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트리뷴 본사.
미국의 52번째 부자인 샘 젤
미국의 대표적 ‘미디어 왕국’인 트리뷴 사의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트리뷴사는 뉴욕, LA, 시카고 등 미 전국에 신문사, 방송사를 30여개 거느린 거대 미디어 그룹. 남가주 대표신문인 LA 타임스, 시카고 중심의 중서부 정론지 시카고 트리뷴, 동부지역의 볼티모어 선과 뉴스 데이 등이 이 그룹 산하에 있다. TV 방송국으로는 남가주 채널 5의 KTLA, 케이블 TV 수퍼스테이션 WGN 등이 포함된다. 활자매체로는 미전국 3대 그룹에 속하고, 방송매체로는 최대그룹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거대 그룹을 8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인물은 사무엘 샘 젤이라는 사업가. 부동산 투자로 거부가 된 시카고의 억만장자이다.
시카고 억만장자 샘 젤, 트리뷴 인수
죽어가는 기업 사서 떼돈 버는 투자의 귀재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 2세인 모터사이클 광
소유재산 45억달러, 미국의 52번째 부자인 샘 젤(65·사진)은 자신을 ‘프로페셔널 기회주의자’라고 말한다. 그가 자신을 부르는 별명은 또 있다. ‘그레이브 댄서’이다. 남들이 죽어가는 무덤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사람이다.
‘프로 기회주의자 - 무덤 - 춤’ - 쓰러져 가는 기업들을 호시탐탐 주시하다가 이때다 싶으면 잡아채서 떼돈을 버는 사업가라는 해석이 나온다.
5피트 5인치의 자그마한 키에 수염을 기르고 대머리인 그는 언뜻 보면 아미시 농부 같은 외모이다.
그런가 하면 스피드를 좋아해서 가죽잠바 입고 오토바이를 즐기는 모터사이클 광이자 스키광이다. 칵테일파티 장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타나 진 바지에 시카고 베어스 저지 차림으로 등장한다면 십중팔구 샘 젤이다.
WASP(백인 앵글로색슨 신교도)가 주를 이루는 시카고의 비즈니스 엘리트들 사이에서 그는 아웃사이더로 통한다.
1941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 2세이다. 그의 부모는 1939년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하기 직전 미국으로 피난을 와서 시카고에 정착했다. 시카고와 교외지역인 하이랜드 팍에서 성장해 1963년 미시간 대학을 졸업하고 1966년 미시간 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번 이혼하고 3자녀를 둔 그는 현재 세 번째 부인과 시카고에 살고 있다. 말리브 해변에 1,400만달러짜리 호화 별장이 있어서 자주 남가주를 방문하고, 스키 철에는 아이다호 선 벨리 스키장 인근 별장에 머물면서 미친 듯이 스키를 탄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젊은이들에게도 격렬한 게임인 페인트볼을 즐기기도 한다.
그의 상거래 재능은 타고난 듯하다. 어려서부터 빛을 발했다. 그의 가장 초기 ‘사업’중 하나는 플레이보이 잡지 팔기. 시카고 교외지역 히브류 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는 다운타운에 가서 플레이보이를 잔뜩 사가지고 와서 학교 친구들에게 곱절로 팔았다.
대학 시절에도 학교만 다닌 게 아니었다. 친구와 함께 미시간 남동부의 아파트 건물들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그의 부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과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투자 전략은 다른 게 아니다. 값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매입을 하는 것이다. 소유주들은 팔고 싶어 안달을 하고, 투자자들은 가치가 없다며 눈길도 주지 않을 때 매물의 진가를 알아보는 안목을 그는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그가 투자한 부동산이나 사업체들 중 하나도 ‘정크’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주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를 하지만 투자의 귀재인 그가 소유했던 업체들은 다양하다. 슈와인 자전거 회사를 소유하기도 했고, 시카고 미드웨이 항공사를 소유하기도 했으며 바지선, 매트레스 회사등 돈 되는 데는 가리지 않고 손을 댔다.
투자가치 있는 매물을 알아보는 눈과 아울러 그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사고 싶어하는 매입자를 찾아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바닥 친 값에 사서 비싸게 팔아 거액을 챙기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좋은 예 중의 하나가 1991년 LA에서 거래한 백화점 매입. 당시 그는 브로드웨이 백화점의 모기업으로 파산한 카터 헐리 헤일사를 2억8,000만달러에 사들였다. 그리고는 4년 후 채 회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페더레이티드 백화점 사에 3억7,300만달러에 팔았다.
그리고 1996년 그가 이끄는 투자그룹은 LA 다운타운의 52층 건물을 8,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지은지 4년 된 그 건물의 건축 원가도 안 되는 액수였다. 현재 시가는 5배로 뛰었다.
이번 트리뷴 사와의 82억달러 거래에서도 그의 주머니에서 당장 나가는 돈은 3억1,500만달러에 불과하다. 기존 주식들을 주당 34달러로 매입한 후 개인회사로 만들어 직원주주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신문시장 위축은 전반적
부동산 재벌이 어떤 신문 만들까 우려도
언론에는 거의 문외한인 샘 젤이 트리뷴을 매입하게 되자 남가주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높다. 신문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는 그가 주인이 될 경우 앞으로 신문이 어느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직원 2만1,000명, 연수익 55억달러의 트리뷴 사가 부동산 재벌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은 현재 신문시장이 처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트리뷴 소속 LA 타임스에서는 지난 2년 사이 두명의 발행인과 두명의 편집장들이 떠났다. 모 기업이 너무 심하게 기자들을 감원해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한때 1,200명에 달하던 LA 타임스의 기자는 현재 940명으로 줄었고 앞으로 50명 정도 더 감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터넷 매체 등의 등장으로 독자와 광고가 줄어드는 것은 신문시장 전반의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트리뷴의 주가에 바로 영향을 미쳤다. 2004년만 해도 주당 거의 52달러였던 트리뷴 주식은 지난해 28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로도 신문의 광고는 계속 떨어졌고 2007년 들어서는 더 심해졌다.
트리뷴을 가장 어렵게 만든 것은 2000년 타임스 미러 사 매입이었다. LA 타임스의 모기업인 이 회사를 80억달러에 매입하면서 대대적 확장을 시도한 것이 결정적 부담이 되었다. 당시 트리뷴이 사들인 타임스 미러의 주가는 95달러. 현재 트리뷴 주가의 3배가 넘는 액수였다.
트리뷴은 뉴욕, LA, 시카고 등 미국에서 가장 큰 시장에 신문과 TV들을 보유하고 있으면 높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확장 직후 들이닥친 불경기도 트리뷴에 경영 압박을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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