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꾼 고대 유적지 마구잡이 파괴
땅 파헤치고, 바위 뚫고, 낙서하고…
토지관리국 예산 없어 관리는 시늉만
선사시대 유적의 보고 에인션트 캐년
250스퀘어마일 지역에 순찰요원 단 한명
예산 증액이 관건, 의회 뒤늦은 대책마련 분주
고고학자 린다 판스워스가 콜로라도 에인션트 캐년 밑자락을 돌아보았다. 고대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상당수가 상처를 입었다. 구멍 자국도 있었다. 귀중품을 도굴하기 위해 강력한 도구를 사용해 깎고 뚫어 훼손한 것이다. 우즈 캐년 푸에블로에는 인디언의 지하예배장이 있다. 이 곳엔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다. 트레일이 없기 때문이다. 방이 220개나 있고 탑이 16개 세워져 있다. 거대한 돌도 50개나 서 있다. 인디언들의 성지였다. 인적이 드물다보니 오히려 도굴꾼이 마음 놓고 유물에 흠집을 냈다. 흠집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일’을 저질렀다. 고고학자 판스워스와 연방토지관리국이 유적지를 보호하고 있지만 도굴꾼들을 당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도굴꾼들이 마구 망쳐놓고 도망가도 현황 파악이 힘들다는 점이다. 콜로라도 주 남서부 귀퉁이에 있는 에인션트 캐년의 많은 유적 가운데 지금껏 역사적, 문화적, 과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은 약 18%에 불과하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 도굴돼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에인션트 캐년의 유적 기록수준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연방토지관리국이 관리하는 2억6,200만에이커의 토지 가운데 문화유적으로 기록된 곳은 6%도 안 된다. 연방토지관리국이 문화 유적으로 지정한 곳이 26만3,000개지만 일부 고고학자들은 미 서부지역에 이 보다 훨씬 많은 400만 개의 유적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유타, 애리조나, 콜로라도, 뉴멕시코 등 4개 주를 아우르는 에인션트 캐년은 1스퀘어마일 당 100개의 유적지가 있어 미국의 선사시대를 엿볼 수 있는 최고의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인데도 250스퀘어마일의 치안을 맡은 순찰요원이 단 한 명뿐이다.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유적지에서 훼손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화살촉 수집가들이 인디언 유적지들을 마구 파헤치는가 하면 전문 도굴꾼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유물을 훔쳐가고 파괴한다. 그리고 이들 유적지와 유물은 단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치 있는 것들이다.
더욱이 도굴꾼들은 비포장 길을 힘차게 달리는 좋은 차량과 성능 좋은 연장을 구비해 ‘작업’을 한다. 문제는 연방토지관리국에 예산이 없다는 데 있다. 순찰요원을 증원할 형편이 안 된다. 에인션트 캐년과 같이 귀중한 유적지라 한들 예산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국립유적지보전회의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는 훼손 위험에 처해 있는 소중한 유적지들이 열거돼 있다. 유타 주 프라이스 인근의 나인 마일 캐년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만든 암석조각이 1만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 인근에 2천개의 유정이 개발되고 있다. 도로도 건설되고 있다. 훼손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라스베가스 인근의 언덕 골드 뷰트에는 1만 개의 인디언 유적지가 있다. 인디언의 정착지이다. 그런데 지난해 훼손 비율이 366%나 증가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낙서를 하거나 암석조각에 총을 쏘기도 했다.
아구아 프리아 국립 유적지는 피닉스 북부 40마일 지점에 있다. 이 곳 저지대 구릉에는 바위에 새겨진 예술품들이 숱하게 있다. 그런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통행이 지난 5년 새 10배나 늘어남에 따라 이 유적지의 보전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유적지보전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예산이 국립공원국에는 그런대로 할당이 되는 반면 토지관리국에는 매우 짠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국의 예산은 에이커 당 약 19달러다. 그런데 토지관리국의 예산은 에이커 당 2달러27센트에 불과하다. 관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게다가 2004년 국립공원국은 문화자원 관리에 7,400만달러를 썼다. 그러나 토지관리국은 동일한 업무를 하는 데 1,500만달러를 집행했다. 설상가상, 최근 부시 행정부가 이 예산을 500만달러 삭감했다.
국립유적지보전회의 리처드 모우 회장은 “미국 역사와 인디언의 역사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면서 “유적지가 더 훼손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유적지보전회는 환경단체들과 공조해 유적 보전 캠페인을 전개할 방침이다. 또 연방의회 양원 소위원회도 유적지 보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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