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억 달러로 현금보유규모 1위를 기록한 세계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
기업들의 현금부유고가 엄청나다. 회사 측은 비상시를 대비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이를 재투자에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이 현금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은행에 저금하면 금고가 점점 늘어나고 수익도 짭짭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16개 분기동안 기업들은 연속 두 자리 수의 성장을 기록했다. 스탠더드 & 푸어스의 500개 기업 가운데 산업부문 기업들은 그룹 내 계열은행에 그동안 벌어들인 현금을 ‘조용히’ 모았다. 이들이 모은 현금이 6,427억 달러에 달한다. 이 액수는 가히 기록적이다. 스탠더드 & 푸어스 500개 기업 중 산업부문 기업들이 올해 ‘곳간’에 쌓아 올릴 이자만 해도 64%가 상승할 전망이다. 2005년에는 38%가 이자수익이었다고 놀랐는데 이제 거의 2배의 이자수익을 기대하게 됐으니 기업들로서는 즐거운 비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P 산업부문 기업들 현금보유액 6,427억달러
이자수익 지난해 38% 신장, 올핸 64% 상승 전망
전체수익서 차지하는 비중 지난해 2.3%, 올핸 3.6%
엑손모빌 365억달러, 아이슬란드 국내총생산 추월
굿이어타이어, 지난 3분기 전체수익의 25%가 이자수익
“비상시 대비 필요” vs “장기플랜 따른 재투자에 써야”
이이자수익만 따져보면 이들 기업의 전체수익의 3.6%를 차지한다. 2004년엔 이자수익이 전체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 2005년엔 2.3%였다. 이들 기업의 수익 규모를 감아하면 이자수익률 상승분이 무시할 수 없는 액수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기업동향을 연구하는 프로핏센츠(ProfitCents)의 선임분석가 브라이언 해밀턴의 “기업들은 은행에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은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게다가 이자수익률 증가는 기업들에게는 아주 적절한 타이밍으로 다가온다. 미국 기업들의 두 자리 수익률 기록행진은 이번 분기에 예상치가 7.6%로 나오면서 이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에 맡겨둔 현금에 대한 이자수익률이 전체 수익률을 높여 두 자리 수익률 행진을 이어가도록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물론 모든 기업에게 해당되는 전망은 아니지만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과연 어떤 기업들이 이처럼 넘쳐나는 현금으로 ‘배를 두드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넘버 1은 엑손 모빌(ExxonMobil)이다. 세계 최고 석유회사답게 ‘주머니 현금’도 가장 많다. 올 1분기 현재 현금부유고가 365억달러. 아이슬란드의 국내총생산보다 많은 액수다. 현금에 대한 은행이자수익만 해도 2005년 9억4,600만달러에 달했다. 2004년에 비해 이자수익률이 162%, 2003년에 비해서는 313%가 뛰었다. 입이 벌어지게 하는 규모다. 그리고 지난해 엑손모빌의 이자수익은 전체 수익 361억 달러의 3%를 차지했다. ‘현금 장사’로도 쏠쏠한 재미를 본 것이다.
굿이어(Goodyear) 타이어도 만만치 않다. 18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굿이어 타이어는 톱 10 안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사 가치 23억달러에 비하면 현금보유고가 무척 많은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이자수익만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분기 판매수익이 7,400만달러였으니 이자수익이 얼마나 짭짤했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보자. 마이크로소프트는 2003년부터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2004년 한 차례 배당금으로 320억달러를 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투자자금을 포함한 현금이 348억달러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현금보유고는 지난해에 비해 7% 감소했다. 하지만 1분기 이자수익만 해도 3억6,900만달러에 달한다. 1년 전 같은 분기에 비해 16% 증가한 것이고 같은 분기 전체 수익률의 12%에 해당된다.
윈도우즈를 판매해 고수익을 올리는 줄로만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사실 근자에는 현금장사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주들은 현금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는 “기업이 현금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고 회사 측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 첫째,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올리면 현명한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이를 분할 지급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둘째, 기업이 현금을 은행 금고에 쌓아두는 것이 비상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많은 돈을 깔고 앉아 콧노래를 부르고 안이하게 있을 게 아니라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대비책을 미리미리 강구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현금 이자수익을 즐기기보다는 연구개발이나 시설재투자에 전향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수익의 재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올바른 기업정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