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사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이민생활이 어디 그런가? 너나 할 것 없이 먹고살기가 힘든
데다 안팎으로 일이 너무 많아 피곤하다 보니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취미생활을 하자면 기본적으로 시간과 경비, 무엇보다 의욕과
열정이 따라주어야 한다.
도상집(59. 산악자전거 협회 회장, 뉴저지 이스트 러더포드 거주)씨는 힘든 이민생활 속에서도 비즈니스 뿐 아니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도 만끽함으로써 이 세상 누구도 부러울 것 없이 즐거움과 보람 속에 살아가고 있다.
도씨는 주얼리 관련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지만 여름에는 산을 찾아 산악자전거로, 겨울에는 스키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최대한 멋지게 꾸며나가는 한인이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산악자전거, 스키를 타오면서 스키는 한국의 전국체전 선수로, 산악자전거는 세계 각종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이제는 그 경지를 넘어 후배나 같은 취미를 가진 회원들을 위해 협회조직 및 전문적인 웹사이트(kmtbus.com)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무엇이든 잡으면 끝을 보는 그의 끈질긴 성격과 도전정신으로 그가 99년도에 만든 한인 산악자전거협회는 초창기 회원이 6명이던 것이 지금은 벌써 120명이나 되었다. 또 산악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다 보니 이제는 ‘마운틴 바이크 닷컴(mtbvideos.com)’이라는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운영하게 될 정도다. 그가 만든 산악자전거협회는 그동안 연 1회 자체 경기를 주최하면서 외국인들이 개최하는 경기에도 매년 수차례 참가할 만큼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뿐만 아니라 그가 혼신을 다해 운영하는 산악자전거 웹사이트는 전 세계 산악 자전거인들이 하루 평균 200명씩 찾아들어 일인당 7-8페이지씩 보고 갈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내용은 주로 산악자전거 관련 총망라 비디오인데 처음엔 한글로, 이제는 미국친구들도 많아 영문까지 병행하고 있다. 웹사이트 주소 ‘마운틴바이크 비디오’는 말 그대로 도씨가 직접 세계 각국의 경기장에 나가 자신이 선수로 나갈 때만 제외하곤 직접 경기를 찍어 편집하고 해서 동영상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때문에 세계 각처에서 들어온 산악자전거 애호가들로부터 이 사이트가 특별한 관심을 얻고 있다.이렇게 되기까지는 한국에서 중학교 때부터 북한산 밑 정능에서 살다보니 산과 친해져 취미로 일찍이 겨울에는 스키장, 여름에는 등산, 산악스포츠 페러 글라이딩(산에서 떨어지면서 낙하산을 타는 운동) 등을 탄 것이 계기였다. 그 때 도씨의 실력은 이미 대관령을 오를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취미생활은 미국에 와서도 계속 이어졌다. 도씨가 산악자전거를 접한 것은 20년 전 매년 비즈니스나 스키, 산악자전거를 타기 위해 찾는 유럽의 알프스를 방문
했다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거기서 누군가 타는 산악자전거를 보고 빌려 타보니 앞 뒤 바퀴에 충격완화장치 스프링이 있어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도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젊은이들과의 경쟁에서 더 이상 이길 수가 없어 생각한 것이 바로 동영상이었다. TV의 산악자전거경기 중계가 재정상 중단되면서 도씨는 직접 경기 마다 소형카메라를 들고 가서 동영상에 담아 한주 한편씩 웹사이트에 올려놓았다. 그런 실력이 이제는 영화제에 출품할 단계까지 되었다. 지난해는 친구들과 알프스에 스키 타러 갔다가 영상에 담은 것을 편집해 ‘40년의 약속’을 만들어 웹사이트(koreanski.com)에 올렸더니 방문자들의 감동적인 댓글이 올라와 이런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도씨의 취미생활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에게는 또 기독교와 관련된 유물수집도 운동 못지않게 독특한 취미이다.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동안 수집한 유물만도 지금 300여점에 이른다. 한국 최초의 언문성경에서부터 아주 작은 성경책, 무기류, 생활용품, 촛대 등에 이르기까지 품목이 다양하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라도 일단 손을 대면 열심히 책 보고 찾아다니고 하면서 그는 이 분야도 거의 전문적인 상태로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이 유물 분야도 아직은 비공개지만 이미 웹사이트(mobw.com)까지 개설, 한 점 한 점 올려놓고 정리해 두고 있다.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또 최고경지까지 가는 그리고 한 가지가 끝나면 또 새로운 것을 찾는 그의 집념과 도전적인 성격은 그의 비즈니스도 한인으로는 유일무이한 업체로 만들었고 취미도 최고의 수준에까지 올려놓았다. 업체도 한인사회에서 최초로 시스템을 갖추고 컴퓨터로 모든 주얼리의 디자인을 만드는 곳으로 키워 놓았다.
