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남보다 특출하게 된다는 것은 매력 있는 일이다. 솔로에게 쏟아지는 박수는 단체에게 쏟아지는 박수와는 다르다. 찬탄, 존경, 격려… 여러 의미가 복합된 박수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솔로를 동경한다. 자기극복, 험난한 수련…, 솔로의 도전을 극복한 자는 박수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solo(솔로)’라는 영어의미는 ‘혼자서 연기하다’, ‘혼자 비행(飛行)하다’ , ‘혼자 (악기를)연주하다’등의 뜻을 담고 있다. ‘solo’는 단독 비행이라는 뜻이 포함하고 있듯 대단히 위험하고, 고난도의 기술과 경험이 없는 사람은 담당하기 힘든 역을 말한다. 악기가 몰려있는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도 간혹 솔로파트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때 솔로 연주자는 그 그룹에서 가장 발군의 기량을 갖춘 자(악장이나 각 파트의 수석 주자)들이 맡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솔로 연주는 합주에서 (연주)소리가 희석되는 것과는 달리 자신만의 고유의 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므로 특출한 기량을 갖춘 실력자가 아니면 소화해 내기 힘들다. 마치 파도타기의 서퍼같다고나 할까. 오케스트라에서 솔로의 역은 매우 중요하다. 수면 위에 떠오른 서퍼처럼 관객들은 군계일학처럼 솟아 있는 솔로들의 연주, 그 긴장감 넘치는 곡예를 즐기게 마련이고, 손의 땀을 감추며 솔로의 기량, 재능에 박수를 보내며 간접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마련이다.
위대한 솔로가 있다는 것은 그날의 연주회를 살리고, 약방의 감초처럼 연주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화를 안겨준다. 그러나 음악회에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솔로들의 곡예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청중)의 솔로됨에 있다는 것에 감동의 아이러니가 있다.
음악에 약간의 감동이 있다면 그들(연주자)만의 아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표면속에 감추어진, 오랜 세월의 홀로 걷기, 그들만의 외로운 투쟁이 아름다운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감동적인 것은 그러므로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솔로 정신’이다. 이 세상에서 난잡한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깨끗한 마음… 오로지 하나로 나가는 솔로정신만이 감동을 준다.
음악에 진정한 솔로 정신이 느껴지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당연히 솔로 악기로 연주되는, 말그대로 솔로 악기에 의한 솔로 작품이어야할 것이다. 역사상 무반주 솔로(현악기)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남긴 작곡가는 한 사람밖에 없다. 바로 독일의 ‘3 B’로 불리우는 바하가 그 사람이다. 바하의 바이올린 솔로, 무반주 파르티타(2번)중 ‘샤콘느’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직 클래식을 접해 봤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너무도 유명한 이 곡은 기타, 피아노 등 수많은 악기로 편곡되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바이올린)솔로작품으로 꼭 한번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곡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품을 좋아하던 시기는 말그대로 솔로로 살던 시절, 다소 외로움을 느끼던 청년기였다. 처음 ‘샤콘느’를 들을 당시 마치 내 자신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이처럼 하나의 악기가 사람과 밀착되어 일심동체가 된듯 착각을 일으키는 작품이 또 있을까. 이것은 하나의 음악이 아니었다. 이것은 애인이자 동반자, 친구이자 귀뚜라미의 속삭임,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 석양이 반사하는 말그대로 자연의 소리였다. 인간은 오로지 홀로 될 때 자신의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위를 의식하는…, 뻐기는 마음으로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런의미에서 바하의 음악은 신이 보낸 영혼의 거울일 것이다. 온갖 일상…, 잡다한 것에서 벗어나 너 자신을 들여다 보라고, 아무런 반주도, 치장도 없이 오로지 단순하게 울리는 그 서늘한 고독, 신의 메세지가 담긴 선율….
바이올린은 현악기중에서도 가장 작은 악기에 속한다. 몸체가 작고 악기의에 공명음도 매우 날카롭고, 째지는 소리 때문에 귀가 예민한 사람은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인류가 발명한 악기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바이올린이지만 너무 예리하여 여성적이라고 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늘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아름다운 선율미 때문에 가장 많이 선호하고 있는,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바이올린은 단순 선율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혼자서 울리기를 꺼려하는, 고독을 많이 타는 악기로도 유명하다. 현의 외줄에서 울리는, 고독의 찬기가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일까, 바이올린은 대개의 경우 피아노 등과 함께 협주하는 것이 상례이다. 예외적으로 장시간을 외롭게 울부짖는 무반주 작품을 많이 남긴 작곡가는 바하로서, 바하의 무반주 소나타, 파르티다등을 들어보면 왜 사람들이 바이올린을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특히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는 이 한 곡만으로도 바하의 명성은 영원할 것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거의 전설적인 작품이다. 솔로의 특성을 잘 살린 이작품은 윤회의 먼 추억처럼 … 낯설음속에서 무언가 아름답고 애틋한 이야기가 추억처럼 피어오르는… 말할 수 없는 향수, 동경에 젖게 하는 작품이다.
삶은 일회적이다. 광대의 줄타기이자, 외로운 홀로걷기다. 아무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거나 대신 걸어주지 않는다. 묵묵히 걷는 길은 외줄기 길은 오직 솔로의 친구일 뿐이다. 석양이 밀려오는 저녁… 삶이 피곤해 질때, 한숨,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폭풍후 뒤의 서늘함… 솔로의 매혹으로 차 있는 바하의 파르티타를 들어보자.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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