자신이 접했던 정보를 1987년~1990년 미 당국에 부분적으로 제공했고 1991년 이러한 정보를 넘겨받은 군사정보국이 타 정보기관들의 협조를 얻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이나는 1996년 9월17일 미 연방하원 국가안보위원회 군인사소위원회가 개최한 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한국전쟁 당시 체코군이 소련군의 지시에 따라 북한에 군병원을 건설했고 그 병원에서 체코와 소련 의사들이 극비리에 한국군 및 미군포로에 대한 생체실험을 했다고 폭로해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미국에 망명한 공산국가 출신 최고위급 군 간부로 알려진 세이나는 1997년 8월23일 뉴욕에서 70세 나이에 사망했다.<신용일 기자>
■피랍 탈북 인권연대 대표들이 2004년 2월 북한이 생체실험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서 원본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문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사능.신경안정제 실험대상
■국가안보위 청문회서 전 체코군 간부 세이나 폭로
한국전 당시 미군포로에 대한 생체실험 소식은 1992년 7월3일 로스엔젤리스 타임스가 처음으로 보도했다.신문은 미국방부가 한국전 당시 미군포로 수십명이 중국으로 끌려가 생체실험 등을 당한 뒤 처형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입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 후 같은 해 8월14일 타코마의 ‘모닝뉴스 트리뷴’이 국방부가 미군을 상대로한 생체실험이 북한에서 행해졌다는 첩보를 입수,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고 바로 다음날인 8월15일 ‘워싱턴 타임스는’ ‘모닝뉴스 트리뷴’의 기사를 인용 보도한 AP 통신 기사를 신문에 게재했다. 그러나 한국전 당시 북한에서 국군포로에 대한 생체실험이 실시됐다는 내용은 1996년 9월17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미 연방하원 국가안보위 군인사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전직 체코군 고위 간부 얀 세이나가 자신이 미국에 망명하기 전에 북한에서 활동했던 체코 의사들과 정보요원들로부터 들은 내용, 구체코슬로바키아 국방부 제1서기로서 군사 기밀 문서들을 직접 취급하는 과정 등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이 같이 폭로한 것이다.세이나는 “한국전 발발 직후 우리는 소련으로부터 북한에 군병원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전상자 치료가 명목상의 이유였으나 이는 구실일 뿐 1급비밀로 분류된 이 병원의 실제 목적은 한국군 및 미군포로에 대한 생체실험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포로들이 야전 군의관들의 부상자 치료나 절단수술 연습용으로 이용됐고 생화학 무기나 방사능 효능을 실험하는데도 쓰였으며 심리학 연구재료와 각종 신경안정제의 실험대상이 됐다고 진술했다.물론 이러한 진술에 대해 러시아는 미하일 데무린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즉각 모든 내용을 완강히 부인했다.그러나 세이나의 북한 생체실험 폭로 이후 북한에서의 생체실험 의혹은 수시로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1999년 탈북 해 한국에 온 탈북자 이영국씨는 2002년 2월 일본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북한의 “생체 실험실은 남포시에 있으며 6.25 전쟁 중 국군포로를 실험 대상으로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고 폭로했고 영국 BBC는 2004년 2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북한의 생체실험 의혹을 제기했으며 같은 해 3월 로스엔젤리스 타임스도 이 문제를 보도했다.물론 이러한 보도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황당한 모략선전”이라고 일축했다.
국군포로 생체실험을 세상에 첫 폭로한 세이나의 모국인 체코슬로바키아의 ‘더 프라그 포스트’지가 2004년 11월25일 세이나의 일생을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했다.이 기사에서 ‘더 프라그 포스트’지로부터 세이나의 1996년 9월17일 미 연방하원 진술과 관련된 질문을 받은 ‘미러전쟁포로실종자합동위원회’의 미국측 사무총장 놈 카스는 “우리는 그의 진술이 우리의 일을 하는데 있어 시점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뒤 그러나 “사실에 더욱 심각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의 결론은 얀 세이나의 진술 이외에 다른 (정보)출처들도 있다”고 말해 북한에서의 생체실험 조사가 계속 진행 중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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