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관광여행을 갔을때 김해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가 악천후로 결항된 때가 있었다. 공항에서 쳐다본 하늘은 검은 구름떼가 떠돌아다니고 있었고 가끔은 번개도 치고 비바람을 뿌리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 일행은 그 이튿날 아침 비행기로 제주도에 가게 되었다.
그날도 하늘에는 짙은 회색구름이 두텁게 끼어 있었지만 바람기가 없는 후더분한 날씨였다. 비행기가 고도를 잡고 구름위로 솟아올랐을 때 창가 좌석에서 줄곧 창 밖을 내다보고있던 나는 갑자기 찬란한 햇빛에 눈이 부시었다.
바로 눈앞에는 햇빛이 가득한 푸르디푸른 하늘이 열려있고 밝고 맑고 깨끗하기가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엷은 흰구름이 코발트색 하늘을 살짝 가리고있어 한결 운치를 더하고 있다.
또 다른 놀라운 것은 땅에서 쳐다본 구름은 짙은 회색구름이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구름은 솜처럼 희고 부드럽게 보인다. 구름과 구름은 구릉을 이루어 산맥으로 이어져있고 멀리 푸른 하늘과 맞닿고 있다. 문득 구름위 어딘가에 신선들이 노닐고 있을거라는 황당한 생각에 구름위로 뛰어내리고 싶은 유혹마저 느낀다.
하늘은 푸른 색감 때문인지 좀 진한 색상을 띄고 낮게 보였다. 비행기는 평화로운 하늘나라를 천천히 날고 있고 나는 하늘나라의 비경과 비색에 함빡 빠져 넋을 놓는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하늘나라 관광이 마치 조물주의 작품인 한폭의 수채화를 보듯 감동을 준다.
갑자기 뿌연 것이 잠시 눈앞을 가리더니 어느새 비행기는 구름 아래로 내려서고 있었다. 꿈만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저 아래로 바다에 둘러싸인 제주도가 요새처럼 보이고 빛이 없는 구름아래 하늘은 우중충하고 생기가 없어 너무 다른 두 하늘이 혼란스럽다. 형이상과 형이하의 주상복합 같은 하늘의 오묘함이 놀랍기만 하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면서 바다 위에 떠있는 한 척의 고기잡이배가 눈 안에 들어온다. 향수같은 그리움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국 땅에서 살아온 사연 많은 세월들이 슬프게 느껴온다.
가족이라는 힘겨운 짐을 지고 인간의 숙명 같은 고독을 남몰래 반추하면서 살아온 25년이란 긴 세월들, 망향의 가락은 구슬프고 여기 살 적에는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제주도 관광을 멀리 미국에서 아내와 함께 온 것이다.
하늘은 오묘하고 땅은 아름답다. 그러나 정작 가슴 설레는 관광은 제주도가 아니라 하늘나라였다. 하늘은 삼라만상의 모태이다.
해와 달과 별들이 있고 구름과 바람이 조화를 뿌리는 하늘에는 고차원의 세계가 있다는 심증이다. 그로부터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남진식/ 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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