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분단을 예고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연방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미래를 좌우할 2가지 정치적 쟁점이 부각돼 있다.
하나는 수니파(아랍족)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10월 국민투표로 확정된 헌법을 개정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남부 지역을 장악한 시아파(아랍족)가 주도하고 북부의 쿠르드족(수니파)이 후원하고 있는 연방제 관련 입법이다.
이들 쟁점은 외견상 서로 다른 문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헌법 개정 특위 발족 = 이라크는 25일 의회 내 각 정파 대표 27명으로 구성된 헌법 개정 특위를 발족했다.
헌법 개정 특위 가동은 지난해 10월 새 헌법안 확정을 위한 국민 찬반 투표를 앞두고 수니파를 끌어안기 위해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약속한 사항이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집권층이었다가 전후에 미국의 견제를 받는 저항세력으로 전락한 수니파는 당시 헌법안의 연방제 조항을 문제 삼아 헌법안 국민투표 보이콧을 선언했고,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헌법안 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 추후 개헌을 확약하는 것으로 수니파의 부분적인 투표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번에 출범한 헌법 개정 특위는 그 약속에 따른 것이다.
헌법 개정 특위가 마련한 새 헌법안은 의회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로 확정되며, 이 과정을 마치는 데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방제 입법 병행 추진 = 헌법 개정 특위가 가동된 가운데 시아파는 헌법 개정 작업과는 별도로 기존의 새 헌법 틀에서 연방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는 시아파가 발의한 연방제 법안에 대한 첫 심의를 26일 시작하고, 내달 1일 일부 변경될 조항들을 놓고 2번째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2번째 심의 후 4일 후인 내달 5일께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현 의회의 275개 의석 중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65% 이상을 차지해 이 법안의 의회통과는 정해진 절차로 볼 수 있다.
이 법안이 의회 승인을 얻으면 주요 정파 간의 사전 합의에 따라 1년6개월 후인 2008년 중 시행되게 된다.
◇`물’과 `기름’인 헌법 개정작업과 연방제 입법 =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연방제 입법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의회에 진출한 수니파 2대 정파 중 세력이 큰 쪽인 이라크화합전선(IAF)이 합의해 줬기 때문이다.
수니파 일부 세력이 연방제 입법에 동의한 것은 연방제를 궁극적으로 무산시키기 위한 헌법개정을 서두를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수니파가 연방제 입법을 동의해 주는 대가로 그동안 미뤄왔던 헌법 개정 특위를 가동했다.
수니파는 헌법 개정을 통해 기존 연방제 조항을 약화시키거나 삭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최고법인 헌법 개정을 통해 연방제를 무산시키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반면에 연방제를 통해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독식하려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연방제 입법을 우선 성사시킨 뒤 헌법 개정을 지연시키거나 수니파의 의도를 약화시키는 방향의 헌법 개정을 통해 연방제를 밀어붙이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수니파 중 강경세력인 국민대화전선은 연방제 입법에 동의해 준 IAF가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계략에 넘어갔다는 지적을 하면서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해 큰 논란을 예고했다.
◇연방제는 = 새 헌법은 이라크를 구성하는 3개 주요 정파 가운데 전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시아파와 약 15%-20%를 이루는 쿠르드족이 주축이 돼 마련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점령국인 미국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은 새 헌법에 종전의 이라크 헌법에는 없던 새로운 개념인 연방제를 도입했다.
새 헌법은 제4장(연방기구의 권한)과 5장(지역의 권한)을 통해 전국 18개 주(州) 가운데 1개 주 또는 그 이상이 주민투표를 통해 입법, 사법,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정부를 만들 수 있게 규정해 놓았다.
이들 조항은 인구 분포 면에서 북부 지역을 장악한 쿠르드족과 남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라크 남, 북부는 국부의 원천인 석유자원이 집중돼 있다.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헌법 조항에 따라 자신들에게 불리할게 없는 연방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특히 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의 보호를 받으며 자치를 누리고 있는 쿠르드족은 연방제 도입을 통해 합법적인 자치국가로 변화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수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석유자원이 없는 중부 지역에 밀집 거주하는 수니파는 연방제가 시아파와 쿠르드족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종국에는 이라크를 3개 국가로 분열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정파 구분이 뚜렷한 이라크의 특성상 연방제가 도입되면 `강력한 지방정부에 허약한 중앙정부’ 체제가 굳어져 수니파의 우려대로 이라크의 분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얻으려 한 것이 이라크의 분단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