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11 테러 발생 5주기를 맞으면서 역사 속으로 묻혀 가는 당시의 사건과 이를 통해 얻은 역사적 교훈을 후세에 올바로 전하려는 교육계의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무역센터 연합가족그룹(WTCUFG)’도 9.11 관련 고교 역사 교과과정 마련 계획을 최근 공식 발표했는가 하면 많은 대학들이 이미 테러나 국가안보 강좌 또는 관련 학과 개설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테러가 각종 교육소재로 널리 활용되는 것은 물론, 매년 추모일을 전후로 9.11 관련 특집보도들
이 언론매체를 장식하면서 당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도 더 이상 피해 갈 수 없는
역사적 소재가 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비극적 사건을 매년 접하는 것이 어른들
보다 훨씬 참기 힘든 과제가 될 수 있으므로 가정에서도 자녀교육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테러 관련 가정교육 요령을 짚어본다.
■왜 9.11 사태를 기억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기념일은 좋은 일을 축하하는 기쁨의 시간이다. 나이가 어릴
수록 9.11사태와 같은 비극적 사건을 추모하고 기념하는 일을 언뜻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기념일은 기쁜 일은 물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각종 중요한 일들을 기억하는 날임을 알려
준다. 기념일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정의해준다면 추모행사의 중요성을 깨닫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족만의 추모식을 치른다.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공식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직접 추모식을
하는 것도 이날의 역사적 중요성을 가르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거창한 행사보다는 저녁식탁
에서 촛불을 켜고 묵념하거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지 않은데 대한 감사를
각자 글로 작성해 낭송하는 작은 무대를 꾸며도 좋다. 또는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가족만의 행
사나 기원문 낭송회 등도 한 방법이다.
■재학하는 학교의 추모식 행사 계획을 미리 알아본다.
9.11 사건을 기억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자녀가 테러 위협이나 불안을 느낀다면 학교에서 열
리는 공식 추모행사 참석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학교에 미리 문의해 담당교사나 카운슬러와
상담하고 필요하다면 학교에서 행사가 열리는 동안 자녀가 다른 대안활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
■미리 심적인 준비를 시킨다.
매년 9.11 테러 추모일을 앞두고 일찌감치 각종 언론매체마다 대대적인 특집보도를 홍보하기
때문에 당시 사건의 직·간접적인 피해 여부에 상관없이 자녀들이 관련보도에 노출되는 일을
차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녀들이 심적, 정신적인 준비를
할 수 있게 배려한다.
■부모 자신의 당시 반응을 먼저 생각해본다.
9.11 테러 사태를 되돌아보며 자녀들에게 느낌을 묻기 전에 부모 자신은 당시 사태를 목격하면
서 어떤 감정과 반응을 보였는지 떠올려본다. 자신의 경험을 되살리면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귀 기울여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시의 사건은 감정적인 부분을 수반하기 쉬워 효과적인 대화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자녀들이
9.11 사태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지, 당시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말해 보
게 한다.
내용 가운데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바로 잡아준다. 어린 자녀들은 반복
상영되는 텔레비전 영상을 보다보면 건물과 충돌한 여객기가 실제보다 많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고 심각한 불안감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중요하다. 효과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보도
를 시작으로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좋은 출발이 된다.
밤보다는 낮 시간이 권장된다. 어린이들은 어른과 마찬가지로 오후나 저녁이 되면 에너지 소진
으로 부모의 대화 시도에 별다른 반응이나 흥미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취침 전에 자극
적인 소재를 대화로 나누는 것은 자녀가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언론매체의 관련보도는 자료화면임을 알려준다.
어린 자녀일수록 언론매체가 보도하는 자료화면들을 현실로 받아들여 심한 공포에 휩싸이거나 충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료화면이라는 점을 명확히 일러준다. 관련 보도를 접하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면 가능한 희생자들의 좋은 점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춘 보도 프로그램을 선택하
도록 한다.
■표현의 한계를 이해한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때 부모는 자녀의 얘기를 듣고 난 후 정확한 감정표현을 재정리해주면 좋다. 9.11과 같은 사건을 접했을 때에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얽히기 마련이라는 위로도 잊지 말 것.
■또래 그룹과 대화를 시도한다.
어린이들은 어른과 단독으로 마주하는 공간보다는 또래와 더불어 있는 공간에서 더욱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할 수 있다. 또래 친구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자녀는 물론, 부모에게도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화를 유도하는 질문도 “배트맨이나 수퍼맨처럼 소방관과 경찰관 아저씨가 9.11 이후 새로운 영웅이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등 연령 수준에 맞춰 쉽게 연관 지을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변안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
9.11 테러 이후 자신의 신변안전에 심한 불안을 느끼는 자녀라면 당시 사건이 학교나 가정이 아닌 미국을 상징하는 공공건물에서 발생한 것임을 일러준다. 또한 사건 발생 직후 정부가 취한 수습조치에 대해 설명하면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여전히 테러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국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알려준다.
■대화를 회피하더라도 이해한다.
어린이들의 시간개념은 어른과 달라 그들의 관심은 주로 현재와 바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치중돼 있다. 따라서 과거의 일은 먼 옛날의 일이라 생각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있다. 관련 대화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면 억지로 유도할 필요는 없다.
■직접적 연관성을 갖지 못하면 역사적 교육소재로 활용한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지녔다.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 없이 제3자에게 벌어진 사건에는 무관심할 수 있다. 특히 지역적으로 사건 현장과 멀리 떨어져있었거나 주위에 피해를 당한 사람이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9.11 사태에 대해 무반응 자세를 보인다면 자녀 개인의 감정이나 반응을 살피기보다는 역사적인 기록을 학습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생활 태도이다.
9.11 추모식을 매년 거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희생자에 대한 위로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각자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함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긍정적인 생활 태도를 갖고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는 것이 테러분자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는 점도 기억시킨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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