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씨가 10년만에 제2시집‘하얀 텃세’(청동거울 발간)를 냈다.‘마음 같아서는 독자도 없는 시집을 뭣하러 또 내는가 망설임도 없지 않았다’는 속마음을 내비친 그는 ‘(내 글을 아끼는)독자 하나를 위해서라도’하면서 70여편의 시를 다시 묶었다고 한다.
음악성은 약한 대신 시에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으리라고 그의 시를 스스로 진단한 그는 이민을 주제로 쓴 시를 1부, 영시를 배우고 써서 미 잡지 등에 발표한 작품을 2부, 6.25로 부모를 잃고 어렵게 성장한 어릴 적 추억담으로 3부로 엮었다.
문학평론가 김수이는 발문에서 배고픔을 참거나 굳센 결의의 표현인 허리띠 졸라매기가 내용인 ‘허리띠’와 ‘허리띠 조이기’를 이 시집의 대표작으로 꼽고 시인은 허리띠를 통해 가난과 현실의 부정성을 돌파하는 가열한 정신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음악성 보다 산문성, 유려한 기교 보다 유현한 정신성을 추구하는’ 이성열의 시는 따라서 이 지점에서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성열의 ‘허리띠 조이기’전문.
“네 동생이 다른 학생의 음식을/훔쳐먹지 않도록 주의를 줄 것, 알았지?”/담임이 누이를 불러 이렇게 훈고했다./“특별히 전후라 나도 이해는 간다./허나 훔친다는 건 어쨌든 나쁜 버릇이야!”//
며칠 전, 아이들이 놀러 나간 휴식시간/배가 고파 옆 학생들의 도시락을 열어/한 숟갈씩 마구 퍼 먹은 적이 있다//
누이가 동생을 때리며 같이 울고 있다./“견딜 수 없이 배고프면, 물을 퍼 마시든지/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면 되지, 왜 남 것을/ 훔치니, 훔치긴-, 이 도둑놈아!”/선생이 누이에게 고자질하리라는 건/정말 몰랐다. 차라리 본인을 불러 때리지.//
다음날 배고플 때, 그는 냉수를 퍼 마셨다./별 소용이 없었다. 허리띠를 단단히 조였다./그랬더니 믿어지지 않을 만큼/힘이 났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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