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교제 경원시하는 회교
무슬림들은 미국에 살더라도 남녀의 데이트를 경원시한다. 데이트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를 꺼린다. 북미지역에서 무슬림들이 모이는 연례행사가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일종의 데이트 모임이다. 그러나 이름은 데이트가 아니다. ‘결혼 연회’이다. 겉으로는 그렇다. 그리고 시간도 질질 끌지 않는다. 이러한 모임 자체를 자랑하듯 드러내는 문화가 아니다. 일부 무슬림들은 ‘번개 데이트’라고도 부른다. 이 행사를 조직한 샴세드 후세인은 “이 번개 데이트가 끝나면 진짜 눈이 맞은 남녀의 데이트가 이어진다”고 씩 웃었다. 나중에 행사가 끝나고 둘이 알아서 만난다는 뜻이다.
미국 거주 무슬림들 전통과 자유 사이에서 문화적 혼란
버지니아 주 7개 성전 공동주관 미주 최대 연례행사
수백명 참석, 행사 도중 눈 맞은 남녀 따로 만나기도
무슬림들은 데이트라는 이슈를 다루길 원치 않는다. 미국에 살면서도 자유로운 교제 문화에 동화되려고 하지 않는다. 한 모임은 아예 이름을 ‘데이팅’이라고 붙였다. 자녀들의 이성교제를 제한하려는 무슬림 부모들을 겨냥했다. 별 문제 없이 배필을 구하는 길을 제시하겠다며 행사를 홍보했다.
데이팅 세미나에 참석한 수백 명의 무슬림들이 버지니아 주의 7개 회교성전 연합체인 아담스 센터의 이맘 마히드를 주목했다. 마히드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젊은 자녀, 특히 아들을 둔 부모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운을 띄웠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무슬림 여자에게 말을 걸지 마라. 그렇지만 무슬림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 무슬림이 아닌 여자에게 말을 걸어도 된다. 그러나 집에는 데려 오지 마라.” 참석자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마히드는 “미국에서 자란 무슬림 자녀들은 결혼 전에 성관계를 가져도 무방하다는 미국의 문화와 전통적인 무슬림 문화 사이에서 고민한다”며 자녀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보수적 무슬림들 “데이트는 혼전 성관계 합리화 구실”
‘데이트 반대하는 무슬림 어머니들’ 결성 긴급 제안도
3쌍 중 1쌍 이혼…자녀 결혼에 부모 간여 필요 강조
한 남성은 “32세인 아들이 가톨릭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해 난감하다”고 했다. 한 청년은 “무슬림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은데 어느 선까지 용납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데이팅 세미나에 사회자로 참석한 마이나 잔달리는 이메일 교환이나 온라인 데이팅은 외견상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슬람교도들이 가서는 안 되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잔달리는 “악마의 함정”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썼다.
특히 중매결혼이 오랜 전통으로 살아 있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출신들은 미국에서의 생활이 녹록치 않다. 적어도 문화적으로도 그렇다. 패널리스트 야스미 카드리는 “음주운전을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인 MADD(Mothers Against Drunken Driving)와 같이 북미지역에 사는 무슬림 어머니들이 연합체를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카드리는 그 이름은 가칭 MAD(Mothers Against Dating, 데이팅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이다. 중매결혼이라는 용어에 2세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니 결혼을 지원한다는 ‘assisted marriage’로 이름을 바꾸어도 좋다고 했다. 카드리는 “표현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전통 문화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인 무슬림들에게는 데이트는 결혼 성관계를 합리화하려는 부도덕한 문화의 한 측면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미국 사회에서 이러한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날 세미나 첨석자들도 부분적으로 숨통을 트이게 하는 제안을 내놓았다. 데이트는 하되 그 과정에 부모가 어느 정도 간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종의 절충안이다.
무슬림들은 비 무슬림과는 거의 결혼을 하지 않는다. 미국에 사는 무슬림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무슬림끼리 결혼해도 이혼하는 비율이 3쌍 중 한 쌍이다. 미국 평균 이혼율에 비하면 낮지만 그래도 무척 높은 수치다. 이러한 높은 이혼율을 감안해, 데이트 과정에서 부모가 개입함으로써 이혼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세미나 패널리스트들의 견해다.
행사에 자녀들과 함께 참석한 부모들은 겨의 대부분 중매결혼했다. 결혼 직전 까지 배우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길 고대할 뿐이었다. 이들은 자녀의 혼사가 자신들과 똑같아야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무슬림 부모들은 자녀들의 데이트를 그냥 내버려 두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세대 간 문화 차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바로 데이팅 세미나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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