이처럼 도씨는 비즈니스건, 운동이건, 취미생활이건 모두 했다하면 최고의 경지까지 가게 할만큼 적극적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만도 총 4개나 된다. 1981년도 미국에 여행 왔다 눌러 앉은 도씨가 주얼리 비즈니스를 하게 된 것은 처음에 미국 와서 어느 미국 회사와 인상파 화가를 소재로 한 명화 정밀 복제 비즈니스를 2년쯤 하다가 방향을 바꾸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 당시 도씨는 금으로 손톱을 만들어 크게 히트했다고 한다.
주얼리 생산, 도소매업을 하면서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도씨는 이때부터 한인업계에서는 관련분야에서 유일하게 컴퓨터로 그림 그리고, 기계로 디자인제품을 만드는 시스템을 갖춘 디자인 전문회사로 전환했다. 그는 매일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산악자전거를 타고 뉴저지 조지 워싱턴 브릿지를 건너 강변도로를 지나 맨하탄으로 출퇴근을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강을 끼고 가다 보면 운동도 되고 공기도 좋아 좋고 강을 끼고 가다 보면 너무나 환상적이라 항상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은 늘 무언가 새로운 생각,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더할 수 없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인들이 이렇게 잘 만들어놓은 길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각종 문화의 도시인 뉴욕에 살면서 뉴요커의 재미를 누구보다도 흠뻑 맛보며 살고 있는 도씨는 운동하는 재미도 재미지만 무엇보다 세계인들이 자신이 아주 정성들여 만든 동영상을 열심히 보아주고 있어 너무나 흐뭇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기 쉬운 미국생활에서 그래도 취미생활을 통해서 삶의 윤활유를 얻을 수 있었다”며 “후배들을 위해 만든 산악자전거 웹사이트 같은 보람 있는 일이 없었다면 생활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도씨는 또한 “이제는 어느 정도 권태기에 들어설 나이인데 다시 영상이라는 것에 몰두하다 보니 나이 먹는 줄도 모른다”고 말한다. 어떤 것이든 몰입해서 끈질기게 하는 성격 탓(?)에 그는 신체부상으로 고생도 많이 했다.
스키 타다 무릎인대가 끊겨 몇 개월씩 애를 먹었는가 하면, 또 언젠가는 자전거 경기 때 점프하다 목뼈가 부러져 1년이나 고생했다. 그 바람에 지금도 그의 목에는 타이타늄 두 조각이 파손된 뼈를 받쳐주고 있다. 이러한 대형사고 후에도 그는 하던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지칠 줄 모르고 적극적으로 부딪치면서 도전하는 삶을 살아 왔다. 도씨는 요즘 동영상 제작에 시간을 분주하게 할애하며 평균 한 주 한편씩의 작품(7-8분짜리)을 열심히 제작하고 있다. 그의 꿈은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 수준 높은 캐나다 벰프 산악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앞으로 영상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슬하에는 부인 도인제(56)씨와의 사이에 도씨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딸 예미(26. 디자이너)씨와 외국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아버지 회사도 돌봐주는 아들 도영(24. 컴퓨터 프로그래머)씨가 있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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