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가 지갑을 열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요즘 늦게나마 그 달콤했던 과거 기억을 더듬는 인터넷 회사 간부들이 늘고 있다.
몇 년전 최초의 인터넷 상거래 물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노인 샤핑객들이 다시 솟구치고 있는 웹 경제의 파고를 키우고 있다. 이미 수년간 인터넷 서핑을 한 경력을 쌓아 ‘구매’ 버튼을 자신 있게 누를 정도는 된 노인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근 인터넷 상거래 비중 크게 늘어
“쌈짓돈 풀게하라” 업계 주 타겟층 부상
‘트래블로시티’는 노인 덕분에 ‘호황’
그리고 가처분 소득으로 말하자면 어느 연령 그룹보다 많은 것이 이들이기에 아직 노인 고객 모시기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업체들은 조만간 그렇게 하고야 말 것이라고 온라인 분석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노인층은 이제까지 간과되어 왔다”고 말하는 헤더 도허티는 온라인 컨설팅회사 ‘닐슨/넷레이팅스’의 분석가. 최근 닐슨 여론조사 결과 지난 6개월간 55세 이상인 사람 2,740만명이 무언가를 온라인으로 구매, 1년 전의 2,600여만명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작년에 온라인으로 구입한 성인 전체의 숫자는 1억1,200만명에서 1억740만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6월 이후 노인들은 옷, 신발, 꽃, 선물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빨리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밖의 다른 사이트들도 노인들 덕분에 뜨고 있다. 온라인 여행사인 ‘트래블로시티’(Travelocity.com)가 그렇다. 트래블로시티는 2004년 10월, 큰 인터넷 회사 중에서는 최초로 50세 이상 연령층을 위한 단체 AARP 회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AARP 패스포트’라는, 이 단체만을 위한 특별 사이트(www.Travelo city.com/AARP)를 만든 것이다.
‘야후’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사이트에 트래블로시티의 콘텐트를 배부하는 일을 하는 이 회사 간부 필립 샤를-피에르는 ‘AARP 패스포트’ 덕분에 부유층 시장을 열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AARP 회의에 갔다가 베이비 붐 세대의 상속 재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나니 가슴이 뛰었답니다”
트래블로시티는 ‘AARP 패스포트’ 사이트에서 AARP 회원들에게 비행기와 호텔비, 크루즈 배에서 칵테일 리셉션 비용 할인, 크루즈 내내 AARP 회원들을 도울 도우미 같은 특전을 제공하는데 그렇게 한 것은 여러모로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샤를-피에르는 말한다. 2006년의 첫 사분기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300% 증가했으며 그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의 예약률은 타 사이트와 비교할 수 없이 높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거래는 AARP에도 도움이 된다. 그 사이트를 통한 예약 금액당 밝혀지지 않은 비율의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ARP가 최소한 당장은 다른 회사들과 비슷한 거래를 하려고 나서지는 않는다고 AARP의 비즈니스 서비스 담당 부회장인 하워드 빅은 말한다. “우리는 회원들이 전자상거래에 발을 들여놓도록 이끌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사기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요”
회원들에게 인터넷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더 치중하고 있다는 AARP는 지난 달, 마이크로소프트 및 다른 업체들과 함께 전국 9개 도시에서 온라인 사기에 걸려들지 않는 법 등에 관한 순회 세미나를 열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장래에는 트래블로시티와 비슷한 전자상거래 제휴관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빅 부회장은 덧붙인다. 3,600만명을 헤아리는 회원들에게 가시적인 이익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런 제휴관계를 맺는데 있어 AARP는 언제나 큰소리치며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미국 센서스 통계수치가 확고한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이다. 즉 미국인구 중 50세 이상 연령층은 숫자로는 40%를 차지하지만 나라 재산의 75%를 거머쥐고 있고 모든 소비자 지출의 55%를 감당하고 있다. 이만하면 50세 이상 연령층에 눈을 돌리지 않는 기업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수 있다.
닐슨의 도허티는 이제까지 기업들은 18~34세 연령층에 치중하느라 노인층을 간과해 왔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구매 취향이 이 나이에 굳어진다고 생각해서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이 연령층만 쫓아다니는 회사들이 많지만, 35세에 장래 구매할 상품의 브랜드를 모두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노인층의 현재 가처분 소득을 고려하면 결코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디자인하기는 쉽지가 않다. 트래블로시티도 ‘AARP 패스포트’를 광고할 때 50, 70, 80세가 넘은 이들이 더 젊었을 때는 기회나 자금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것으로 개념을 잡았다고 샤를-피에르는 말했다.
결과적으로 나온 작품은 카드놀이나 셔플보드 대신 카약킹이나 스노클링을 하는 이미지였는데 노인층은 그처럼 모험을 즐길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고객치고는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에 접근하기를 조금 주저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젊은층에 비해 고객 서비스에 더 많이 의지하는 경향이라는 것이다. 오디오 북스를 주로 판매하는 온라인 회사 ‘오더블’의 데이빗 조셉 부사장은 이 사이트의 고객 서비스 라인으로 전화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35세 이상으로 나이 들수록 숫자가 많아진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조셉 부사장은 덧붙였다. 일단 기술적 장벽을 넘어서서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것이 버릇이 되면 그보다 더 열정적인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평생 단골의 가치는 누구도 업신여길 수 없는 법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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