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억달러 어제 약정식
“부의 세습엔 관심없어”
한국재벌과 너무 대조적
서울 중앙지검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에 대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과 관련,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인 26일, 뉴욕에서는 70대 거부가 50년간 피땀 흘려 모은 370억달러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하는 조촐한 모임이 열렸다.
‘아름다운 기부’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날의 주인공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세계 제2의 거부 워렌 버핏(75·사진). 그는 26일 뉴욕 퍼브릭 라이브러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멜린다가 공동설립한 재단에 307억달러를 기증하는 것을 비롯, 5개 자선단체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전 재산의 85%를 주식 증여 방식을 통해 사회에 되돌려 주겠다는 약정서에 서명했다.
게이츠 부부 등 자선단체의 일부 관계자들만이 초청인사로 참석한 가운데 조인식을 마친 버핏은 “평소 부의 왕조적 세습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멋진 기분”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우리보다 가난한 6,000만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부의 대물림을 대신할 훨씬 값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1970년대 초 버크셔 헤더웨이를 인수했을 때부터 아내 수전과 함께 적절한 시기에 부를 환원하기로 약속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버핏의 기부는 두 가지 면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첫 번째는 미 사상 최고액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부액의 규모이고 두 번째는 출연금의 대부분을 자신과 가족이 운영하는 자선단체 대신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헌납키로 한 결정이다.
이에 대해 버핏은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지난 10년간 게이츠 부부의 자선활동을 지켜보며 이들이 ‘머리’뿐 아니라 뜨거운 ‘가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내와 내가 설립한 ‘수전 톰슨 버핏 재단’보다 규모가 클뿐 아니라 재능과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운영하는 자선단체에 돈을 맡기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 귀결이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사별한 부인 수전과의 사이에 장성한 2남1녀를 둔 버핏은 이번 결정과 관련한 자녀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들에게도 충분한 재산을 남겨줄 것”이라고 전제하고 “유산의 규모는 무엇이건 일을 하면서 지내기에는 충분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기엔 모자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브래스카주 출신인 버핏은 ‘오마하의 신탁’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투자의 귀재’로 2006년 포천지에 의해 4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미국의 2번째 거부로 선정된 바 있으나 1958년 3만1,500달러를 주고 구입한 주택에 그대로 거주하는 등 검소한 생활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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