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삼촌들 50대 심장마비 사망, 본인은 현재 92세
유럽 쌍둥이 1만여 쌍 대상 연구 유전자 영향 미미
“유방암, 전립선암 이외 대다수 암 유전 아니다”
질병·영양·태아시절 산모건강·사고 등 복합적 작용
조세핀 테소로는 올해 92세다. 아직도 정정하다. 피츠버그 교외 메키스포트 인근 언덕 위에 벽돌로 지은 집에 산다. 혼자 산다. 남편은 9년 전 사망했다. 친구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6형제도 모두 저세상 사람이다. 그래도 테소로는 꿋꿋하게 살아간다. 95년 형 올스모빌 커틀래스 시에라를 직접 운전해 병원 안에 있는 선물가게에 간다. 거기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교회에도 가고, 식품점에도 간다. 친교 모임에도 참석한다. 웬만한 젊은 사람 못지않게 활동적이다. 테소로에게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 말이 쌍둥이지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쌍둥이는 시력을 거의 잃었다. 정신적으로도 정상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치매 증세도 보인다. 넘어져 엉덩이뼈도 교체했다. 건강한 테소로와는 영 딴판이다.
연구자들은 이들 쌍둥이의 ‘오늘’에 무척 관심이 있다. 동일한 유전자에 같은 가정에서 자랐으며 평생 같은 환경 속에서 생활했는데 어떻게 한 사람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다른 사람은 ‘엉망’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유력한 이론은 유전자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와 조상이 오래 살았으면 자신도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조상 탓에 일찍 죽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 이론에 반기를 드는 학자들이 나오고 있다. 수명은 키와 달리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이론이 힘을 얻고 있다. 독일의 인구학자 제임스 보펠의 주장이다. 유전자로 설명되는 경우는 불과 3%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부모의 수명을 감안해 자신의 수명을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쌍둥이라도 수명이 10년 이상 차이 나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수명을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인가. 삶의 과정에서 개인에게 닥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라는 게 보펠 박사의 주장이다. 물론 유전적 성향이 있다. 그러나 이밖에 질병, 영양, 태아 시절 산모의 건강 상태, 부상, 사고 등등. 마치 예상 못한 세포의 변형으로 암이 유발되는 경우처럼 그야말로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인해 수명이 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평소에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숨을 거두는가 하면, 골골하던 사람이 오래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골골 80’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어떤 이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복합적 변수의 부정적 영향에 더 취약하다. 또 어떤 이는 그 반대다.
초기 알츠하이머나 심장병 증세는 암이나 파킨슨병보다 유전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 증세가 반드시 완전한 질병으로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질병에 걸렸다고 해도 모두 사망한다는 근거도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대체로 뚱뚱한 남자 흡연자가 마르고 활동적인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자보다 일찍 사망한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보편적으로 수명은 ‘개인의 문제’다. 하나의 그룹으로 판별하는 것은 쉽지만 개인적으로 접근하면 쉽지 않다.
보이스카웃 대원이었던 제임스 라이언스는 자신이 일찍 죽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55세에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삼촌들도 50대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라이언스는 “50을 바라보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75세다. 건강하다. 조상들보다 훨씬 오래 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덴마크의 카레 크리스텐틴 박사가 쌍둥이 연구로 이 ‘숙제’를 풀려했다. 동성 쌍둥이 1만251쌍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수명의 차이가 그렇지 않은 쌍둥이들보다 작았지만, 이 경우에도 대다수는 수명이 적지 않게 차이가 났다.
쌍둥이 자매가 100세까지 살았다고 해도 자신이 그렇게 살 가능성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쌍둥이의 경우 이 확률은 더 작다. 게르만 민족의 쌍둥이 4만4,788쌍을 대상으로 이들의 암 발병을 연구한 스톡홀름의 폴 리히텐스타인 박사팀은 암 가운데 유방암, 전립선암 등을 제외하곤 유전적인 요인이 별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밝혀냈다.
테소로는 85세까지 테니스를 쳤다. 그녀의 쌍둥이 자매완 달랐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부했다. 교육학 석사학위를 땄다. 고교 교사를 했다. 지금도 테소로는 선물가게에서 심부름을 다닌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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