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테크닉에 박수
지난 주 조수미씨<사진>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그의 오페라 데뷔 20년 기념으로 최고 수준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어떤 건지를 어김없이 보여준 보기 드문 독창회를 가졌다.
바로크 오페라의 아리아들로 시작, 고도의 정확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요하는 비발디 작품에서 다소 불안한 흔들림과 약한 성량을 보였으나, 세 번째의 헨델 작품부터는 자리가 잡혀 그의 수월한 고음과 능란한 장식음 처리, 그리고 풍요롭고 주옥같은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요염스럽게 달콤한 델아쿠아의 빌라넬, 구노의 부드러운 세레나데에 이어 프랑스 자장가에서 나온 트윙클트윙클 노래의 주제로 된 아담의 아부디레이가 주는 친근함과 능숙한 기교는 전반 프로그램의 절정을 이루었다. 후반의 다소 인상 깊지 못한 미국과 영국 작품들 뒤를 이은 요한 스트라우스의 작품은 모든 면에서 완벽 그 자체였고 도니제티와 베르디의 귀에 익은 아리아로 여운을 남기며 전후반 프로그램을 마쳤다.
앙코르를 빼놓고 프로그램의 유일한 한국작품인 안정준씨의 아리랑은 5음계와 아리랑 소리만으로 도니제티의 이탈리아 벨칸토 작품이란 착각을 막기 어려운 것이어서 우리 전통음악의 혼을 좀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었다. 다섯 앙코르곡 중에서 그가 여러 번 출연한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노래하는 인형을 오페라 장면대로 연출해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여기서 인형의 태엽을 틀어주는 피아니스트 빈센조 스칼레라의 예민하고 음악적인 반주는 단순한 보조역할을 넘어 그 음악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여기게 하는 훌륭한 것이었다. 그의 피아노가 없는 노래만은 어떻게 들릴까 하는 불가사의한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나 엑스트라로 그가 친 거쉬윈의 피아노곡에서 그는 피아노 독주자는 아니라는 것이 나타났다.
조수미씨의 완벽한 콜로라투라 테크닉과 산뜻하며 구슬 같은 음질, 풍부하고 다양한 표현, 그리고 프리마돈나적인 무대 스타일은 재작년 독창회에서 아카데믹하고 경건한 음악과 귀족적인 위풍을 보인 홍혜경씨와 비교할 때 버블 넘치는 샴페인과 깊은 맛의 레드 와인의 대조로 비유할 수 있었다. 성악가의 생애는 악기인 성대와 몸 상태에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오십을 바라 볼 나이에서 오페라 출연은 점차 줄고 대신 크고 작은 독창을 더하게 될 것인데 한국이 낳은 국제적 최정상 성악가의 이번 같은 오래 기억에 남을 독창회를 앞으로도 많은 세월동안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용제<의사·바이얼리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