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가수들의 LA콘서트 소식에 가슴 부풀어
“동창들 단체관람” “아내에 추억선물” 예매 열기
TV만 켜면 쏟아지는 시끄러운 댄스 음악. 70년과 80년대 암흑 같은 독재정권 아래서 포크송에 귀를 기울이며 감수성을 키워 온 중장년층의 귀에는 소음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어쩌랴, 바쁜 이민생활과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무대의 주인공 자리를 내준지 오래이니…
70년과 80년대 중장년층의 고민과 희열을 함께 껴안았던 ‘7080’ 가수들이 다음 달 12일 LA를 방문한다. 이들의 공연 소식을 접한 중장년층 한인들은 벌써부터 “늙다리라고 놀 곳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라고 자식들에게 뽐내며 공연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 LA를 방문하는 가수들은 청년문화의 배출구였던 가요제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TBC 가요제의 ‘장남들’ ‘블랙테트라’‘라이너스’‘어니언스’, MBC 가요제의 ‘옥슨 80’등이다. 여기에 ‘이치현과 벗님들’ ‘로커스트’ ‘홍서범과 조갑경’, 그리고 김세화씨 등 당대를 주름잡던 가수와 그룹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세월의 흐름 앞에 70년대와 80년대 꽃미남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추억을 담은 목소리만은 여전해 중장년층의 불꽃과 같았던 젊음을 되살려 낼 전망이다.
7080콘서트는 이미 한국에서는 18만여명의 중장년층을 공연장으로 불러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중장년층을 복권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국문화의 층이 얇은 LA에서 이들 가수들에 대한 중장년층의 열망이 한국보다 더 큰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 초반 한국에서 청년시절을 보낸 홍혜정(42)씨는 “그리움”이란 말로 이들의 음악을 정의했다. 이들의 음악은 단순히 귀에 듣기 좋은 멜로디만이 아닌 중장년층의 꿈과 사랑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씨는 비슷한 또래의 교회 친구 8명과 함께 공연장을 찾을 예정이다.
여성보다 다소 감수성이 무딘 중장년층의 ‘아저씨’들은 부인들에게 잘 보일 절호의 기회로 콘서트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홍익고 동문회 골프회장인 피터 권(50)씨는 “콘서트 소식을 접하고 동문 홈페이지에 ‘집의 마나님들에게 잘 보일 절호의 기회’란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자식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여성들이 자식들 분가 후 공허함과 고독이 밀려오는 ‘빈 둥지 신드롬’(Empty Nest Syndrome)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아내들의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며 ‘아내사랑’을 과시했다.
중장년층은 공연 소식을 접하며 한동안 지웠던 가수들의 얼굴과 음악을 떠올리며 젊음을 마음에서 불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근사한 스테이크대신 70년대와 80년대 맛보았던 시원한 생맥주와 닭똥집의 맛깔스러움으로 저녁식사를 보낼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홍익고 17회부터 22회까지 동문 18명과 함께 공연장을 찾을 권씨는 “그 날 만큼은 35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아름다운 청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석호 기자>
내달 12일 오후 7시30분 스카티시 오디토리엄서 열려
아시아나와 함께 하는 ‘7080 콘서트’ “여름날의 추억”은 8월12일 오후 7시30분 한인타운 인근 스카티시 라이트 오디토리엄(4357 Wilshire Blvd.)에서 펼쳐진다.
70-8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옛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당시의 인기곡들을 따라 부를 수 있는 이 공연의 입장권은 본보 사업국, OC, 동부지국을 비롯해 갤러리아와 코리아타운 플라자내 본보 안내센터, 윌셔비디오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입장권은 S석 80달러, A석 65달러, B석 50달러, C석 35달러다.
이 행사는 라디오서울이 주최하고 본보와 KTAN-TV가 주관하며, 아시아나항공이 타이틀스폰서를 맡고 있다.
▲문의: (323)692-2070, 2055, 2068
쭗 출연자 프로필
▲어니언스
한국의 ‘사이먼 앤 가펑클’ . 70년대 포크 열풍을 주도한 대표적인 남성 듀오다. 서정적인 멜로디로 당시 소녀팬들을 사로 잡은 스타였다. 72년 TBC의 ‘쇼쇼쇼’로 데뷔, ‘작은새’ ‘편지’등의 히트곡을 양산. 은퇴 후 약 25년만인 지난해 콘서트로 부활 선언. 임창제가 이번 무대를 이끈다.
▲블랙테트라
홍익대 락 밴드로 78년 TBC 해변가요제에서 ‘구름과 나’로 금상을 차지했고 이후 MBC대학가요제, TBC 해변가요제 등에서 잇따라 입상을 하며 전국 대학 밴드 그룹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구름과 나’ ‘심매마니’등 히트곡 다수. 구창모, 송재호, 김기형 등을 배출했다.
▲김세화
80년대까지 한국 최고 흥행 영화로 기록됐던 ‘겨울여자’(77년)의 삽입곡 ‘눈물로 쓴 편지’를 불러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 기억된다. ‘나비소녀’ ‘나비야’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등의 히트곡을 양산. 83년 ‘아그네스’를 끝으로 은퇴했다 이번에 LA팬들과 인사한다.
▲로커스트
80년 TBC‘제3회 젊은이의 가요제’서 ‘하늘색 꿈’으로 입상하며 데뷔한 록그룹. 당시 젊은이들의 새로운 음악 아이콘으로 등장했지만 이후 김창완의 주도로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발표한 채 해체해 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줬었다. 대표곡으로 ‘내가 말했잖아’ ‘그대여’등이 있다.
▲이치현과 벗님들
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이 중 ‘짚시여인’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짚시여인’의 이치현과 벗님들은 78년 TBC의 해변가요제로 데뷔, 87년 골든디스크 수상, MBC FM 선정 최고 가수, KBS 10대 가수상을 수상하며 80년대 대표 밴드로 꼽힌다. 대표곡 ‘당신만이’.
▲옥슨80
건국대 락 밴드로 80년 ‘음악의 팔방미인’ 홍서범이 이끌게 되며 최전성기를 구가한다. 당시 파격적인 사운드로 젊은이를 사로 잡아 MBC 대학가요제에서 ‘불놀이야’로 금상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들의 대표곡은 ‘불놀이야’ ‘가난한 연인들의 기도’ 등이다.
▲장남들
한국 락의 1세대인 장남들은 1979년 데뷔한 대표적인 7080 락 밴드이다. 이들의 대표곡으로는 ‘바람과 구름’ ‘지나간 옛 추억’등이 있다.
▲홍서범과 조갑경
부부 가수로 유명한 홍서범과 조갑경은 1990년 ‘내 사랑 투유’를 함께 부르며 연인에서 부부로 골인하게 된다. 옥슨80으로 1980년 데뷔한 홍서범과 마찬가지로 조갑경 또한 1986년 MBC 대학가요제 출신이다.
‘옥슨 80’의 공연 모습.
이치현
블랙테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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