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김철승씨가 주류사회에 보여 준‘이상, 나는 너를 듣는다’
두 달 전 ‘이상, 나는 너를 듣는다’를 보러갔다. 연출가 김철승은 나와 내 친구들을 이상의 방으로 조용히 안내했다. 연극만 소유할 수 있는 예술적인 또 다른 자유를 어지럽지 않고 침착하고 강렬하게 이상 내면의 갈등을 아내를 통해 풀어갔다.
한국배우들에게도 어려울 이상의 세계를 크리스틴 베르코비치(이상의 아내 변동림 역)에게 불어넣었을 연출의 뜨거운 질김이 감동하게 했다.
웃음은 있고 진지성이 없는 부연 설명이 늘어지는 드라마 같은 것보다 일면 낯설어 보이는 연극적 기호들이 극의 상징성과 연극성을 지니고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느끼며 막이 내린 후에도 끝없는 질문이 던져지는 참 연극에 대한 의미를 맛보게 했다.
이상의 방은 4개의 백열등이 고독과 외로움을 끌어안고 희미했다.
아내가 하루에 한 남자 이상은 상대하지 않는다며 화장은 있고 인성은 없는 얼굴로 들고나면서 흘려놓은 조분 냄새나는 깃털과 깃 부스러기와 까맣게 타 들어가는 조롱(놀림)을 쓸어 담으며 아내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확인한다.
깃으로 거울을 열고 깃 부스러기를 담을 사기그릇에 백골을 담으며 이상은 세상 시간을 재촉한다. 이상은 하얀 백지 위에 검게 탄 조롱을 촘촘히 매달아 아내를 거울에 돛처럼 엮어 이상의 강에 띄웠다.
아내는 다 타고 다 타버리되 백골만 부스러지는 아주 조금 남은 불씨를 후훅 꺼버린다. 어둠 속-그의 아내와 관객은 이상과 함께 갇혀버렸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출가 김철승은 많은 관객에 연연하지도 작업과정이 가난하여 늘 허기 젖을 터인데 담담해 보였으며 그는 당당히 작품 속에 있었다. 보기 좋았다. 힘찬 박수를 보낸다.
부탁이 있다면 연출가 김철승의 작품세계가 주류사회에서 교민사회로, 교민사회에서 다시 주류사회로 U-턴한다면 이민 연극 발전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욕심을 내본다.
김 유 연 <극단 L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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