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가느다란 실낱같은 소리가 들릴락 말락. 잘 들리지가 않는다. 아주 먼데서. 가냘픈 아픔의 채찍의 신음 소리다. 많은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까지도 아픔과 억울함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귓전에. 나의 귓전에는 더 선명하게 잘 들린다. 아련하게 들리는 신음소리는 나의 애간장을 녹인다. 온몸이 저려온다. 안타까운 마음 달래려고 눈시울을 적신다. 견딜 수 없는 구타와 고통을 받는 괴로운 설움은 누가 알고 있었을까. 1943년 27세의 꽃다운 나이로 ‘사상범 독립운동’의 죄목으로 체포되어 교토 키모가의 경찰서에 구금되었다. 2년형(3년 구형) 언도를 받았다. 형무소에 수감된 윤동주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창살을 붙잡고 외치는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5년 2월16일. 악랄하고 인정사정 없는 동물과 같은 맹렬한 일본인의 손에 29세의 젊음은 목숨을 잃었다. 61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그의 서시는 아직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리속에 가슴속에. 아직 그를 아쉬워하고 있다. 그리워하고 있다. 갈망하고 있다.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도 있다. 그의 글을 사랑하고 있다. 글을 사랑하니까 윤동주가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서 사람들은 헤매고 있다. 사람들은 견딜 수가 없어 한다. 참고 견디다 못해 결국은 ‘윤동주문학사상 선양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워싱턴에서의 모임은 다섯 번째의 행사다. 시와 음악이 있는 ‘윤동주문학 국제심포지엄’이라는 특별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왁자왁자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했다. 야나기하라 야스꼬 일본 백화원 교수,도 왔다. 중국 연변대학교 김경훈 교수, 한국 윤동주 문학 사상 선양회 계간 서시 발행인 박영우 사장도 왔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목숨을 잃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요즈음의 젊은 사람들도 윤동주를 잘 알고 있다. 시를 좋아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다. 무엇이라고 표현을 하지 못 할만큼 멋이 있고 휼륭한 사람인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우리는 하루의 시간으로 부족함을 느꼈다. 그 다음날 형무소에서 시달림을 당하고 학대와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은 슬픔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산을 찾았다. 공기가 맑다. 바람이 분다. 폭포의 물결이 거품의 방울을 만들어 흘러내린다. 푸른 나무가 많이 있다. 많은 소풍객들도 눈에 띈다. 풍선도 달았다. 숲 속에서 시낭송도 했다. 마지막은 신나는 마카레이나, 그리고 라인댄스 꼭지춤으로 장식했다. 살아있는 윤동주의 영혼과 넋도 즐거운 시간을 우리와 함께 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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