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내무장관 배빗·전 국립공원국장 케네디 각각 출간
“토지이용은 지역에서 할 일이라는 통념은 오류” 지적
소련 공격 대비 주민분산 차원서 하이웨이 건설 시작
모기지 세제혜택도 전 국토에 주택개발 자극위해 고려
천연자원 채굴 목적 도로건설, 대규모 개발붐 환경 훼손
“정부, 법적·제도적·과학적 재원 총동원 문제해결 나서야”
연방정부가 토지이용규제에 간여하지 않는다고들 믿고 있다. 어디에 무엇을 지을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지역 차원에서의 해답이 나오는 게 상식이라고들 여긴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스로 토지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현명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데 전혀 의심을 두지 않는다. 아울러 토지이용에 대해 대단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각은 정치적으로도 지원군이 적지 않다. 연방홍수보험 프로그램을 재편하고 멸종위기동물보호법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좌절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연방정부가 지역 토지이용권에 지나치게 간섭하게 된다는 것을 우려한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잘못이다. 연방정부가 토지이용과 관련해 힘을 못 쓰고 있다고 간주하는 시각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낭만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적어도 클린턴 행정부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브루스 배빗과 국립공원국장을 지낸 로저 케네디가 각각 쓴 책, ‘Cities in the Wilderness’ ‘Wildlife and Americans’에 의하면 그렇다.
이들 책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토지이용에 대해 강한 입김을 불어넣어 왔다. 다만, 방법이 교묘해 일반인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기지에 대한 세제혜택, 하이웨이 프로그램, 벌목 양해 등이 그것이다.
배빗과 케네디의 두 책은 서로 다른 실례와 문제 해결을 위한 상이한 제안을 담고 있지만 기본적인 메시지는 동일하다. 만일 전국의 토지와 조경이 손상을 입고 환경체계가 훼손됐다면 이는 연방정부의 묵인아래 행해진 것이라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들을 원상회복시키기 위해 연방정부는 법적, 과학적, 재정적 재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도의적 책임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연방정부의 정책이 배빗이 지적한대로 지반이 약한 곳에 집을 짓거나, 케네디가 언급한대로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주거불안정 지역을 공세적으로 개발하도록 허용하는 바람에 이들 지역에 집을 많이 짓게 됐다.
결국 이들 집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케네디는 또 홍수 위험 지역에 집을 짓도록 허용한 점도 정부정책의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의 삼림정책은 이들 홍수위험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케네디는 미국의 잘못된 토지 관련 정책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영향에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해석했다. 히틀러가 군대와 군수물자를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는 아우토반(독일의 프리웨이)의 유용성을 아이젠하워에게 가르쳤다는 것이다. 또 스탈린이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자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민들을 여러 곳으로 분산할 필요를 느껴 모기지 인센티브, 보험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게 됐다. 프리웨이 건설도 주민들의 교통편익보다는 국방 차원에서 실시됐다고 케네디는 주장했다.
한편 배빗 전 내무장관은 연방정부가 토지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등 중요한 자원을 추출해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채굴로 인해 자연환경이 훼손되기보다 이 산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토지가 마구잡이로 파헤쳐졌다는 것이다. 또 도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에 개발바람이 불기 마련이다.
배빗과 케네디는 냉전체제와 에너지 위기는 미국 연방정부로 하여금 토지를 무차별적으로 ‘개발’하도록 하는 ‘면죄부’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 결과에 대해 면밀히 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케네디와 배빗은 우선, 연방정부가 토지이용 결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정부 차원에서 일이 행해지고 있다는 보편적 인식이 잘못됐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배빗은 현재 연방정부 소유 토지를 파악하고 장기적 국익을 위해 긴요한 토지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일례로 국립기념물로 지정된 토지에 대해서 철저한 보호관리가 시급하다고 예시했다.
케네디는 화재위험지역 주민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일깨우고 이 지역에 화재위험을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케네디는 화재방지를 위해 나무를 마구 베는 것은 반대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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