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폴리스의 한 커피샵에 모인 소말리아 이민자들. 소말리아계 택시 운전기사들은 무슬림신앙을 내세우며 술가진 승객을 태우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에 왔으면 미국식으로 하시오!!” 요즘 미니어폴리스에서 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며 하는 말이다. 분노의 화살이 향하는 표적은 소말리아 이민사회. 소말리아 태생 이민자들이 직업상 요구되는 일들을 무슬림 신앙에 위배된다며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직업은 택시 기사와 마켓의 캐시어이다. 택시 기사들은 승객이 술을 소지한 경우 승차를 거부하고, 마켓의 점원은 돼지고기로 된 상품에는 손도 대지 않겠다며 버틴다. 비행기 여행 중 위스키를 한병 샀다는 이유로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가 쫓겨났다면 시민들로서는 열 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켓에서 베이컨을 샀는데 점원은 종교적 이유로 만질 수 없으니 손님이 직접 스캔을 하라고 한다면 이 또한 불쾌한 노릇이다.
술 가진 승객 승차거부, 미네소타서 논란
소말리아계 택시기사들 “술 운반은 죄악”
주민들 “미국에 왔으면 미국식 따라야”
이들 무슬림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종교의 자유이자 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다. 택시 기사인 킹 오스만(37)씨의 말.
“그건 우리가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종교적 의무이지요. 술을 운반하는 건 금지되어 있어요. 금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미네소타 주민들에게는 보통 못마땅한 게 아니다. 일반 미국인들의 보편적 정서는 “여기는 미국이다. 신앙의 자유는 보장된다. 하지만 신앙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자유는 없다”이다. 그런 일을 하기 싫다면 그 직업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말리아가 내전에 휘말린 1990년대 초반 이후 미네소타에는 최소한 4만명의 소말리아인들이 정착했다. 미니어폴리스 일대는 미국에서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 이 도시의 미네소타 대학 옆 웨스트 뱅크에는 수천명의 소말리아계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이 지역은 문신 새긴 펑크족, 머리 길게 늘어뜨린 히피족, 그런가 하면 눈만 겨우 내놓고 전신을 베일로 감싼 소말리아 여성들이 뒤섞여 공존하는 곳. 토박이 주민들은 이민자들과 오순도순 잘 섞여 사는 편이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이 승차거부를 하는 것은 못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이다.
“이 나라에 왔으면서 자기 식만 고집해서는 안 되지요. 자기들이 무슬림이라고 온 세상이 자기들에 맞춰서 바뀌라는 법은 없지요”- 70대의 토박이 주민이 분노를 터트린다.
3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동조한다.
“택시를 불렀는데 술 냄새가 난다고 못 타게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술 취해 운전을 못해서 택시를 불렀는데 말입니다!”
택시 기사들의 승차 거부가 특히 말썽이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공항 택시 사업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어폴리스-세인트 폴 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정식 택시기사는 900여명인데 그중 70%가 소말리아계이다. 이들 택시 기사가 승객이 술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승차거부 시킨 사람은 지난 5년간 4,854명 - 1년에 근 1,000명이면 문제가 될 만한 숫자이다.
소말리아계 택시 기사들도 나름대로의 주장이 있다. 승차 거부를 하면 승객들은 곧바로 다른 택시를 탔으니 별 불편이 없었다는 것이다. 택시 중에 흡연 택시와 비흡연 택시가 있듯이 주류 허용 택시와 주류 불허 택시로 구분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4세의 택시 기사인 아비카르 아브둘라히의 설명.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느냐고 묻지야 않지요. 하지만 술이 든 상자가 눈에 보이면 우리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모르고야 어쩔 수 없지만 알면서도 술을 운반하면 무슬림은 심판의 날에 신 앞에서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택시 기사들은 승객이 술 취했거나 위험해 보일 경우 승차 거부를 할 수도 있지만 그 외에는 승객을 선택해서 태울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승차 거부를 하면 공항 택시 대기 줄의 맨 뒤로 가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현행 규정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가 있다. 첫 승차 거부 시 30일 운행 정지, 두 번째 거부 시 공항 택시 운행 자격 2년간 박탈 등 승차 거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을 공항 측이 고려중이다.
한편 소말리아 이민자들의 이런 강경한 태도에 모든 무슬림들이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 단위 무슬림 조직들에 의하면 술 가진 승객에 대한 승차거부는 미니어폴리스 지역 소말리아계 택시기사들로 한정된다.
코란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이들의 근본주의적 신앙노선에 대해서는 같은 지역 소말리아계라고 모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소말리아 커뮤니티가 수년간 노력하며 가꿔온 주류 사회와의 관계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 택시 기사들과 마켓 캐시어들을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뒤에서 조종하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도 있다.
종업원들 신앙 존중받을 권리
비즈니스에 부담은 되지 않아야
이민자들이 처음 미국에 오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화·종교적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기독교 정신을 토대로 세워진 미국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은 특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예일 대학 신앙과 문화 센터의 에이빗 밀러 사무국장은 갓 이민온 무슬림들의 경우 “종교법이 아니라 민간 법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에서 사는 법을 배우느라 고전을 한다”고 말한다.
연방 법은 고용주들이 직원들의 종교적 신앙을 존중, 비즈니스에‘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 한 합당한 조정을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과도한 부담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애매한 문제이다.
지난해 전국 평등고용기회 위원회가 처리한 신앙 관련 차별 고발 건수는 2,541건에 달했다. 10년전에 비해 거의 50%가 늘어난 수치이다.
한편 미니어폴리스 대중교통 당국은 지난 해‘합당한 조정’에 근거해 한 버스 운전기사 케이스를 처리했다.
당시 이 지역 버스들에는 게이와 레스비언 잡지인 라벤더 광고가 실려 있었다. 그 운전기사는 “당신 안의 게이를 풀어내세요”라는 슬로건의 이 광고를 종교적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통 당국은 문제의 광고가 실린 버스에는 그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법은 무슬림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무슬림 직원이 일하는 직장 매니저들은 종종 이들의 하루 5번 기도시간에 맞춰 휴식시간을 조정해 주곤 한다.
그런가 하면 타겟 같은 업체는 무슬림 캐시어들의 입장을 배려, 업무 조정을 해주고 있다. 돼지고기를 만지지 않아도 되는 창고정리 같은 일을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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