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필 홈 연주장인 골든 홀에서 모차르트 콜레기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배종훈씨가 협연자 플룻티스트 최나경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비엔나 필 연주장인 무직페라인의 황금빛 찬란한 골든 홀. 이곳에서 열리는 비엔나 필 신년음악회는 세계 각국에 생중계된다.
SMC 매니지먼트사와
배종훈·최나경·서민정
콧대높은 콘서트홀서
비엔나 청중의 갈채받아
<오스트리아 비엔나-안상호 기자> 비엔나는 아름다운 도시다. 비엔나 한인들이 흔히 ‘남산’이라고 부르는 비엔나 숲에 오르면 시 중심부를 흐르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 내려다보인다. 비엔나가 아름다운 것은, 그러나 강과 숲, 고색 창연한 건물 때문만은 아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슈베르트, 브람스, 슈트라우스…. 비엔나서 태어나거나 이곳을 무대로 활동했던 이 위대한 음악가들이 남긴 음악이야말로 비엔나를 비엔나답게 하는 진짜 이유다.
비엔나는 세계 음악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의 흥분이 어느 정도 잦아든 9월의 비엔나에는 매일 저녁 오페라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수준급 콘서트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부딪히는 18세기 복장의 사람들은 음악회 세일즈맨들. 크레딧 카드 결재기까지 들고나선 이들은 시내 곳곳에서 음악회 판매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비엔나 음악의 중심에는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Staatsoper)와 비엔나 필의 홈 연주장인 무직페라인(Musikverein)이 있다. 비엔나 필은 베를린 필과 함께 세계 오케스트라의 두 산맥으로 꼽힌다.
특히 골든 홀로 불리는 무직페라인의 금빛 찬란한 메인 홀은 음악인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다. 오래된 명기는 스스로 노래하듯 나무가 주재료인 140년 역사의 이 연주홀은 잔음의 아름답고 오묘한 공명이 기가 막히다고 무대에 섰던 연주자들은 말한다. 악기로 치면 명기 스트라디 바리우스에 비길 수 있을까.
세계 각국에 중계되는 비엔나 필 신년 음악회장으로도 유명한 골든 홀은 돈만 있다고 빌릴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과는 다른 것이다. 이 꿈의 무대가 처음 한인 음악가들에게 활짝 열렸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인 뮤직 매니지먼트사가 기획하고, 한인 지휘자에, 협연자도 한국인인 음악회, 그러나 청중은 모두 비엔나 시민인 콘서트가 이번에 무직페라인에서 처음 열린 것이다.
지난 18일 오후 3시. 비엔나 무직페라인에는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을 맞는 연주회장의 회랑 천장은 금박 장식이 화려했다. 연주홀에는 손때 묻은 오랜 건물의 내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적함이 흘렀다.
이윽고 지휘자 배종훈이 무대에 올랐다. 올 여름 LA의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KYCC 음악회와 한인청소년음악회 등 두 차례 콘서트를 이끌었던 바로 그 지휘자. 그는 지난 8월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연주도 다녀온 비엔나의 모차르트 콜레기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하이든의 서곡을 연주했다.
플룻티스트 최나경은 모차르트 플룻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는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올해 미 10대 교향악단의 하나로 꼽히는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의 플롯 부수석으로 뽑힌 연주가. 이어서 유럽과 서울 등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서민정이 베토벤의 로망스를 연주한 후 음악회는 슈베르트의 심포니 5번으로 끝났다. 한국인 음악가들이 비엔나풍의 곡을, 비엔나풍으로 연주해 홀을 메운 비엔나 사람들의 갈채에 묻혔다.
배종훈은 “순수한 음과 음, 그 정수를 만드는데 노력했다. 비엔나 아닌가. 불필요한 지휘 테크닉은 일체 자제했다. 스스로 노래하듯 고풍스런 음향이 흘러나오는 연주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고 음악회 소감을 말했다.
이 연주회는 비엔나와 서울에 오피스를 둔 한인 뮤직 매니지먼트사 SMC(대표 권순덕)의 오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순덕 대표는 “14년의 노력이 이 연주회로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그만큼 어려운 연주회를 성사시킨 것이다.
이 음악회를 위해 각각 서울과 미국에서 날아온 서민정과 최나경,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배종훈은 이날 2시간짜리 음악회 하나를 만든 뒤 다음날 뿔뿔이 흩어졌다. 마치 도시의 유목민들처럼-. 그들은 갔지만 한국인이 만든 음향은 세계 최고의 연주무대인 무직페라인에 길게 남았다. SMC의 비엔나 연주회는 내년에도 2차례 더 계획돼 있고, 앞으로 한동안 더 계속될 것이다.
모차르트 당시의 복장을 한 음악회 세일즈맨이 비엔나 슈테판 성당 앞에서 이날 열릴 콘서트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무직페라인 메인 홀은…
1870년 1월 첫 연주가 이뤄졌다. 길이 48미터, 너비 19미터, 높이 17미터의 직사각형. 무대는 흑단으로 돼 있고, 천장에는 아폴로와 9명의 뮤즈가 금빛 찬란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좌석은 1,744석이나 300명 입석까지 더해 2,00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다. 비엔나 음악기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인근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의 정원은 1,642명.
지난 22일 비엔나필 연주로 시작된 2006~2007년 시즌에는 오는 11월1일 정명훈씨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이끌고 공연하며, 내년 3월30일에는 안 트리오가 메인 홀 보다 좀 작은 브람스 홀에서 현대감각의 화려한 음악을 비엔나 음악팬들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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